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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같이 뽑는 CMC, 산하병원간 '동상이몽'

전공의 같이 뽑는 CMC, 산하병원간 '동상이몽'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1.06.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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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군별 총정원제 평가에 서울성모병원 교수들 난색
소속감 결여…비인기과 수급 어려움 심화 지적도

▲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장이 22일 열린 CMC 전공의 수련제도 향후 정책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러 개의 수련병원이 병원군을 형성해 전공의를 공동으로 모집, 선발하는 병원군별 총정원제도.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전공의 인력의 원활한 수급과 수련교육 질 제고를 위해 2002년 시범적으로 도입한 이 제도의 지속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성모병원과 산하병원, 인기과와 비인기과, 교수와 전공의 등 각계에서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며 찬·반 논리를 펴고 있어 의견을 조율하기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는 까닭이다.

가톨릭의료원은 22일 가톨릭의과학연구원에서 '병원군별 총정원제 시범사업 최종보고회 및 CMC 전공의 수련제도 향후 정책 공청회'를 열어 제도를 경험한 교수와 전공의, 인턴 등 병원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참석자들은 원활한 전공의 수급과 순환을 통한 각 병원의 특성화된 프로그램 습득 등을 제도가 가진 강점으로 꼽았지만, 하향평준화와 낮은 책임감 및 소속감 등의 역기능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성모병원 소속 교수들의 문제 제기가 두드러졌다. 2009년 전면 리모델링과 병상 증축을 통해 매머드급으로 거듭난 병원으로서는 의료원 산하 다른 병원과 전공의를 공유하는 게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조현 진료부원장(서울성모병원)은 "총정원제의 1차적인 목표는 전공의 수급"이라며 "특정 병원에서 경험하지 못한 임상풀을 다른 병원에서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데, 이 경우 상호간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병원이라는 전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부원장은 "비인기과 문제도 심각하다. 인기과에는 모교출신 인턴들도 많이 지원하고 있지만 비인기과는 굳이 CMC로 오지 않아도 더 좋은 수련환경을 제공하는 병원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순환근무가 지원율이 떨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천기 안센터장(서울성모병원)은 "총정원제를 도입할 때 서울성모병원 교육수련부 교수들이 모여 많은 걱정을 했다"면서 "병원별로 선별한다고 해서 의료원의 이념을 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총정원제로 소속감 없이 전공의를 돌리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학생 70% 긍정적…의료원장, 병원 발전단계 '신중'

다른 지역병원 보직교수들은 총정원제의 기능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톨릭 이념을 강조하며 병원을 떠나 의료원 구성원으로서의 단합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영훈 병원장(의정부성모병원)은 "2001년에 수련부장을 맡아 이듬해부터 시작한 총정원제를 지켜봐왔다. 당시 의무부총장이 큰 결정을 내려 10년까지 지속해왔는데, 전공의 교육의 질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의료원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도 강해지고, 다른 병원과 비교하다보니 전공의 근무환경도 점점 나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피교육자로서의 전공의를 바라보는 데 있어 총정원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총정원제가 전공의 수급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창욱 주임교수(정신과학교실)는 "교실 입장에서 모자병원제를 하기에는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규모가 너무 적다"며 "병원과 의료원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총정원제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100명 가운데 70명이 총정원제 유지에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웅기 학생대표(가톨릭의대 본4)는 "총정원제로 가게 되면 다양한 교수들을 만나 풍부한 케이스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 "의료원의 다양한 지역 거점병원을 경험하며 병원 입지를 확인할 수 있어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토론 장면을 지켜보던 이동익 의료원장은 "서울성모병원과 나머지 브랜치병원들의 입장이 상당히 다른 것 같다"며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이 의료원장은 "이번 사안뿐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서로 많이 다른 것을 느끼는데, 서울성모병원이 맏형으로서 가진 것을 나눠줘야 한다는 얘기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이념은 환자 중심 전인치료가 최우선"이라며 "서울대병원 같은 최고의 병원이라면 끌어줄 여력이 있을지 모르나, 우리는 최고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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