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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대표자결의대회 이모저모

의사대표자결의대회 이모저모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1.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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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개최된 전국의사 대표자 결의대회는 새 집행부 구성 이후 처음 열린 전국 규모 대회라는 점에서 향후 의협의 진로를 가늠할 수 있는 의미가 큰 자리였다. 특히 '의협의 정치 세력화 선언'이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직후여서 이날 대회는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전국 시도 회장 및 집행부, 회원 등 500여명이 가톨릭의대 마리아홀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신문 방송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과거 수차례 개최된 장외 집회 만큼이나 뜨거워 이날 대회의 중요성을 실감 사회를 맡은 박현승 총무이사가 신상진 의협회장을 비롯해 박길수 대의원회 의장, 지제근 의학회장, 한광수 서울특별시의사회장, 김동준 개원의협의회장, 정영기 전국병원의사협의회장 등 의료계 지도부와 신임 집행부를 한 명씩 호명할 때마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영.

신상진 회장은 예상대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는 대회사를 낭독, 참석자들의 열광적인 박수 갈채를 받았다. 신 회장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계를 희생양으로 하는 졸속정책을 더이상 하지 말도록 정부에 강력히 경고하자"며 "그래도 정부의 졸속정책이 강행된다면 7만의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대정부 총력 투쟁에 돌입하자"고 역설. 또 의약분업 재검토 특별위원회와 정치활동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선포, 대정부 투쟁의 내용과 방향을 시사 신 회장은 "지난 투쟁에서 앞장선 우리 동료가 손목에 수갑을 차고 티브이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행여 자식놈이 볼세라 안절부절하면서도 가슴속 깊이 눈물을 삼켜야 했다"는 대목에서 잠시 목이 메이기도.

신 회장의 연설에 대해 울산광역시의사회 정종훈 회장은 "왜 진작에 의협의 정치 활동 쪽으로 눈을 돌리지 못했는지 아쉽다"며 "회원들은 이제 무언가 의협의 승부수를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의협의 노선이 제시되면 흩어진 회원들의 결속력을 다시 하나로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신에 찬 모습.

격려사를 낭독한 박길수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회원간의 화합과 단합을 강조해 눈길. 특히 "개혁과 변화는 일부 회원이나 일부 세대의 독점물이 될 수 없으며 침묵하는 다수 회원이 반개혁, 반쇄신의 세대로 치부되는 상황이 더 이상 정당화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해. 회장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 하기위한 노력이 엿보이기도 박 의장은 "선거의 여진을 떨쳐버리고 참여와 불참, 관심과 무관심, 방관과 외면의 대립적 사고에서 벗어나 모두가 새 회장을 중심으로 새 의협 건설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간곡히 당부.

가장 코앞에 닥친 의료계 현안인 상대가치 수가계약 문제와 향후 의료계의 대책을 보고한 의협 이사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참석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 전철수 의협 보험이사는 상대가치 수가 계약과 관련한 의협의 방침에 대해 상대가치 점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과목간 형평을 고려, 내년에 의협이 중심이돼 전면 개정하고 새로 추가되는 항목은 재정을 새로 추가해서 반영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설명 전 이사는 특히 보건복지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2002년도 '상대가치 적정성 평가 연구'를 진행중인 것과 관련, 의협은 상대가치개정위원회를 운영해 의료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 한 참석자가 상대가치 환산점수의 결정 근거를 묻자, 전 이사는 "병의원 수익성에 따라 평가된다"고 답변한 후 "현재로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충분히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

이창훈 보험이사는 의료계 현안과 대책 설명에 앞서 지난 투쟁 과정을 담은 슬라이드 자료를 보여줘 참석자들을 회상에 젖게 하기도. 의사 탄압의 상징이 돼버린 제주도 윤민경 회원의 삭발 사진이 비치자 이 이사는 "이 사진은 오늘날 우리 의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피눈물을 흘린 이날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회고. 이 이사는 처방전 1매 발행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며, 처방전을 2매 발행하면 행정처분 한다는 정부의 발상은 '법 만능주의'의 소치이며 법의 합목적성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강조. 특히 "시민단체의 '알 권리' 운운은 무식의 소치"라며 국민과 의사의 사적 관계에서는 의사의 정보 자격권도 동등하게 인정돼야 한다고 일침. 이 이사는 또 의협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미국의사협회는 과거 닉슨 대통령에서부터 최근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기 까지 미국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우리나라에 의료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갖고 있는 인구가 약 2백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의사들이 이들을 얼마나 설득해 왔는지 자문해 보자"며 의사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정치의식 고양을 역설하기도.

홍승원 대전광역시의사회장, 이원보 경상남도의사회장, 김순택 제주도의사회장, 정영기 전국병원의사협의회장, 이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등이 차례로 연대사를 낭독하면서 이날 대회 분위기는 최절정에 달했다. 특히 홍승원 대전광역시의사회장은 "의약분업 전면 폐지, 단계적 실시, 국민 선택 분업 등을 놓고 국민 투표로 결정하자"며, 국민이 원한다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따라갈 각오가 돼있다고 강조 김순택 제주도의사회장은 정부의 의료정책을 신랄히 비판해 참석자들을 열광케 하기도. 김 회장은 "지금 우리 처지는 살아남기 위해라도 싸우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이제 하나가 되지 못하면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열변을 토하자 참석자들은 "옳소!"와 박수를 연발.

이번 대회는 대안없는 성토와 분풀이식에 머물렀던 과거 일회성 결의대회의 수준에서 벗어나 의료계의 구체적인 진로와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의협의 정치 참여 선언은 앞으로 전개될 의권투쟁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이며, 의협의 정체성을 명확히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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