▲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

의료기관 복수개설 허용 문제는 의료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변리사·약사·공인회계사·건축사 등 모든 전문자격사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대한의료법학회가 발행한 <의료법학> 최근호에서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을 통해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규정이 위헌으로 폐지되고,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게 된다면 동일한 취지의 내용을 둔 모든 전문자격사들에 대한 규정 또한 위헌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서 "1인의 약사가 여러 개의 약국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33조 8항(이중개설금지법 또는 1인 1개소법)이 위헌이냐 아니냐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2015헌바34)을 심리하고 있다.

심판 대상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이나 국가정책에 비추어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등이다.

김 연구위원은 일반 의료기관 13만 5487곳과 1인의 의료인이 복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주도적으로 개설·운영한 네트워크 의료기관 38곳의 진료행태를 비교한 결과, 입원비율이 11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 일반 의료기관 및 1인 소유 네트워크 의료기관 진료형태 비교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네트워크 의료기관이 진찰료 단독 청구비율 8배, 종사자 친인척 외래 비율 2.4배 등으로 높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 요양급여비용 청구심사 조정 비율 역시 높았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중복·병용 약제 투여, 급여기준 초과 등 과잉진료의 조정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인 뿐 아니라 변호사·약사 등 다른 전문자격사에 대해 하나의 사무소만 개설하도록 규정한 것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적 범위 내에서 사무소를 책임지고 개설·운영토록 하기 위함"이라며 "이 규정이 위헌적 소지가 있어 폐지된다면 어렵사리 의료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절차를 따를 이유도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의료인에게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 김 연구위원은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실에서 일부 소수의 자본력 있는 의료인이 수많은 의료기관을 독점하고, 사실상 영리병원으로 운영한다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건강권 내지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