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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신년]화해의 시대/남북한 보건의료

[2002신년]화해의 시대/남북한 보건의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1.02.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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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하고도 냉혹한 현실…도움 절실

남북한 보건의료 현황과 주요질병 대책

 

들어가는 말


조국이 분단된 지 어언 50년이 지난 오늘날 다행스럽게도 남북화해의 길이 열리고 소규모이긴 하지만 민간단체간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2000년 한 해 동안 남측으로부터 북측에 지원된 물자는 420억원에 달하며 이 중 12%가 보건의료에 해당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95년도 북한의 대홍수 이후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건의료에 많은 필요가 생겼지만 현황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대북지원도 체계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통일 후의 보건의료를 계획하며 당장 대북 보건의료 지원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보건의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급선무 과제이다.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
1. 영양상태

북한의 보건의료실태 중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은 식량 상황일 것이다. 왜냐하면 영양상태는 발육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질병의 가장 근원적 원인이 되며 치료에 있어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니세프의 보고에 의하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 영양실조가 7만명, 일반적 영양실조 어린이 수가 46만명에 달한다고 하며, 설사병 증세를 보이는 아이가 59만명, 급성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가 60만명으로 98년 한 해만도 이들 질환으로 1만2,000명의 어린아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2. 수인성 전염병

계속된 가뭄과 홍수는 생활 식수의 질과 양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고 이로 인해 장티푸스와 콜레라같은 위험한 수인성 질병이 유행한 바 있다. 어린이들의 경우 오염된 물과 불결한 위생시설로 인한 잠재적 위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더러운 물로 인한 감염은 어린이 사망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특히 설사와 피부병이 심각하다.

3. 결핵

북한의 결핵 유병률은 5% 내외로 전체 감염자는 115만명, 신규 도말 양성자는 2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2000년 현재 보고된 결핵 환자수는 7∼10만명으로 북측 자료에 의하면 10만명당 발생률이 98년도에 30명, 99년도에 40명, 2000년도에 60명으로 증가하였다. 안타까운 사실은 아직 100만명 이상의 결핵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으며 탈북 조산사의 증언에 의하면 결핵약 대신 태반을 먹기 위해 집에서 분만하는 경우가 최근 늘고 있다고 한다.

4. 말라리아

말라리아는 1998년 중반 이후 갑작스럽게 재출현한 이래 급격히 증가하여 1999년 10월말까지 개성 지역 1만9,915명, 황해남도 1만8,920명, 황해북도 2만명, 강원도 1만8,400명 등 약 1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0년에는 말라리아가 발생하는 계절이 되기도 전에 이미 5만에서 10만 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 기생충을 여전히 보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5. 예방접종 예방질환

예방접종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해 1990년 초까지만도 북한에서 자체 생산된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해 왔으며 90% 이상의 접종률을 보였으나 이후 국내 백신 생산량의 감소, 냉동유통체계의 미비, 주사기 등 소모품의 부족으로 예방접종률이 급격히 감소되었다. 95년 이후 BCG 접종률이 64%, 홍역 40% 미만, 소아마비 76%로 감소되면서 홍역·백일해·소아마비 등의 감염 및 사망이 크게 증가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갑작스런 영아사망률의 증가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6. 사망률 및 사망원인

통계청이 추계한 북측의 평균수명은 남녀 각각 59.8세, 64.7세였으며 1995년 이후 평균수명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5세 미만 사망률의 경우 1980년대 이전의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1995년 이후 북한의 출생률은 감소되고 사망률은 급격히 증가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망원인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자료는 없으나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감염성 및 기생충 질환과 내분비, 영양 및 대사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7. 기타 보건의료 현황

필자가 2000년 11월 평양의 국가급 병원인 평양의학대학병원과 김만유병원, 도급병원인 평양 제1인민병원을 둘러보며 파악한 북한의 의료상황을 간략히 요약해 보면, 병원운영의 기본적인 전력·난방·수도 등의 지원설비가 미비하였고, 의료장비는 노후되어 있었지만 정성스럽게 손질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영양공급이 원할치 못하여 안타까웠으며, 수액제와 의약품·시약 등의 공급 역시 원할치 못하였다. 하지만 재활용방법을 개발하여 상당부분 재생하여 이를 극복하고 있었으며 양약 대신에 치료는 고려의학을 상당부분 활용하고 있었다. 의사들의 지식은 개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충분하였으며, 특히 환자 치료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헌신과 열정은 대단한 감명을 주었다.

보건의료 지원 및 질병대책

북한의 심각한 의료상황은 근시안적인 질병대책으로 풀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료시설을 가동시킬 전력공급,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수질개선, 영양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식량난 해결 등의 기본적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북한 사회가 개방되어야 하고 자본주의 원리를 도입하여 경제적 발전을 꾀하여야 하며 아울러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드러내어 적절한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보건의료문제는 북한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되 무엇보다 남한의 보건의료 지원이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하지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북한 보건의료당국이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보건의료문제를 스스로 풀어 나가도록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긴급재난구호, 전염병예방, 만성질환 예방, 어린이 건강사업 등 우선순위에 따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맺는 말

북한의 보건의료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남한과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분단된 조국의 남쪽에 태어나 의사가 된 우리들에게 과연 어떤 역사적 사명이 주어져 있는 것일까?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와 결핵을 비롯한 전염병 현황은 한가로이 통일 후를 기다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오늘도 수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다급하고도 냉혹한 현실인 것이다. 통일 후에 마주치게 될 북한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 남한의 의료인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남북의 의료인들이 함께 협력하여 보다 나은 보건의료환경을 가꾸어 나간다면 미래의 건강한 통일조국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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