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의사와 노조 연대? 지금껏 안했던 게 비정상"

"의사와 노조 연대? 지금껏 안했던 게 비정상"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10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원격의료 저지에 총력 기울여야"

▲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환자와 국민을 위한다는 큰 틀에서 의사와 노동자의 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이은빈
지난달 27일 한국프레스센터. 6개 보건의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원격의료 허용 중단을 촉구하는 주장 외에도 행사가 마련된 배경에 기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의사·한의사·간호사 등 다른 사안에서 평소 대립각을 세워온 보건의료단체는 물론, 병원 노동계를 대표하는 보건의료노조 단체장이 한 목소리로 공동 선언문을 낭독하는 모습이 어딘가 이질적으로 느껴져서다.

이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료계와 노동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사상 첫 공조로 특히 주목 받았다. 정부 정책에 나란히 반기를 든 이들의 연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5일 서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유지현 위원장은 "환자와 국민을 위한다는 큰 틀에서 의사와 노동자의 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원격의료법 저지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원격의료법 입법예고가 끝났다.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 야당에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는데 국회에서의 통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2009년에 상정됐다가 18대 국회 반대로 무산된 법안이다. 이미 그때부터 원격의료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게 정해져 있었다. 이번에는 사전예고도 없이 보건복지부에서 입법예고를 했다. 2009년에 결론이 났던 사안을 복지부가 경제부처에 밀려서이든, 정치적 압력을 받아서이든 덥썩 해버린 거다. 즉시 반대성명을 내고 조합원 의견서 4000부를 받아 6개 단체 기자회견을 진행할 때 전달했다.

원격의료법이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는 건 내년 4월 정도로 본다. 현 정부가 워낙 밀어붙이는 추세라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테지만, 노동조합과 5개 직역단체, 시민사회단체, 야당과 환자단체도 반대하니 공조해서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건은 같이하면서 큰 싸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원격의료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의료는 공급체제 자체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우리 노조가 그간 강조해온 전략과제 중 하나가 의료공급체계 혁신이고, 그 안에서 의료양극화 현상이나 빅4병원 중심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해왔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이번 법 개정안은 여기에 완전히 역행하는 정책이다. 의료전달체계는 더 양극화될 것이고, 돈벌이와 의료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민영화의 첫 걸음이 될 게 뻔히 보이지 않나.

원격의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2009년부터 해왔다. 데이터만 보고 처방하면 의료사고 등 뭔가 잘못됐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작동기기에 물을 건지, 환자, 아니면 의사에게? 결국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비대해지는 건 장비나 통신업체뿐이다. 원격의료기기는 효도상품으로 둔갑해서 점점 고급화되고, 불필요한 비용이 늘어날 거다. 산업적 측면으로만 밀어붙여선 안 된다.

보건의료 5개 단체와의 기자회견이 화제가 됐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결사반대"를 선포했는데, 이에 대한 소감과 공조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 준다면.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다르다. 병협은 사용자단체이지만, 의협은 의사라는 전문가집단을 대변하는 직능단체다. 병협과의 공조는 어려워도, 의협과는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본다. 의협과 노조가 주장하는 의료 질 향상, 환자 안전, 의료공급체계 혁신 등의 명제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환규 의협회장이 올해 진주의료원 폐업 때 공동성명을 내고, 직접 방문해 소신 있게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 많은 영역에서 같이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진영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의협이 의사라서 안 되고, 우리는 노동자라서 안 되고. 이런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목표와 방향이 같다면 연대할 수 있다. 방향의 중심은 환자와 국민이다. 경험이 쌓이면 노조 가입과 같은 화학적 결합까지 가능할거라 본다. 연대의 질과 양이 확대될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와의 추가적인 공조체제 논의 진행상황을 알려 달라.  

보건의료단체 실무단협의회 일정이 잡혀있다. 의료인의 양심을 걸고 반대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합의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지난주 다른 현안으로 기획재정부를 찾아갔는데, 원격의료 관련해서 추가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일이 정해지면 의협에도 알려 같이 가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의협과 노조가 함께해오지 않았던 게 나는 비정상이라고 본다. 의협과 노조는 각자 정체성과 기반이 있으므로 사안별로 연대하면서, 확인된 신뢰와 성과를 기반으로 더 큰 연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환자단체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원격의료법 저지와 영리병원 반대 등 앞으로의 투쟁 계획과 포부는.

이달 중순께 서비스 선진화법과 관련해서 의료산업화 정책이 나올 전망이어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4월 국회 법안 통과는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으로 막아내려고 한다. 지금도 이미 소속 병원에 지부별 투쟁본부 전환을 지시내려 비상체계가 가동 중이다. 1월 중순에 투쟁을 선포하고, 4월에 맞춰 투쟁계획을 잡았다.

현재 총파업을 선언한 철도 노동자들의 민영화 반대에도 적극 힘을 싣기로 했다. 철도가 민영화되면 의료 민영화도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재벌이 원하는 원격의료 대신,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일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그 첫 걸음이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는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