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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병리학' 터닦고 30년만에 '외출'

'피부병리학' 터닦고 30년만에 '외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9.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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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고려의대 교수

"선후배·동료들과 함께 일해온 직장을 떠난다는 게 섭섭하지요. 혜화동에서 안암동으로 이사온 뒤 부쩍 발전한 고려대의료원이기에 더욱 애착이 남습니다."

김수남 고려의대 교수(피부과)는 올 8월 35년간의 교직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정년퇴임했다. 김 교수는 1972년 이화의대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경희의대 조교수를 거쳐 1977년 고려의대에 부임했다. 그동안 수많은 학부생을 양성했고 대학원에서 박사 19명과 석사 28명을 배출했다. 고려대 혜화병원과 안암병원에서 피부과 과장과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를 역임하는 동안 피부과 전공의 33명을 교육했고, 구로병원과 안산병원의 피부과 개설에도 크게 공헌했다.

"아버지(김려성 회원)가 피부과 개원의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접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피부과를 선택했지요. 피부과의 전망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전공을 선택하던 시기는 동기 중 절반이 미국으로 가던 시기였는데, 이미 미국에선 피부과 트레이닝 받기가 굉장히 어려웠죠. 고민 끝에 국내에 남아 서울대병원에서 피부과 레지던트를 했습니다. 피부과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형제가 6남매인 김 교수의 막내 동생(김수찬 연세의대 교수·영동세브란스병원) 역시 피부과 의사다.

"원래는 훌륭한 임상가가 되고 싶었어요.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해서 환자가 쾌유했을 때 느끼는 의사의 기쁨이란 형언할 수 없죠. 그런데 피부질환 중에는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게 많아요. 이 경우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데, 바로 피부병리학이죠."

지난 1986년 10월 김수남 고려의대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피부병리학의 세계적인 대가인 아커만 뉴욕대 교수(맨 왼쪽)를 초청해 공동 연구를 하는 모습.

김수남 교수는 곰팡이에 대해 연구하려고 1979년 태국 방콕의 Institute of Dermatology에 펠로우로 갔다. 그러나 연구를 계속하면서 벽에 부딪혔고, 훌륭한 임상가가 되려면 피부병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무렵 국내 학회에서 특강자로 참석했던 뉴욕대 아커만(Ackerman) 교수의 강의를 듣고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물가물하고 흐릿한 부분들을 아커만 교수는 명쾌하게 설명했죠."

피부병리학의 세계적 대가인 아커만 교수에게 지도받기 위해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커만 교수는 환자를 보는 대신 다른 의사들이 환자의 조직을 떼서 보내오면 조직편(슬라이드)을 만들어 판독한 뒤 결과를 보내줬다. 미국에는 피부암 환자가 많았고, 피부암 진단에는 반드시 피부병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하루에 아커만 교수가 보는 증례는 200~300개에 달했다.

뉴욕대에서 피부병리학 펠로우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피부병리학에 관심 있는 교수들을 모아 '피부병리연구회'를 조직했다. 1984년부터 2001년까지 매주 모여 조직검사한 증례를 놓고 토론했다. 17년동안 38명의 교수들이 모인 횟수는 363번에 달하며, 함께 연구한 증례는 6062개에 이른다. 피부병리연구회는 피부과학회 내에서 따로 심포지엄을 열 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김수남 교수에게는 학술 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힌다.

김수남 교수는 대한피부과학회 역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사장·회장을 비롯해 학술이사·재무이사·총무이사·부회장 등을 두루 역임했고, 윤리위원회 위원장직도 수행했다. 특히 학술이사를 맡은 1979~1983년에는 피부과에 세부전공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피부병리·피부외과·진균학연구위원회·면역학연구위원회 등 8개 분과위원회를 만들었다. 현재 피부과 전문의들의 활동 영역이 이 만큼 넓어진 것은 김수남 교수의 초기 노력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35년간의 교직 생활과 학자로서의 삶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수남 교수가 걸어온 길>

   1961. 3 ~ 1967. 2 서울의대 졸업

   1968. 3 ~ 1970. 2 서울대 대학원 의학과 석사

 1970. 3 ~ 1974. 2 서울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

 1967. 4 ~ 1972. 3 서울대병원 인턴·레지던트

 1972. 7 ~ 1973. 4 이화의대 전임강사

 1973. 5 ~ 1977. 2 경희의대 전임강사·조교수

 1977. 3 ~ 2007. 8 고려의대 조교수·부교수·교수

 1979. 5 ~ 1979. 8 태국 Institute of Dermatology Fellow

 1982.12 ~ 1983. 5 미국 뉴욕대(NYU) Fellow

 1979. 6 ~ 2000. 1 보건복지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1984. 3 ~ 현재   국방부 군의무 자문관

 1991. 10 ~ 1993. 9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

 1993. 10 ~ 2004. 9 피부병리연구회장

 2001. 10 ~ 2002. 9 대한피부과학회장

 2005. 11 ~ 현재 세계피부과학회 유치위원회 자문위원

 2006. 10 ~ 현재 제15차 한일피부과학술대회 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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