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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

  • 이영재 기자 garden@doctorsnews.co.kr
  • 승인 2011.11.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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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일 우즈 지음/강병철 옮김/삶과 지식 펴냄/1만 4000원

며칠전 경북 포항 한우농장의 한우 한마리가 구제역이 의심된다는 뉴스는 또 한번 우리를 긴장시켰다. 다행히 음성판정으로 마무리됐지만 잇따르고 있는 구제역 의심 신고는 일년여 전의 아픈 기억을 되살린다.

구제역은 2010년 겨울부터 2011년 봄까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피해액이 3조원에 달하고 35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농민들은 자식 같은 가축이 산 채로 땅에 묻히는 것을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았다. 하루에도 수백 마리씩 무고한 생명을 빼앗아야 했던 방역요원들은 지금까지도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매몰 현장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식수를 오염시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아직도 남아 있다.

정부는 외국 사례에 따라 구제역 대응방법을 마련하고 실천했다고 밝힌다. 그 방법은 최선이었을까? 과학적이었을까? 질병을 생각할 때 우리는 생물학적 측면만을 본다.

과학적 연구가 먼저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대응법이 마련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상황이 개입한다.

영국의 수의사학자 아비가일 우즈가 쓴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은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상황, 이해당사자들의 태도와 역학 관계에 따라 구제역의 심각성과 대처방법은 물론, 그 정의 자체가 판이하게 달라져 온 역사를 톺아간다.

저자는 1839년부터 2001년까지 영국에서 구제역 유행과 대처방법을 두고 벌어졌던 격렬한 논쟁을 놀랄만큼 자세히 기록했다. 영국 공문서보관소와 퍼브라이트 가축보건연구소의 문서자료, 전국적 농업 단체들의 기록, 한사드 국회의사록, 전국 및 지방 언론 보도 등의 자료를 낱낱이 추적했다.

이전까지 검토되거나 발표된 적이 없는 방대한 자료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183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두된 특정 주제·사건 또는 쟁점을 기술한 연대기적 기록이다.

이전에 검토된 적이 없는 광범위한 자료를 근거로 삼았으며, 이 곳에 실린 많은 자료는 구제역과 관련해서 그동안 언급조차 안된 것들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지난해 말부터 올 봄까지 이 땅에서 맞닥뜨렸던 대부분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유행 초기에 미숙한 대응으로 질병이 확산되는 현상, 백신과 도살이라는 정책적 선택, 수입 통제에 뒤따르는 국제 관계 문제, 농민의 고통과 상실감, 격무에 지쳐 순직하는 공무원들, 식육 수출에 지장을 줄까 봐 백신 도입이 늦춰지는 상황, 대기와 수질 오염을 둘러싼 고민 등 우리가 겪었던 일들과 너무 비슷해서 놀라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저자는 구제역이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고 말한다. 모든 나라가 집약적 축산을 하는데다, 전 세계적으로 가축과 물자가 빈번하게 이동하는 환경에서 또 다른 대규모 유행은 필연적이다.

이 책은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현재의 상황을 이해해 미래를 대비할 것을 권고한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강병철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로부터 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제주도에서 소아과를 개원하다가 캐나다로 이주해 현재는 밴쿠버에서 책을 기획하고 번역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역서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02-2667-7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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