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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동네의원 카드수수료, 골프장·병원·대형마트의 '2배'

coverstory 동네의원 카드수수료, 골프장·병원·대형마트의 '2배'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2.02.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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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3600억원 추정...수가인상분 전부 카드사 호주머니로
'수수료 차별 철폐안' 16일 국회 본회의 상정될 듯

 

 
Cover Story

김 원장은 고달프다. 2년전 서울 강남구에서 고가의 피부관리 장비들을 리스해 피부클리닉을 공동개원했지만 순이익이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피부클리닉의 특성상 직원이 7명이나 되는데 매달 돌아오는 직원 월급날 막기에 급급하다.

김 원장은 자조섞인 목소리로 "개원을 했더니 은행이 가장 좋고 건물주가 그다음으로 좋고, 직원들도 좋은데 나만 안좋은 것 같다"고 말하고는 한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니 김 원장의 개원으로 덕을 보는 또 한명의 숨은 주체가 있었다.

최근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신용카드 회사다. 더구나 여기저기 들려오는 얘기들을 듣자하니 신용카드사의 행태가 여러가지로 얄미운 구석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에만 8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면서도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인색했던 것은 물론, 같은 종별인 병원에 비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카드수수료를 많게는 2배나 높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기관에 비해 공공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골프장이나 음식점에 비해서도 동네의원에 높은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의 클리닉에서 한해 카드로 지불된 진료비 매출액을 10억원으로 잡았을 경우, 동네의원 카드수수료율 3%를 적용하면 카드수수료는 3000만원이다. 

최근 5년간 동네의원 수가인상률
2008년 2.30%
2009년 2.30%
2010년 3.00%
2011년 2.00%
2012년 2.90%

만일 김 원장이 병원이나 골프장·대형마트 등에 적용하는 카드수수료율 1.5%를 책정받을 수 있었다면 한해 15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김 원장은 1500만원의 기회수익을 매해 카드사에 털리고 있었던 셈이다. 

카드사별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현황       여신금융협회. 2012. 1. 6 기준
의원급
의료
기관
KB
국민
롯데 비씨 삼성 신한 하나
SK
현대 광주
은행
농협 외환
은행
제주
은행
2.5 2.7 2.65 2.4 2.5 2.65 2.4 2.7 2.5 2.97 2.5

 김 원장의 사례를 동네의원 전체의 사례로 확대해 보자. 보건복지부의 집계에 따르면 한해 건강보험 재정 중 동네의원들이 가져가는 급여비는 전체 급여비의 21∼23%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동네의원이 건보재정의 32%를 가져가기도 했지만 최근들어 거의 10%p가 빠져나갔다. 건강보험 재정을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해 의료비는 대략 66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동네의원이 건보 급여비의 21% 정도를 가져간다는 점을 고려해 전체 의료비 66조원의 21% 가량을 동네의원이 가져간다고 가정해봤다. 대략 14조원이다. 

▲ 의협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과 함께 '카드 수수료 인하 및 차별금지 연대'를 결성하고 7일 국회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촉구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우선으로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거쳐 본회의가 예정된 16일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대한의사협회는 병의원의 카드결제율은 98%에 달한다고 보고 있지만 대략 카드결제율을 90%로 낮춰 잡을 경우 동네의원에서 결제되는 진료비는 12조원을 훌쩍 넘긴다. 카드수수료율을 3%로 잡아봤다. 대략 한해 나가는 카드수수료로만 3600억원이 넘는다.

만일 동네의원이 종합병원과 같이 1.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면 한해 1800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의료계와 정부·시민단체는 피말리는 수가협상에 들어간다. 최근들어 동네의원의 수가인상률은 2.5∼3% 정도다. 수가협상 과정에서는 때때로 0.1% 차이의 견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기도 한다. 대략 동네의원 수가 1%를 올리면 700억원 정도가 든다.

결국 종합병원들에 비해 동네의원들은 매해 수가 3% 인상 규모인 1800억원을 고스란히 카드사에 바치고 있었다는 말이다.

최근 5년간 수가협상에서 동네의원의 수가인상률이 3%를 넘은 적은 2010년 한번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동네의원 수익이 소리소문도 없이 카드사의 호주머니로 빠져나갔다고 볼 수 있다.

가격은 억제하면서 수수료는 2배?

