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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어 교수들 '사직할 결심'…이유 들어보니

전공의 이어 교수들 '사직할 결심'…이유 들어보니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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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현장 목소리, 정부·학교에 신뢰 산산조각 "교수직 못 하겠다"
교수 번아웃 87% "더는 못 버텨"…"증원 시 어차피 과로사 할 것"
"전공의 보기 미안하고 부끄러워"…사직이 사태 해결책 의견도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의대정원 수요조사가 '2551명'보다 늘어난 '3401명' 증원으로 마감되자, 교수들의 사직 릴레이가 이어질 조짐이다. 의학교육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 추진 과정이 교수들을 '사직할 결심'으로까지 내몰았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공의 이탈률이 90%를 넘어서고 제자인 학생들이 동맹휴학에 나선 상황에서, 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0명 증원' 또는 10% 이내 증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수요조사 결과는 현 정원 3058명을 상회하는 숫자로 집계됐다.

김대중 아주의대 교수(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는 "학교 운영자들과 교수 간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며 "좌절감에 젖은 교수들은 더 이상 (교수직을) 못 하겠다, 떠나야겠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타게 목소리를 냈는데도 의학교육 현실을 무시하는 행태에, 의학교육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수천 단위 증원은 의학교육 현장에서, 무엇보다 교수들이 절대 감당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청한 충북의대 A 교수는 "4~50명을 한 분반으로 둔다면 50명 증원 시 교수 업무량은 2배가 된다. 100명 증원한다면 3배로, 200명 증원한다면 5배로 늘어난다"며 "보건복지부는 오전반·저녁반 2교대 체제를 얘기했는데 그조차도 무리일 정도"라고 밝혔다.

또 "교수 인력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이미 해부가 끝난 카데바(실습용 사체)를 다시 해부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해부할 수 있는 공간마저 없는데 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다 과로사하란 거냐"고 꼬집었다. 

교수 탈진이란 장작이 쌓인 와중, 학생 수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리겠다는 불씨가 사직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당시 병원·의대 겸직 소속인 교수들의 탈진율은 이미 86.9%에 달했다. 

이종태 KAMC 정책연구소장(인제의대 교수)은 "이전부터도 병원에서 병원과 학교를 겸직하지 않고 임상 교수만 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필수의료 과목 교수 이탈이 심각한 와중 증원으로 인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수 공개사직의 첫 스타트를 끊은 윤우성 경북의대 교수(혈관외과)도 "오래전부터 번아웃 상태로 매일매일 그만두고 싶다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도와주는 건 없고 더 힘만 빠지게 한다"며 사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제자를 향한 마음도 사직에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우성 교수는 사직의 변에서 "병원 내에서 누구보다 고생하는 전공의가 다 짊어지는 상황인데 교수 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며 "전공의들의 보호막이 돼주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사직서를 제출한 배대환 충북대병원 교수(심장내과)도 "현대 의료는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하며,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지금까지 병원에서 부딪치며 함께 일해온 인턴·전공의·전임의가 돌아올 길이 요원하다면 나 역시 중증 고난도치료 전문병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교수들의 허탈감, 좌절감, 분노와는 별도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도 교수 사직이 필요하단 얘기도 나온다.

강원의대 B 교수는 "개인 의견을 빼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까지 나서야만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 같다"며 "각 대학 교수들의 강력한 항의도 묵살된 지금, 결국 사직서를 내야만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관철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동료 교수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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