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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구조개선, 의협 주장 이유있다"

"건정심 구조개선, 의협 주장 이유있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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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비급여 논란 타고 건보 정책 결정문제 '수면 위로'
KDI 연구원 "대표성 없는 건정심...건보제도 바꿔야"

 

▲한국보건행정학회는 14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건강보장성 강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고신정

"과거 고도성장 시절, 엘리트 공무원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에는 공무원이 사회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시각과 결정에 토를 달지 못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정책결정)을 공무원이 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시스템이 유용한 것인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을 둘러싼 우려가, 건보제도 정책결정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표심이나 정치적 논리 등 외풍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의 중심축을 '관료사회'에서 '전문가'로 옮겨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14일 한국보건행정학회 주최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건강보험보장성 강화정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개선' 등 새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보장성 강화라는 기본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일관된 원칙이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또 제도도입에 따른 영향분석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그 배경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다는 점이 꼽혔고, 논의는 자연스럽게 '외풍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건강보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정책결정을 관료가 주도하는 문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대표성 논란 등이 화두에 올랐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 "급여결정 사실상 공무원이...건정심 대표성도 의문"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각 나라가 급여화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급여화가 시장에 어떻게 반영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반대로 우리 정부는 선별급여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도입해가며, 급진적인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 선별급여는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대단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꼬집었다.

윤 연구위원은 이 같은 방향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배경에 관료중심 주의가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대선공약이 아니었다면 이 방향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시스템은 급여결정을 사실상 공무원이 한다. 왜 그것을 급여화하는지에 대한 설명없이, 단지 '급여결정이 됐다'하고 고시를 하면 그만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고도성장 시절, 엘리트 공무원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에는 공무원이 사회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시각과 결정에 토를 달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이 지금의 우리나라도 유용한 것인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건정심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윤 연구위원은 "정부는 대부분의 건강보험정책에 대해 건정심이라는 최고의결기구에서 결정된 사항이므로 권위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건정심 위원들은 사실상 대표성이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국회와 같은 의결기구 역할을 하지만, 선출직으로 대표성을 부여받은 국회의원과 달리 건정심 의원들은 그러한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건정심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협상하는 대등한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협의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건정심의 모델이 된 독일의 경우 가입자와 공급자 양쪽이 인정하는 공익위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외압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정책결정 구조...전문가 역할 강화해야"

윤 위원은 이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정책 결정구조를 '근거중심', '전문가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건보제도 운영에 있어 근거중심이라는 가장 많이 사용하며, 그 근거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명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개념이 혼합되어 실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만 편하게 되어 있고, 바깥의 압력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장성 강화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은 선별급여가 아니라 기준완화로 천천히 가야했다"면서 "건강보험제도나 정책이 외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명확한 원칙, 근거활용 프로세스, 전문가의 역할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칙을 지키고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또한 새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을 관치의료의 폐해로 봤다. 정치논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정부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이다보니, 부작용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이를 그대로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서 이사는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3대 비급여 개선과 4대 중증 보장성 강화가 우선순위에 맞는지 의문"이라면서 "의료전달체계 왜곡 운운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의료전달체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격 접근성까지 없앤다면 당장 환자부담을 줄일 수는 있어도, 상급병원 쏠림현상과 그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으면서 "정치적 상황에 휘둘려 환자 선택권 등 불편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끌려가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국민이 투표로 채택한 공약, 외풍이라 볼 수 있나..." 강행 의지

이 같은 비판에 정부는 '표심이 민심'이라는 논리를 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의사결정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정부도 고민이 크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의사결정이 반드시 나쁘냐, 부정해야 하는 것이냐 하면 이는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힘든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전국민이 대선이라는 투표를 통해 공약을 채택해 나간 과정이 있고, 그 과정에서 결정된 것을 행정부에 이행하라고 요구했을 때 이를 표심에 치우친 논리하고 반박할 수 있겠느냐"면서 "정치적 의사결정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체계가 있는지, 그런 부분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 개선이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냈다.

손 과장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노력이 필요하다는데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역으로 생각해 볼 때 전달체계의 악화 위험성 때문에 보장성 강화를 하면 안되는 것이냐면, 그렇지는 않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쪽으로 정책이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해 보장성 강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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