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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호텔까지 운영하면 지방환자는..."

"병원이 호텔까지 운영하면 지방환자는..."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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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정부 '의료호텔업' 추진에 "동네의원 다 죽는다"

의료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병원이 호텔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환자가 몰리는 수도권 병원들이 숙박 시설까지 갖춰 환자 유치에 나설 경우 지방의 1차 의료기관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의료호텔업'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호텔업 내 세부업종으로 의료호텔업을 신설하고, 의료호텔은 의료관광객의 숙박에 적합한 취사시설 및 의료관광객의 출입이 편리한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의료호텔업은 일정수준 이상의 의료관광객 유치 실적을 가진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법인 또는 의료관광객 유치업자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문체부는 의료호텔업이 의료관광객 체류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의료계는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호텔업 신설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고개정안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13일 밝혔다.

의협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양질의 의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진료를 받길 원하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현재 과잉 공급된 의사와 의료기관의 효율적인 활용 등 순기능이 있을 수 있다"며 일단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안고 있는 기본적 문제인 '저수가'가 먼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호텔업이 도입될 경우, 특정 분야와 병원을 중심으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뤄져 의료기관 간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호텔업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필수진료 보다는 비급여 진료, 특실·식대·부가서비스 등을 통한 수익증대에 치중할 경우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의 왜곡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더욱이 의료호텔 투숙대상에 내·외국인 구분이 없기 때문에 외국 환자의 유치 보다 국내 지방 환자의 유치 경쟁에 몰입하기 쉬워 의료호텔업 본래 취지인 외국 환자 유치와 관광산업 육성은 퇴색하고 국내 의료기관 간 불균형의 심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호텔업은 네트워크병의원에 유리한 제도"라며 "네트워크병의원이나 대형병원들이 앞 다퉈 의료호텔을 지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병의원이나 동네의원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 심화로 1차의료의 고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입원이 필요 없는 외래환자를 위한 숙박 시설, 즉 대형병원 입원실 또는 대기실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병원의 적자를 의료호텔을 통해 보전하는 역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까지 의협 등 관련 단체 의견을 들어본 뒤 개정안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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