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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17:49 (금)
국립의료원 의약분업 모의테스트

국립의료원 의약분업 모의테스트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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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테스트는 엉망이었다. 약국은 처방된 약을 준비하지 않아 환자를 앉혀두고 전화통을 붙들어야 했으며, 약값을 대신 내준다는 당근을 받고 참여한 환자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돼야 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평가단은 의약분업의 장점을 홍보하는 홍보맨이자,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 하면서 모의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안내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급급했다.
 
국립의료원에서 실시된 모의테스트에서는 약국에 약이 비치되지 않아 환자를 20~30분간 기다리게 해 놓고 배송센터와 대형 약국에 긴급히 약을 수배하느라 부산.

정문약국은 인근 배송센터에서도 주사약을 구하지 못하자 국립의료원 조제실에서 약을 몰래 구해오는 기지(?)를 발휘하고도 모의테스트 취재를 위해 포진하고 있던 기자들과 평가반에게 "인근 배송센터에서 배달해 왔다"며 졸지에 국립의료원 약제과를 배송센터로 둔갑시키기도. 정문약국 약사는 일간 및 방송사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자의 처방전을 살펴본 후 "위장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네요", "어디 염증 있으세요"라며 스스럼없이 진단 행위를 하기도.

보영약국은 조제를 받기 위해 방문한 3명의 환자를 앞에 앉혀두고 3번 모두 인근 배송센터에 전화로 긴급히 약품 수송을 의뢰하는 모습. 환자들은 처방전을 제출한 후 평균 30분 가량 기다리면서도 평가반이 약값을 대신 내 주기로한 약속 때문인지 불평없이 지체하는 불편을 감수.

평가반 관계자는 객관적인 평가자 입장에서 벗어나 환자에게 의약분업의 장점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는가 하면 사소한 오류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켜보지 않고 앞장서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등 평가반인지 안내반인지 혼동을 주기도.

이 관계자는 "의약분업이 되면 돈을 더 내야 하느냐"는 환자의 질문에 "현재는 병원에다 진찰료와 약값을 모두 내지만 의약분업이 되면 병원에는 진찰료만 내고, 약값은 약국에 내면 되므로 본인부담금은 똑같다"며 처방료와 조제료 인상에 따른 환자 부담 상승 부분은 빼 놓고 설명. 평가반 관계자는 또 언론사 기자들에게 "5분만에 처방약을 조제하고 있다"며 "30분 걸리는 병원 외래 조제보다 빠르지 않냐"고 홍보.

모의 테스트 현장을 취재하던 모 언론사 기자가 "약에 관한한 약사가 전문가인데 오늘 처방된 약 중 과잉 처방은 없냐"는 질문을 던지자 약사는 "현재까지는 없다"고 의사 처방을 즉석에서 판정.

진찰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김00 씨는 "국민 투표를 해서 의약분업 찬성과 반대를 결정해야 한다"며 "대부분 환자들은 다 반대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 본인을 49년생이라고 밝힌 최00 씨는 모의테스트 평가반에게 "정부가 너무나 빨리 의약분업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해 의약분업을 실시하냐?"며 따지기도. 이에 대해 평가반 관계자는 "국민 건강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10년 후에 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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