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가장 큰 재앙을 가져다 준 전염병의 하나가 천연두이다. 18세기 말에는 유럽에서만도 매년 40만 명의 희생자를 낳았으며 20세기에도 전 세계에서 3억 내지 5억명이 천연두로 사망했다고 한다.
19∼20세기에 예방접종이 시행되면서 이는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으며 1979년 WHO는 천연두가 완전히 퇴치되었다고 선포하였다.
천연두를 가리키는 용어로는 smallpox, variola, pox가 쓰이고 있으며 수두에는 chickenpox, varicella가 쓰이고 있다.
6세기까지만 해도 variola는 천연두뿐 아니라 발진이 있는 여러 질환에 일반적으로 쓰였으며 이 용어는 라틴어 varius(얼룩진, 반점이 있는)에서 유래되었다. 10세기 페르시아 의사 Abu BM Ibn Zalariya(Rhazes로 널리 알려져 있음)(850∼931)는 이 병을 홍역과 구분하여 자세히 기술하였다.
pox는 발진성 또는 농포성 질환, 병적 물질로 차 있는 포진을 가리키는 주머니, 물집을 뜻하는 앙글로삭슨어의 pocca(주머니, 물집), 네덜란드어 pocke(고름 물집, 농포, 기포), 독일어 pocke(주머니, 기포)에서 나온 것이다.
smallpox(마마, 천연두)는 유럽에 매독이 널리 퍼지기전인 15세기 까지만 하더라도 이병은 단순히 'pox'라고 하였다. smallpox는 농포의 크기가 작다는 것과 병의 정도가 덜하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이에 대비되는 great pox는 매독, syphilis)을 가리키던 옛 용어이다.
즉 매독이 무서운 질병으로 간주되면서 프랑스에서는 매독을 great pox(la grosse v맯reola)라고 하고 천연두는 small pox(le petite v맯riole)라고 하였다.
수두는 오랫동안 천연두와 혼돈하였으며 수두는 천연두의 가벼운 상태로 인식되어 왔다. 그리하여 varicella는 천연두 variola에 축소형 접미어 -ella를 붙여 1764년 Vogel이 만든 것이다. 수두는 herpes zoster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접촉성 감염질환으로 소수포(小水疱)를 특징으로 한다.
chickenpox라는 이름은 이 질환이 닭에서 유래되거나 닭에 생긴 것이라고 하여 붙여진 것이 아니고 전형적으로 그 경과가 천연두(small pox)에 비하여 약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chicken은 chicken-hearted나 chicken-livered(겁쟁이) 또는 chicken feed(하찮은 것)와 같이 '약함, 하찮음'을 암시하는 뜻으로 쓰인다.
천연두를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한 것은 바로 백신(vaccine)의 덕이다. vaccine은 라틴어로 소를 뜻하는 vacca에 물질을 뜻하는 -ine가 합쳐져서 만든 용어이다.
소의 바이러스 감염병인 우두(牛痘)는 vaccinia이다. vaccination(예방접종)은 원래 우두에서 얻은 균으로 접종하는 것을 뜻하나 현재는 모든 질환에서 해당 균을 접종하는 것에 확대하여 쓰이고 있다. 예방접종은 잘 알려진 대로 영국 버컬리라는 마을의 개원의 이었던 에드워드 제너(1749∼1823)가 개발하였다.
그는 소의 젖을 짜는 소녀들이 우두에 가볍게 감염될 뿐 위험한 천연두에 감염되지 않음을 관찰하였다. 그는 우두와 천연두 사이에 교차면역이 있음을 실험을 통해 사람에서 확인하였다.
1796년 5월 14일 8살된 제임스 핍스에게 젖을 짜는 소녀 사라 넬 메스의 손에 있는 고름물집에서 얻은 것을 주사하였다. 그 후 몇 차례 핍스에게 천연두고름 물집에서 얻은 것을 주사하였으나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제너는 이를 종합하여 왕립학회에 논문을 제출하였으나 윤리성, 위험성 등의 경고를 받자 개인적으로 작은 책자로 출판하였다. 그 후 수많은 논란을 거쳐 예방접종이 정착되게 되었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강조되는 과학적 타당성이나 윤리성을 무시하고(물론 당시에는 이런 것을 별로 따지지도 않았지만) 8살된 어린이에게 실험에 가까운 무모한 시험을 통하여 얻은 결과이었지만 백신은 인류를 재앙에서 구한 위대한 발견이다. <연세의대 약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