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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환불 처분 12년 만에 누명 절반 벗었지만

심평원 환불 처분 12년 만에 누명 절반 벗었지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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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A대학병원 임의비급여 환불 사건...심평원 상고 기각
진료할수록 손실...진료 안하면 민·형사 책임 '모순' 보여준 사건

▲ 대법원 전경
A대학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삭감처분등 취소 소송에서 12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절반은 벗었다. 소송비용은 1심 90% 부담에서 최종심에서는 45%로 역전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8일 심평원의 재상고(2013두26828)를 기각,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했다.

소송의 발단은 1999년 10월 선천성 기관지 기형 상병으로 입원한 B환아(1999년 3월 30일생)를 진료하면서 시작됐다. 쌕쌕거림과 청색증이 심한 B환아는 기관용골하부의 폐동맥슬링, 2개의 상행대정맥·식도중앙부위의 낭성 병변 진단을 받고 1999년 11월 12일 전신마취하에 주폐동맥 문합술·기관확장시술·개방성 동맥관 절단봉합수술을, 12월 30일 기관확대수술 부위 협착 보강수술, 2000년 1월 11일 기관종격동류폐쇄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기관협착부위 스텐트 삽입술과 육아조직 제거술 등 4년 동안 총 102회 수술을 받았으나 2003년 8월 9일 사망했다.

A대학병원은 B환아 가족에게 7911만 8101원의 진료비를 받았다. 하지만 B환아의 어머니 C씨가 2003년 10월 9일 심평원에 요양급여대상 여부 확인신청을 했으며, 심평원은 2004년 4월 17일 정당하게 징수한 것으로 판정한 2822만 4640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5089만 3461원을 가족에게 환불하라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A대학병원은 환불 통보에 불복,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 당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험급여비용 삭감처분 취소에 관한 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법원 문을 두드렸다.

A대학병원은 2000년 1월 1일 국민건강보험법을 시행하면서 임의비급여로 인정되지 않는 항목에 대한 수가 코드를 삭제했지만 당시에 매우 많은 임의비급여 항목이 있었고, 이들 항목이 모두 비급여로 인정될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B환아 진료내역 가운데 비급여 항목에 대해 미결정행위 또는 신의료기술 행위로 지정 신청을 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다가 2000년 12월 30일 기결정 내용이므로 요양급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고시했으므로 결정 전까지 비급여대상으로서 B환아 가족의 동의를 받아 진료비를 징수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A대학병원은 생명연장조차 불가능한 B환아에 대해 학회 참석이나 세미나 일정을 조정해 가며 최선을 다해 처치하고, 상당기간 살 수 있게 했음에도 요양급여기준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진료비를 삭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진료를 할수록 손실이 발생하고, 진료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진료의 적절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중병실 사용 삭감에 대해서도 환아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보호자가 사용한 경우라며 삭감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또한 대수술을 세 번이나 받은 6kg 영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인퓨전 펌프 세트 비용을 삭감한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1심(2005구합27925. 서울행정법원 2007년 9월 13일 선고) 재판부는 치료재료비는 행위수가에 포함돼 있고, 별도 산정이 불가한 품목이라며 A대학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인퓨전 펌프 세트 비용과 일부 별도산정불가·불인정  항목에 대해서만 A대학병원의 주장이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4년 4월 17일 환불처분한 진료비 5089만 3461원 중 4803만 3230원을 초과한 286만 231원을 취소한다며 소송비용 중 9/10을 A대학병원이 부담하라고 판결, 사실상 심평원의 손을 들어줬다.

2심(2007누26805. 서울고등법원 2008년 10월 9일 선고) 역시 심평원의 입장에 귀를 기울인 1심 판결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환불처분 취소 부분을 152만 3000원으로 더 줄이고 A대학병원이 소송비용(29/30)을 더 부담토록 했다.

반전이 시작된 것은 대법원(2008두19338)에서였다.

대법원은 원고 패소부분 중 별도 산정 불가 항목·불인정 항목·급여 관련 항목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의료인등은 가입자등과 체결한 진료계약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다할 의무가 있고, 환자 스스로도 질병·부상 등에 관해 과도한 부담없이 유효·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려하면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비용을 가입자등으로부터 지급받은 경우라도 ▲진료행위 당시 시행되는 관계 법령상 국민건강보험 틀 내의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편입시키거나,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비급여 진료행위의 내용 및 시급성과 함께 절차의 내용과 소요되는 기간·절차의 진행 과정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절차를 일부러 회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뿐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었고, ▲가입자등에게 미리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본인부담으로 진료받는 데 관해 동의를 받았다면 이러한 진료행위의 대가로 지급받은 비용까지 과다본인부담금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통보 처분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단을 그르쳤다"면서 파기 환송 배경을 밝혔다.

파기환송심(2013누10412. 2013년 11월 13일 판결)에서는 별도산정 불가 항목·불인정 항목·급여관련 항목에 관한 심평원의 환불처분 4157만 5901원 중 1550만 1430원만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초과해 환수한 2607만 4471원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소송 비용도 45%는 A대학병원이, 55%는 심평원이 부담토록 판결했다.

심평원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재상고(2013두26828) 했으나 4월 28일 최종적으로 기각 판결, 상고비용도 패소자인 심평원이 부담토록 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세 가지 판례를 제시하며 하급심에서 명쾌한 판결을 내리는 데 참조토록 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의 틀 내에서 급여 또는 비급여로 진료할 수 없거나 절차가 있더라도 시급성이 있는 경우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뿐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고, 가입자등에게 미리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데 동의한 경우까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한 사위 및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임의로 비급여 진료를 하고 비용을 지급받은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을 요양기관이 증명해야 한다"는 판례(2010두27639. 2012년 6월 18일 선고)를 통해 의학적 임의비급여 인정 요건을 제시했다.

아울러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해 설명해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진다"는 설명의무 판결(2011다29666. 2013년 4월 26일)도 소개했다.

또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요양기관의 설명은 일반적으로 의사가 해야 하는 진료행위의 의학적 안정성과 유효성을 포함한 설명 외에 해당 진료행위가 요양급여 대상이 아니라는 사정,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 및 가입자 등이 부담해야 할 대략적인 비용 등의 사항들에 관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임의 비급여 비용에 관한 설명의무(2013두 16371. 2016년 3월 10일 선고)에 대해서도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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