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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위를 한마리 '새' 처럼 날다

설원위를 한마리 '새' 처럼 날다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8.07.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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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고려대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

"5년전 당시 고등학생인 딸을 따라 우연히 캠프를 찾았다가 스노우보드를 타는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그렇게 멋있고 시원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40대 후반이던 이 엄마는 딸 또래의 '아이들' 또는 '젊은이들'이나 타는 것으로 여겼던(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는) 스노우보드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지금은 정말 보기 드문 50대 초반의 열혈 여성스노우보더가 됐다. 

나이 서른만 넘어도 스노우보드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50대에 들어선 여성이 스노우보드를 탄다고 생각해 보라. 어찌 '정말 보기 드물다'거나 '열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 주 '의사 백인백색'은 스노우보더 이혜원 고려의대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를 찾아, 폭염의 계절에 설원을 달려봤다.

"막상 시작해 보니 체력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었습니다. 특히 하체의 힘이 중요하더군요. 처음에는 넘어지는 방법부터 배우는데 자꾸 넘어지다 보면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아프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첫 해를 보내고 2년째가 되니까 비로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그만 두지 못하고 엉거주춤 하고 있을 즈음 그런 느낌이 왔다는 이 교수는 특히 평소 고소공포증을 겪던 터라 다른 사람들 보다 시작할 때의 과정이 더 힘들었단다..

"높은 곳에 오르면 다리가 떨렸었는데, 지금은 가장 높은 슬로프를 오르내릴 정도로 편해진 걸 보니 고소공포증도 많이 극복한 거 같더라구요. 해마다 겨울이면 주말을 이용해 10번 정도 스키장을 찾아 '진'을 빼고 있지만, 다녀오면 진이 빠지는 게 아니라 재충전이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올 겨울에는 좀 더 '빡세게' 타고 싶다는 이 교수는 특히 지난 겨울에,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하쿠바에서 스노우보드를 탄 후 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스노우보드를 타면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또 어차피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추운 겨울에 눈쌓인 산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속도감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아주 좋습니다."

직접 집도하지는 않지만 긴장을 유지한 채 수술장을 지켜야 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로서 필요한 체력을 보드로 보강하고 있다. 태극권·등산·수영·테니스에 이어 최근에는 골프를 시작하는 등 만능스포츠우먼인 이 교수는 특히 스노우보드를 타는데 태극권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전신운동인 태극권을 통해 특히 하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보드로 활강할 때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태극권은 큰 힘이 됐습니다."

이 교수가 지적한 스노우보드의 좋은 점은 또 있다. 스키복과 달리 젊은이들이 즐기는 보드복과 장비는 착용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지만 힙합스타일이라 좀 더 젊어 보인다. 게다가 헬멧과 고글을 착용하면 나이를 분간할 수 없어 스키장에서는 절대로 벗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러나 쌩얼에 수술복을 입고 있어도 나이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동안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스노우보드 최대의 장점은 젊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뷰 동안에도 '간지난다' 등의 전문용어(?)를 구사할 정도로 이 교수 스스로 젊게 살아왔기 때문에 스노우보드를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나이 든 사람은 이런 옷을 입으면 안되고, 이런 헤어스타일은 안어울리고, 이런 말을 쓰면 안된다는 등의 고정관념을 갖게 되면, 스스로 자신을 일정한 틀에 묶어놓게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신경쓰며 살았습니다. 그런 것이 덜 노령화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나이가 꽤 들었다고 생각했던 마흔일 때를 뒤돌아 보면 '얼마나 젊은 나이인지 모르겠다'는 이 교수는 "마흔은 젊음이 끝나는 나이가 아니라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며 마흔 언저리들에게 말했다. "스노우보드는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1959년경 미국 산악지방에서 스키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널빤지를 이용한 것이 처음이며, 초기에는 합판·플라스틱 등 소재와 모양이 각양각색이었다. 1970년대말 비로소 바인딩으로 발을 고정시키는 스타일이 등장했고 스틸엣지가 붙은 제품이 나왔으며, '스노우보드'라는 이름이 정착된 것도 이 무렵이다. 1990년대 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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