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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06:00 (금)
김삼수 박사의 임상의 지혜3

김삼수 박사의 임상의 지혜3

  • 김영숙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4.12.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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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수 박사의 임상의 지혜

 5.운동부족을 말하면 운동을 권유하고 운동과다를 말하면 안정을 권한다.

 

 이 말에는 3가지의 진실이 숨어있다. 하나는 적당한 말로 속이고 있는 가운데 병이 가라앉게 된다는 것. 또 하나는 환자는 의사의 충고를 듣는 것이 목적이고 충고를 지키려는 속셈은 애초부터 없다는 것. 마지막 하나는 의사의 충고 도리이다.

 환자의 질문은 의학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많으나 의사의 조언도 무책임한 것이 많다. 사실은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환자 쪽에서 보면 흑백을 확실히 말하는 의사에게 안심한다. 의사들은 병의 원인으로서 스트레스란 용어의 사용빈도가 높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지만 스트레스란 말에 환자는 아무 생각없이 납득한다.

 

 6.어떻게 속이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신뢰하게 하는냐가 초점이다.

 

 완벽하게 병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바쁜 3분의 외래진료 시간에 병의 증상을 전하는 것도, 복용할 약을 설명하는 것도 무리다. 그러나 빨리 끝내려고 입 끝으로 속이는 태도는 좋치 않다. 예을 들어 거짓말이 섞여 있어도 짧은 시간 가운데 성의를 갖고 상대를 안심시켜야 한다. '이 선생이면 안심'이라는 환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뢰는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온화한 태도, 따뜻한 눈의 표정에서 온다. 속이려는 태도는 상대에게 민감하게 전해지기 때문에 역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빨리 끝내려는 생각으로 외래를 임해서는 안된다.

 

 7.병을 설명하지 않는 의사

 

 병은 불확실성의 요소가 많다.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병의 설명이 그만큼 어렵다. 설명이 어렵기 때문에 설명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고 귀찮게 된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 감기는 언제쯤 낫겠습니까"라고 물으면 '어떻게 알겠습니까? 인체는 자동차를 검사하는 것과는 다릅니다"며 언짢아 하는 의사가 있다. 바쁜 외래에서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은 이해되지만 이 의사는 수행이 부족한 경우다. "감기는 1주일만에 낫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한달 이상 계속되는 사람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수행을 거듭한 대인의 의사이다.

 

 8.병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인식 차

 

 병은 '낫는 것', 약은 '듣는 것'으로 환자가 굳게 믿어 버리는 것은 무리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같은 병일지라도 낫는 경우도 있으며,때로 낫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같은 약이라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으며, 부작용만 생기는 때도 있다. 환자는 병을 동일시하고 획일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의사는 병을 통계상의 불확실한 것으로 생각한다. 건강한 환자가 입원후 악화되는 것도, 수술시의 마취사고, 술후 감염증은 의사로서는 그렇게 희귀한 일이 아니다. 확률상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의료는 절대라고 하는 것은 없다", "의료행위의 모든 것은 확률이고,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의사뿐으로, 환자의 생각 사이에 커다란 거리가 있다. 의사로서 만전을 다했으나 환자와 가족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이 생각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이같은 인식의 차이에 대해서 환자는 고지동의(informed consent)를 요구하고 의사는 병의 불확실한 배경을 계몽하려고 한다. 고지동의는 중요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의사의 10배가 넘는 환자를 진료하는 한국의 의사에게 아무런 의료보조도 없이 요구하는 것은 구조상 문제가 있다.  

 

9.인폼드 컨젠트와 인폼드 컨돔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친자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의학지식이 부족한 환자에 대해 의사는 부친으로서의 위엄과 책임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모든 의사가 부친처럼 신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양자의 신뢰관계가 깨지고 매스컴의 영향으로  최근 고지동의의유행으로 연결되어 왔다. 그러나 고지동의는 구미의 생각하는 수단으로서, 의료제도가 틀린 한국에 그대로 접목시키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시간을 들여 증상을 설명하고도 환자에게 치료법을 선택토록 하는 것을 무리다.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은 병이나 검사에 대한 공포심을 부채질하게 된다. 하물며, 암의 고지는 환자의 희망을 박탈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고지동의는 구미의 소송사회에 뿌리를 둔 것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병의 전책임을 환자 측에 밀어붙이고, 환자를 자극하여 거리를 두는 행위가 된다. 고지동의는 중요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성숙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것은 위험을 갖는 부친의 자격으로 가족을 염려하는 아버지로서의 신뢰이다. 서로 신뢰하는 남녀 커플은 콘돔의 사용으로 다투지 않는다. 인폼드 컨젠트도 서로의 신뢰 바탕의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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