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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의대 오명 서남대 '완승'…의료계 '한숨'

부실의대 오명 서남대 '완승'…의료계 '한숨'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11.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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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대교육 평가 법적 근거 없다" 서남의대 승소 판결
감사처분 취소소송도 사실상 이겨…의료계 "갑갑하다" 호소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십수년 전부터 의료계의 원성을 산 서남대학교가 교육부를 상대로 한 법정공방에서 또 다시 이겨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대학은 부실실습을 이수한 서남의대 재학생과 졸업생의 학점 취소를 명한 감사처분 취소소송에서도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판단을 이끌어내 사실상 승소했다.  

정부가 부실교육을 중단시키기 위해 취한 일련의 조치가 법정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부실의대 퇴출을 주장해온 의료계의 한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행정부는 10월 31일 학교법인 서남학원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신입생 모집정지 취소처분 소송에서 "교육부가 내린 모집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교육 지장 없이 실습하라고? 법적 평가기준 미비 '발목'  

이날 재판부는 교육부 서남의대 실습교육의 질을 평가하면서 활용한 19개 항목의 평가지표가 법령에 근거 없는 기준이라는 점을 들어 이를 이유로 한 모집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현행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르면, 의학계열 학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기준을 충족하는 부속병원을 직접 갖추거나 그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해 교육에 지장이 없이 실습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여기서 '교육에 지장이 없이 실습하도록 해야 한다'는 부분을 처분 근거로 삼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현행 법상 미비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의 단서는 '교육에 지장이 없는 실습'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해 그 어떤 위임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면서 "따라서 서남대는 조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따른 시정명령은 교육 관계 법령의 위반사항이 없는데도 이뤄진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인증평가 기준을 토대로 채택한 평가 문항은 내부지침에 불과한 것으로, 법령상 위임규정이 없어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의료계 "고장난 비행기 승객 속여 태우는 격" 우려

이는 지난 6월 서남의대에 대한 감사처분 일부 취소를 선고한 행정법원 13부의 판단과도 유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 법상 임상실습의 정의에 관한 규정이 없고, 교육부도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 없는 병원에서 실습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해 제도적 허점을 노린 서남대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부실의대에 제재를 가할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교육의 질은 대학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의료계는 교육부가 서남의대 폐쇄 결정을 내린 지난해에도 버젓이 신입생 모집에 나서자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고장난 비행기에 승객을 속여 태우는 것과 같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모집 중단을 거듭 촉구한 바 있다.

서남대 승소 소식을 접한 안덕선 의학교육평가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단면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답답하다, 갑갑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안 원장은 "교육부가 전문가의 평가 시스템을 존중해 기준을 통일했어야 했는데, 권한만을 강조한 데서 온 부조화"라며 "의평원만의 목소리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의료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발전 차원에서 서남의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남의대 선고를 앞두고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남원시 시민사회단체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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