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7:49 (금)
"주치의제도가 의료전달체계 해법 아니다"

"주치의제도가 의료전달체계 해법 아니다"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12.21 12:1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선택권 제약, 의료비 상승 부작용...국회 토론회서 '우려' 목소리 높아

▲ 의료전달체계 해법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의협신문 김선경
동네의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형병원에서는 '환자 쏠림' 현상으로 극심한 혼잡이,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영 악화에 따른 몰락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방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주치의 제도'.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국민 1명과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 1명을 '일대 일'로 묶어 질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주치의를 만나보도록 함으로써 일차의료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주치의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특유의 의료문화를 무시하고 섣불리 도입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21일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성에 비추어 볼 때 주치의제도를 도입할 경우 자유로운 의료기관 선택에 제약을 받게돼 오히려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개원의 절대다수가 전문의인 상황에서 예방부터 치료까지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주치의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만한 인력 양성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이사는 "아직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외래본인부담금 제도 개선 ▲일차 의료기관의 예방 및 건강검진 등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 제공 ▲1·2·3차 의료기관의 최소 질병 분류체계 마련 ▲의료기관 간 효율적인 회송시스템 마련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송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역시 "일부 유명한 의사에게 주치의 등록 쏠림현상이 이뤄질 수 있고, 환자가 1차의료기관에서 3차의료기관으로 직접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2차의료기관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국가에서 주치의 제도를 바로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역사, 문화, 이념 등이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정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도입은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토론회가 시작되기전 내외빈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수가 개선'이 일차의료 활성화의 열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2009년도 의원 경영환경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의원의 1일 평균 외래환자 수는 58.8명으로서, 2007년의 63.6명에 비해 4.8명 감소했다. 동네의원 40.5%가 하루 평균 50명 이하의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어 의료기관을 유지하기 조차 벅찬 상황. 이같은 동네의원 경영난을 해소하지 않고 일차의료 활성화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이재호 이사는 "불합리한 수가 구조는 1차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는 물론 국민의 의료선택권 침해, 의료인의 자율성과 창의성 배제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건강보험재정을 지금 보다 1.5배 규모로 늘려 정상적·합리적 진료만으로도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송 위원장 역시 "현행 수가체계 및 정부 재정기능은 의료서비스를 낮은 가격으로 대량 제공하게 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의 기능을 상실케하고 및 의료비 낭비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일차의료 강화 위한 강력한 대안"
시민단체는 주치의제도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현호 경실련 보건의료정책위원(변호사)는 "일차의료의 대전환을 가져올 주치의제도는 우리나라 의료의 기반을 건전하게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면서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제도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역사가 다르고 국민의식과 사회 기반이 다르므로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들여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정부는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을 확대해 주치의제도 사업을 구체화하겠다는 것. 노길상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주치의제도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강력한 대안 가운데 하나"라며 "우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단골의사제 시범사업을 현재 11만명에서 30만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환자 1명과 1개 의료기관을 1대1로 연결, 단골의사와 환자에 대해 성과형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하고 "적용범위 및 인센티브 부여 방식, 운영체계 등은 시범사업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신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산업본부장은 "주치의제도는 의료쇼핑 등 부적절한 의료이용을 개선하고 국민의 건강관리를 통한 국민의료비 절감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소비자의 수용성, 주취의의 전문성, 미래의 의료 제공체계와의 부적합 가능성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주치의제도와 함께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으로 △개방형 병원제도 활성화 △광역진료권 설정(진료권 위반시 페널티) △지역별 병상총량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