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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범위 벗어난 건보공단 현지조사 "구속력 없다"

위임범위 벗어난 건보공단 현지조사 "구속력 없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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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건보공단 현지조사 후 보건소 행정처분은 위법"
중대한 불이익 주는 현지조사 보건소 지휘·감독해야...건보공단 권한 없어

▲ 부산고등법원 전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원을 상대로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보건소가 업무정지 처분을 한 것은 상위 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고, 행정처분 또한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손지호 판사)는 A의사가 울산광역시 B보건소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업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2015누21179)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의료업 업무정지 30일 및 자궁경부암 건강검진 업무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국가기관이 아닌 건보공단이 독자적으로 검진기관 또는 출장검진 현장을 방문해 관련자료를 확인하도록 독자적인 조사권한을 부여함으로써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고, 의사면허 취소·업무정지·검진기관 지정취소 등의 중대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 재판부는 "국민의 권익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처분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조사권한은 국가기관인 보건소에 부여하거나, 적어도 보건소의 지휘·감독 하에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보호 요청에 부합한다"면서 "국민건강보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건보공단이 A의사가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봉직의사가 남성인 점에 착안, 2010년 9월 24일∼2013년 6월 5일까지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은 2196명 중 302명에게 유선전화로 현지조사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건보공단은 302명으로부터 남성의사가 아닌 여성으로부터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이를 B보건소에 통보했다. B보건소는 자궁경부암검진을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가 실시했다며 의료업 업무정지 3개월 및 자궁경부암 건강검진 업무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A의사는 건보공단은 아무런 권한없이 현지조사를 시행했을 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의 현지조사 결과 통보에 따라 보건소가 행정처분을 한 것은 권한 없는 자의 조사 결과에 기초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의료법 제61조 제1, 3항 ▲의료법 제86조 제1항 ▲건강검진기본법 제27조 제1항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12조 제2호 ▲건강검진기본법 시행규칙 제13조 제1항 ▲울산광역시 B구 사무위임조례 제2조의 (별표1) 등을 제시하며 "관계법령 등을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무자격자의 검진 또는 의료행위를 조사할 권한은 의료법 등의 위임을 받은 보건소에 있을 뿐, 건보공단은 이와 관련해 독자적인 권한을 갖지 않고, 단지 보건소의 의뢰가 있는 경우에 한해 무자격자의 검진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보건소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무자격자 검진 여부 등에 관해 건보공단에 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고, 건보공단은 무자격자 검진여부 등을 조사할 권한을 보유하지 않아 현지조사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이 현지조사 당시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른 조사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조사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예외적인 것이므로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 대상에 불이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 법규는 형벌 법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이 건강검진 대상·비용·방법 등의 절차적인 규정을 넘어 지정취소 사유 등에 관한 독자적인 조사권한까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고시에 위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건소의 의뢰 없이 독자적으로 무자격자의 검진 또는 의료행위 등을 조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해석한다면, 국가기관인 피고의 의뢰가 있는 경우에 지정취소사유 등이 있음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건강검진기본법 제27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 등의 내용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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