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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료 양산하는 약사 임의조제 근절책은?

불법의료 양산하는 약사 임의조제 근절책은?

  • 이석영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5.01.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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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ㆍ불법의료' 국민건강이 흔들린다(4)

처벌 대폭 강화 - 불법의료 감시 의사가 나서야

올 초 약사가 임의조제한 스테로이드제제를 10년간이나 복용하다 폐색전증, 쿠싱증후군 등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해당 약사를 상대로 8,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충격적인 사건이 온 사회를 들끓게 했다. 검찰 조사결과 환자는 자신이 복용한 약품의 이름이나 성분, 효능·효과, 부작용이나 주의사항 등을 약사로 부터 전혀 듣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 약사는 지역 약사회의 고위 간부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의료계에서 '임의조제'란 말은 이미 일반명사화 된지 오래다. 의약분업은 임의조제를 불법화 했지만, 임의조제를 양지에서 음지로 옮겨 놓았을 뿐 약사들의 불법 행태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가 2003년도 하반기에 실시한 조사에서 약사들의 평균 조제건수 5건 중 1건이 불법진료조제로 나타났다. 이에앞서 2002년 2월 경기도 고양시의사회가 약국 132곳에 대해 모의환자를 이용한 실태조사에서는 33%가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또 같은 해 5월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가 서울시내 약국 1,800여곳에 대해 실시한 현지 조사에서도 20~30% 약국이 버젓이 불법 임의조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약사가 처방전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팔다 적발됐다거나 비아그라를 불법 유통시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는 뉴스는 언론의 단골메뉴가 된지 오래다.

 

일반의약품으로 의사흉내내기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정부의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 된다면 전문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조제·판매하는 행위는 어느정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약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일반의약품을 섞어 파는 행위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행해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약사들이 틈만나면 주장하는 '일반의약품 활성화'는 겉으로는 환자의 편의성을 위해 가벼운 경질환만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그 속에는 의약분업 실시전에 마음껏 누렸던 '진료행위'를 포기하기 힘든 약사들의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 최근 서울시약사회가 안약·연구제 등을 약국에서 직접 구입하자는 대국민 캠페인을 벌인 일이나, 약계가 주축이돼 '셀프 메디케이션'을 표방하는 '홈케어센터'의 문을 연 것은 1차의료를 의사가 아닌 약사가 도맡겠다는 검의 의도의 표출과 다름아니다.

 

약대6년제=임의조제 교두보

약계가 약대 6년제의 필요성으로 주장하는 것은 ▲양질의 임상약사 배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육성이다. 어느 것 하나 설득력이 없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원에 근무하는 임상약사는 전체 면허약사의 2.8%, 신고약사의 5%에 불과하다. 결국 3~5명의 '양질의 임상약사' 배출을 위해 90명이 넘는 학생들이 2년동안 자신들과 별 관계없는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제약산업 육성 논리 또한 허구다. 변재환 전 충남의대 교수(약사)는 지난 11월 5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약사관리 인프라 개선방향과 6년제 약학교육'을 주제로한 심포지엄에서 "약계에서는 지금까지 약대교육이 제약학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고 하면서,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6년제를 해야 한다는 건 모순"이라며 "제약산업에 필요한 약사 인력은 약대 교육과정과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통해 육성하면 된다"고 지적杉?

그렇다면 약대 6년제의 숨은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1차의료 수행자로서의 약사의 양성이며, 6년제를 발판으로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화, 경질환의 진단 및 처방권을 주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지금까지 약계가 걸어온 행보를 종합해 볼 때 결코 지나친 억측이 아니다.

 

5년간 약국 못열게 해야

약사의 불법행위에 정부의 단속의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이미 '의약분업 특별감시단' 운영을 통해 드러났다. 의약분업 직후 1, 2차에 걸쳐 수백명의 인원과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운영된 의약분업 특별감시단의 단속 실적은 불과 21건에 불과했다.정부는 '임의조제 특별감시단'을 상시 운영, 신고 접수 보다는 현장 실사 중심의 단속을 벌여야 할 것이다.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불법 임의조제는 1년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으며, 약사의 문진행위는 의료법 위반을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임의조제는 문진행위에 따라 이뤄지는 연속된 행위이므로 임의조제 역시 문진행위와 같은 정도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식품의약품안전법에서는 불량식품 신고자에 대해 최대 1천만원을 포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위해 식품을 제조·판매해 영업허가가 취소되거나 영업소 폐쇄명령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같은 종류의 영업을 5년간 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식품보다 훨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의약품에 대한 불법행위 처벌은 이보다 더 강력해야 한다. 불법 진료행위, 임의조제행위가 명백한 약사에 대해서는 5년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의 벌금은 물론, 최소 5년간 약국 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의사들도 책임 있다

지금처럼 약사의 불법 임의조제행위가 만연한 데에는 의사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03년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 2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의조제 사실을 알고도 신고 안했다"는 응답이 무려 97%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서로 알고 지내는 가까운 관계라서'라는 응답이 절대다수였으며 '귀찮아서'라고 답한 의사도 17.8%에 달했다. 약사의 불법행위를 가장 정확히, 가까이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밖에 없다. 의사 스스로가 불법의료의 감시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서지 않는 한 의권과 국민건강은 언제까지나 요원한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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