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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은 왜 사표를 던졌나? '절절한 사연' 모아보니

전공의들은 왜 사표를 던졌나? '절절한 사연' 모아보니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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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방' 정책에 꿈 내려놓는 '필수과' 전공의들
'소아청소년과·외과' 기피과 중심 포기 사연 눈길

전공의 이탈이 현실화 한 19일 오전 세브란스병원, 병원 내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전공의 이탈이 현실화 한 19일 오전 세브란스병원, 병원 내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돌아갈 생각 없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다. 사직서를 공개적으로 게시하는가 하면 사직을 결심하게 된 '일신상의 이유'를 털어놓은 사연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필수과' 전공의들. 이른바 기피과로 불리는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전공의들의 '사직의 변'이 주목받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역시 19일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리면서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을 미련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20년도 파업과 달리 이번 전공의들의 대거 사직은 정말 수련 현장을 떠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생계 문제도 크지만 의사로서의 명예,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느낌이 더 크다"고 전했다.

임신부 소청과 의국장 "태교는 커녕 컵라면도 못 먹어…자부심 하나로 일해 왔지만"

김혜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레지던트 4년차)는 두 아이의 엄마로, 임신 중인 상태에서 힘겨운 소청과 전공의 수련을 견뎌왔다고 전했다.

세브란스 소청과는 빅5병원 중 올해 유일하게 전공의 TO를 채우지 못한 곳. 교수·강사들이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며 지쳐가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을 설명했다.

김혜민 의국장은 "소청과는 인력부족이 극심하다. 임산부전공의도 정규 근무는 당연한 일이다. 태교는 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는다"며 "아파도 '병가'는 꿈도 못 꾸고 수액 달고 폴대를 끌어가며 근무에 임해왔다"고 말했다.

응급실 심정지가 온 환아에 50분동안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뱃속의 아이가 유산되지는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의사니까 지금은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며 임했다…환아가 살아났지만 처치가 끝나고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을 울었다"고도 털어놨다.

김 의국장은 "매년 5000명의 의사를 배출한들 그 중 한명이라도 저처럼 살고 싶은 의사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힘든 현실에서도 소청과 트레이닝을 지속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제껏 제 앞에서 떠난 아이들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가 없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들은 더는 견디기 괴롭다며 "파업을 위한 사직이 아닌 개인사직을 위한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몇 개월의 수료만을 남긴 아까운 상황임에도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생계 유지가 필요하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필요하다. 엄마 포기할 수 없으니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겠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못다한 꿈은 의료봉사로 채워보겠다"고 남겼다.

'열정 많던' 빅5 소청과 레지던트 합격생 "소중했던 꿈을 포기하고자 한다"

A전공의는 스스로 "3월부터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근무한다는 사실에 설레 인턴 근무 중 틈틈이 소청과 교과서를 읽던, 열정적인 젊은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올해 2024년 레지던트 모집에서 빅5 병원 중 한 곳의 소아청소년과에 합격했다.

A전공의는 "소청과 지원율이 급감하던 2021년도에 첫 병원실습으로 소청과를 접하며 소청과 의사를 꿈꾸게 됐다. 꿈의 원동력은 사명감이었다"며 "사랑스럽고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고, 어떤 위험하고 힘든 길이라도 버틸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낮은 수가'라는 경제적인 문제와 '소송 리스크'라는 법적인 문제를 직면하면서도 국가에서 이를 외면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전공의는 "정부는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채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허울뿐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간절한 기대는 결국 스러지고야 말았다"고 한탄했다.

2020년까지만해도 소청과 미달현상은 심각하지 않았지만 지난 5년간 660개의 소청과가 문을 닫는 등 '진료 포기' 사례가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A전공의는 "아이들의 특수성으로 검사보다 '진찰 중심의 의료'가 필요하나, 낮은 수가로 인해 이를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소아과 진찰료 수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됐지만 정작 필수의료를 위한다는 정책에서 제대로 의논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낙수효과'를 얘기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늘리려면 전체 의대 정원 및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정말 그저 윗물에 머물지 못해, 넘쳐흘러 떨어진 "낙수 의사"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러한 주장은 소아청소년과라는 학문과 소아청소년과 의사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A전공의는 "여러분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이라면, 레지던트 3년 동안 최저 시급을 받으며 주말 연휴 없이 주 80시간 근무하는 삶, 전문의가 돼서는 법적인 위험에 노출돼 20여 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삶을, 선뜻 권할 수 있는지 여쭙고 싶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끝으로 "비록 차가운 현실 앞에서 힘겹게 부여잡고 있던 제 꿈은 손에서 흩어졌지만, 언젠간 유약한 저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마음 편히 아이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1년차 때 사직한 前외과 전공의 "외과로 먹고 살 자신 없었다"

B의사는 과거 외과 전공의 1년차 때 사직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학생 때부터 바이탈과라는 자부심에 빠졌었던 인생이었다. 집에 못 가는 '매일 당직' 인생이었지만 나름 잘 생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심을 바꾼 계기는 대학병원에 남지 못한 '외과 선배들의 삶'을 접했기 때문.

B의사는 "로컬 중소병원 외과 과장으로 취직해 눈치밥을 먹는다는 선배,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미용·성형으로 진출해 개원한 경우였다"며 대부분 외과 전문의를 땄음에도 외과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원하는 수술을 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인턴, 레지던트가 됐던 내게 가장으로서의 무게감 역시 적지 않았다"면서 "외과 의사로서 바라던 삶을 살지 못한다면, 사직을 해야겠다는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피과의 경우, '바이탈과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는 경우가 전부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마저도 의사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남발하면서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B의사는 "자부심이었던 전공이 사회에서 범죄자가 되는 길이란걸 깨닫게 되면서부터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붕괴'가 시작됐다"며 "누구든 범죄자가 되는 길, 자신의 면허가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아무리 의사를 많이 뽑는다고 해도, 고생해서 배운 전공으로 먹고살 길도 없고, 범죄자까지 될지 모르는 길을 가려고하는 의사는 없을 것"이면서 "자부심 하나로 버티던 필수과들이 '필수의료 패키지'로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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