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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찰 감당 못하는 취객, 응급실 떠넘겨서야!

시론 경찰 감당 못하는 취객, 응급실 떠넘겨서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7.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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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수(서울시병원협회장 서울대윤병원장)

경찰관이 취객에 대해 응급구호를 요청하면 보건의료기관 등은 이를 받아들이도록 명시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도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로 인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취객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이며 경찰 본연의 시민보호 업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공권력(사법권)을 갖고 있는 경찰도 감당하지 못하는 취객을 응급실로 이송시키면 제재수단이 없는 의료인과 응급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취객에 의해 응급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경호시스템이 갖춰진 병원이라 해도 매일 취객들에게 시달리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높다.

그동안 여러번 언론에서도 기사화 된 '응급실에서의 폭력 행사로 인한 의료인의 고충'은 헤아려보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가중 시킬 수 있는 주취자와 관련한 경찰의 골칫거리를 왜 병원에 전가시키려하는 것인지? 경찰의 말도 도무지 안듣는 주취자들을 병원응급실에 모아두면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응급실에 있는 환자 대부분은 스스로를 가누지(보호하지) 못할 정도로 육체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는데 경찰관이 경고해도 위험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의 취객을 응급실에 데려다 놓으면 의료진 뿐 아니라 많은 환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병원 응급실은 생명이 위중한 환자가 적지 않고 그 환자들을 돌보는데도 정신이 없으며 의료진도 부족한데 술취한 사람이(실상 환자도 아닌 상태에서)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 뻔하고 게다가 뒤치닥거리까지 병원에서 맡아야 한다면 정작 긴급구호가 필요한 응급환자 치료에 어떤 어려움이 발생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만큼 굳이 법률을 개정하지 않아도 취객들에게 진료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 내원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환자가 아닌 단순 취객까지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은 경찰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병원에 전가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취객을 응급실에서 받아주도록 강제화하면 취객들이 의료기관을 남용할 소지도 많다.

즉 법안대로 개정되면 경찰이 주취자를 지구대에서 보호하지 않고 곧바로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고 이를 거부할 경우 의료기관은 법적 제재를 받기 때문에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주취자들까지 병원에 속속 이송되다보면 이에 대한 도덕불감증이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주취자에게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의학적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만취한 사람은 응급실내 다른 환자나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소란을 피울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진료를 위해 이송됐더라도 경찰의 보호가 꼭 뒷받침되어야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종합병원 응급실에 경찰 초소(Police post)가 있어 소란 난동 등 긴급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점은 우라나라도 참고해야할 대목이다.

여기서 주취자 보호에 대한 한 사례를 통해 대책 또는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부산지역에서 시행하는 시스템인데 경찰차원에서 의료계와 함께 주취 소란자 보호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의료기관에서의 음주소란자에 대한 법 집행도 엄격히 하는 제도이다.

경찰과 지역 의료계, 사회단체, 법조계가 함께 참여하는 주취자 보호대책추진위원회를 발족하여 역할을 철저히 분담하면서도 인권침해소지를 불식시키도록 힘쓰는데, 경찰은 주취자 후송결정이 나면 신속히 지정의료기관 응급실로 옮겨 진료하며 동행 경찰은 주취자가 안전한 상태에 놓일때까지 의료진과 합동으로 보호하되 술에서 깨어난 알코올중독자는 정신과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 시행에 옮기는게 올바른 주치자 보호책이지 의료기관에 주치자를 떠넘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재삼 강조하면서 의료계의 합리적이고 타당한 요청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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