그럼 종합병원이나 골프장·대형마트 등은 1.5%의 카드수수료만 내면되는데 왜 동네의원은 최대 3%까지 수수료를 더 내야 할까?

카드사는 카드수수료율 차이가 업체별로 대손 비용과 업무처리 비용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행이나 업체의 협상력에 따라 카드수수료율이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217개 소매 유통 프랜차이즈 업체의 수수료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별다른 기준없이 불합리하게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매출액이 같은 동일한 프랜차이즈 업체인데도 매월 카드사에 내는 가맹점 수수료가 1%p 차이가 발생한 사례도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올 1월부터 동네의원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수료를 1%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동네의원의 공익성이 대형마트나 음식점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을 주장한다.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동네의원의 성격을 감안하면 일반 사업장인 골프장이나 대형마트 보다 오히려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동네의원 진료비는 국가로부터 철저히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을 억제하면서 수수료는 일반 사업장에 비해 2배까지 물리는 것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주는 행태라는 비판이다.

2003년과 같이 카드대란이 발생해 경영위기에 처했을 때는 국민의 세금을 공적자금으로 지원받았으면서 경영이 정상화되자 당기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영세상공인들이나 협상력이 떨어지는 동네의원의 수수료를 올리는 행태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2006년부터 카드사들은 매해 2조원대의 엄청난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이 8조원에 달하는 등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지만 서민들의 생계형 업종에는 여전히 3%라는 높은 카드수수료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수수료 인하 및 차별금지 연대 결성

의협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과 '카드 수수료 인하 및 차별금지 연대'를 결성하고 7일 국회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치과의사협회나 한의사협회와 같이 의료계와의 연대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주장했다면 의료계를 벗어나 연대의 폭을 넓힌 것이다. 4월 총선과 맞물리며 부쩍 커진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의 흐름 속에 의협도 힘을 더해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9개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의 논의 방향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이미 카드수수료 특례를 인정받는 영세사업자의 범위를 늘리는 방안과 카드수수료 책정폭을 제한해 일정 수준 이상의 차이를 두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영세사업자 인정폭을 넓히는 안은 현재 한해 매출액 1억 2000만원 이하인 영세사업자 지정기준을 2억원까지 높이자는 것인데 동네의원의 경우 대부분 영세사업자로 인정받기 어려워 의협은 차별자체를 제한하는 두번째 안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김영환 의원을 비롯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발의한 21명의 의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의협과 마찬가지로 두번째 안을 선호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지켜봐야 한다. 김영환 의원은 최우선으로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거쳐 본회의가 예정된 16일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어느 때보다 골목상권 지키기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 수수료 인하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물론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도 카드수수료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고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힘을 보탤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한해 내내 1차 의료 활성화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보건복지부가 발을 빼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계의 카드수수료 인하 목소리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알아서 할 일로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동네의원은 1%인가 아니면 99%인가?

카드사를 비롯해 몇몇 시장주의자들은 카드사의 수수료를 인하하려는 것은 시장주의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카드수수료 자체가 리스크와 수익률 등을 토대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 금융감독원도 비슷한 규모에 똑같은 프랜차이즈 업체인데도 수수료율이 1% 이상 차이가 난 케이스를 지적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업이나 카드업은 정부의 허가없이 뛰어들 수 없는 시장이다. 시장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열려 있어야 하는데 카드업은 적어도 그렇지 않다. 카드업에 뛰어든 카드사들은 일종의 특혜 혹은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2003년 카드대란때도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수조원씩 받은 사례가 있다. 시장주의를 적용하면 이미 그때 망하도록 뒀어야 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유리할 때는 시장주의를 들먹이고, 불리할 때는 특혜 속으로 숨는 얼치기 시장주의는 필요없다"며 "동네의원에 부과한 수수료율을 적어도 골프장보다는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득권자로 불리던 동네의원 원장들과 골목상권·영세 소상공인들 그리고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도하는 야권이 연대하는 모습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올초 피부과클리닉을 개원한 L원장은 "의사라면 모두 1%의 기득권층이라고 생각하지만 카드수수료율에서 보듯 힘없는 99%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엇이 진정으로 나와 동네의원을 위하는 것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해 1800억원의 수익을 동네의원에 되돌려줄 수도 있는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된 여신전문금융법의 본회의 통과여부에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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