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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응급실 100% 이용하기 1339 전화

[탐방] 응급실 100% 이용하기 1339 전화

  • 유해영 인턴기자 chelsang48@naver.com
  • 승인 2010.08.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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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맞춤형 응급의료기관 안내…외국어 상담까지 척척 '입소문'

서울대병원 내부에 위치한 1339 서울응급의료정보센터 전경. 시내 각 응급실 상황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대형 화면이 벽에 걸려 있다. 김선경기자 photo@kma.org

한밤 중 아이가 열이 많이 날 때 즉시 응급실에 가야할까, 다음날까지 기다렸다 외래진료를 받아도 될까.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정신없이 집에서 가까운 응급실에 갔는데 병실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패닉 상태에 빠지기 십상이다.

휴대폰에 저장해두면 이럴 때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전화번호가 있다.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 전국 어디에서나 1339를 누르면 전국 12개 지역응급의료정보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본지는 1339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직접 보기 위해 28일 서울응급의료정보센터를 찾았다.

각 응급실 병실 상황 실시간 업데이트

서울대병원 본관에 위치한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응급상황을 다루는 기관답게 팽팽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일선 응급의관의 상황을 나타내는 대형 화면. 화면에는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입원실 등과 구급차 정보, CT·MRI 등의 기기 확보 상황은 물론 의료기관에서 센터에 전달한 메모까지 방대한 양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원경 의료실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각 응급의료기관의 정보가 5~10분 간격으로 업데이트된다"고 말했다.

서울응급의료정보센터에는 의료실장과 응급의학과·내과·성형외과·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이 있는 공중보건의사 4명, 상황요원 23명, 행정요원 2명 등이 4개조로 편성돼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하루 24시간 휴일 없이 근무하고 있다.

상담에 열중하고 있는 강준구 공중보건의사(내과 전문의). 김선경기자

강준구 공보의(내과 전문의)는 "소아과 상담이 가장 많다"며 "응급실에 바로 가야 하는 상황인지 여부를 판단해 조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화 상담을 맡고 있는 상황요원들은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출신 등 원래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데다 매일 컨퍼런스 교육을 통해 병력청취 연습과 질병에 대한 공부를 계속한다.

특히 이 가운데는 영어(4명)·일어(3명)·중국어(4명) 등 3개 외국어 상담이 가능한 요원들이 배치돼 있어 외국인을 위한 응급의료통역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어 등 다른 16개 외국어는 법무부 산하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번)와 연계해 3자 통화방식으로 지원한다.

영어·일어·중국어 24시간 지원

"외국인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무턱대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가 가장 당황스럽죠." 2년 넘게 이곳에서 영어 상담을 맡고 있는 김주화(32) 씨는 "주소를 파악해야 구급차를 보내드릴텐데 마음이 급하니까 무턱대고 당장 와달라고 고함만 칠 때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실 간호사 출신의 그는 미국 체류 후 귀국한 뒤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이 일을 선택했다고 했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어 상담을 맡고 있는 이재이(30) 씨는 "응급상황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근로자나 우리나라에서 결혼해 아이를 키우는 외국인 부모와 상담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심폐소생술(CP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PR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를 진정시키고 처치하도록 하는 게 굉장히 힘듭니다. 아직 일반 국민들의 CPR에 이해도가 부족해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를 이용해본 사람들은 다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강홍성 상황실장은 "지난해 서울시민 2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 만족도가 95%에 달했다"고 말했다.

높은 만족도에 비하면 1339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점차 그 유용성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전화도 부쩍 늘었다. 중국어 상담의 경우 하루에 10건이 넘기도 한다고.

한 해 34만건 상담 처리

1339 서울응급의료정보센터의 한 상황요원이 컴퓨터 화면을 보며 상담에 응하고 있다. 김선경기자
응급의료정보센터의 주요 업무는 ▲응급환자의 전문적인 상담과 안내 ▲이송 중인 응급환자에 대한 처치 지도 및 안내 ▲응급의료에 관한 정보 수집·제공 ▲재난 발생시 의료기관 지원 ▲응급의료기관 평가 지원 등이다.

일부 상담전화의 경우 응급의료정보센터의 업무와 동떨어진 내용을 묻기도 한다고 김주화 씨는 전했다. "1339의 역할에 대해 잘못 아는 분들도 있어요. 특정 질환을 제일 잘 치료하는 곳이 어디냐고 묻거나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자신이 받은 진료가 적절한 것인지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응급의료정보센터가 한 해 처리하는 상담건수는 약 34만건. 상황요원 1인당 2만 8000여건으로 일반 상담기관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치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 때문에 간혹 통화가 지연되는 경우가 생길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상담요원들은 전화상담 이외에 홍보·교육·기획 등의 행정업무도 별도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가 높아 이직률도 무시못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들께 응급의료와 관련해 더 많은 도움을 드리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좀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재난에 대비하는 프로그램도 보완해 미국 시애틀이나 프랑스 같은 응급의료 강국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해영 인턴기자(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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