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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간호인력난…간호조무사 정원규정 신설로 해결

시론 간호인력난…간호조무사 정원규정 신설로 해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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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희(한국간호조무사협회장)

의료기관의 간호인력난이 심각하다. 보건의료 관련 매체에 연일 간호인력 부족문제가 보도되고, 관련 단체마다 부족한 간호인력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과 방안들을 찾느라 토론회 등이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간호인력은 부족하지 않다. '막강군단' 간호조무사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관련법령에 간호조무사(Licensed Practical Nurse)는 간호사 대체인력으로서 연간 1만 8천여명이 신규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아울러 전체 의료기관 종사자 중 26.9%를 간호조무사가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전체 종사자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간호조무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진료보조와 간호업무 보조를 담당하고 있다.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1520시간의 간호전문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전문대학 과정보다 더 많은 교육시간이다. 또한 교육시간과 과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미국이나 캐나다의 실무간호사(LPN Licensed Practical Nurse), 일본의 준간호사와 비교하여도 결코 손색없는 간호전문 교육과정을 수료한 우수 간호인력이다.

이렇듯 우수한 간호조무사가 있는데도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간호조무사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는 인력이어서가 아니다.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는 간호업무의 보조와 진료보조의 업무라고 의료관련 법령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진짜 이유는 간호조무사가 간호관리료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채용하고 싶어도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간호조무사가 근무할 법적 근거인 정원규정이 없다. 요양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정원규정이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간호조무사 근무자 숫자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대학병원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조무사 숫자가 간호관리료 도입이전인 1999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간호조무사가 간호관리료 지급대상에서 빠져 있다보니 병동근무 간호조무사를 외래로 투입하고, 간호조무사 신규채용을 없애고, 간호조무사가 병원을 떠나면 그 자리에 무자격자나 계약직 보조인력을 대체투입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간호조무사 자격증 소지자는 전국에 38만명을 웃돈다. 그중 50%가량이 각급 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원규정을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은 사실상의 방치이자 차별대우이다.  

간호조무사의 정원규정이 없어서 생기는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지방의 중소형 병원이 간호인력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보도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 간호인력난 해결을 위한 토론회장마다 지방의 중소형 병원 관계자의 애끓는 호소는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급여를 충분히 주어도, 근무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어도, 구인광고를 1년내내 내도 간호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간호사가 온다고 하여도 2~3년 경력자가 되면 서울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보다 나은 직장을 찾아 떠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떠나고 난 자리에 다시는 간호사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중소병원에서는 돌아오지도, 돌아보지도 않는 간호사 '짝사랑'을 접고 간호조무사에게 '구애작전'을 펴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간호조무사의 정원규정이 없고 간호관리료에서 제외되어 있어서다. 간호인력 없는 의료기관을 상상할 수 있는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간호조무사의 정원규정을 신설해 주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런데도 보건의료계의 정책입안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한 인상이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침묵의 지시'로 들린다. 38만명을 넘는 간호조무사 인력을 배출해 놓고 활용방안을 강구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요즘 간호조무사의 인기는 하늘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막과 함께 떠오른 방문간호인력에 간호조무사의 대대적인 참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사와 육아문제로 의료기관을 떠나있던 간호조무사가 장롱 속에 넣어뒀던 자격증을 다시 꺼내 들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소통'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막혀있어 통하지 않는 것을 뚫어주고 통(通)하도록 해주는 것을 '소통'이라고 할 때 간호조무사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여 모든 의료기관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도 '소통'이다. 그 '소통'은 간호관리료에 간호조무사를 포함시키고 정원규정을 신설해주는 것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28조의 6 별표 4 ③항에서도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간호사 또는 치과위생사의 인력 수급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간호사 등의 정원의 일부를 간호조무사로 충당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간호인력 수급상 간호조무사를 충당할 때이다. 법대로 하면 되는 문제를 왜 어렵게 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21세기는 상생의 시대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중소기업과 대기업, 농촌과 도시 등 모두는 상생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간호인력과 의료기관도 상생해야 한다. 그 상생의 기본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간호조무사 정원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발전과 우리나라 전체 보건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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