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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초고령사회와 의대정원(7)

초고령사회와 의대정원(7)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4.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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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시리즈 : 의대정원의 본질은 포퓰리즘?>
  [1] 들어가며 : 뜬금포 같은 의대정원 확대 뉴스
  [2] '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
  [3] 필수의료와 의대정원
  [4] 지역의료와 의대정원
  [5] 공공의료와 의대정원
  [6] 의사 소득과 의대정원
  [7] 초고령사회와 의대정원
  [8] 의사 수와 건보재정
  [9] 나가며 : 의대정원, 포퓰리즘은 안 된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7] 초고령사회와 의대정원

정부가 지난 2월 6일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적용할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 발표했다. 현재 3058명에서 내년 5058명으로 65% 이상 대폭 증원하기로 한 것이다.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놓고 논쟁이 있으나 이는 논외로 하고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를 대비하여 의사 수를 증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인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의료의 수요와 의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나라들은 고령화에 대비하여 보건의료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전개해 왔다.

OECD 국가들 중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나라들을 살펴보기 위해 G7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들의 고령화율과 인구 천명당 의사 수 추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표1>

ⓒ의협신문
ⓒ의협신문

고령화 비율이 10%인 시점(인구 천명당 의사수)은 한국은 2008년(의사수는 2.0명)이었으며, 일본은 1984년(의사수 1.4명)이었다. 고령화 비율 10% 시점의 인구 천명당 의사 수(이하 '의사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0.6명 많았던 셈이다.

고령화 비율이 15%인 시점(의사수)은 한국 2020년(의사수 2.5명), 일본 1996년(1.8명), 캐나다 2013년(2.5명), 영국 1981년(1.3명), 미국 2017년(2.6명)으로 고령화율 15% 시점의 우리나라 의사수는 캐나다, 미국과 비슷했으며, 일본, 영국에 비해서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고령화 비율이 20%인 시점(의사수)은 한국이 2025년(의사수 2.8명)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일본 2004년(2.0명), 독일 2008년(3.6명), 이탈리아 2006년(3.7명), 프랑스 2018년(3.3명)에 고령화율 20%에 도달했으며, 캐나다는 2024년(2.9명), 영국은 2025년(3.4명), 미국은 2029년(2.8명)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우리나라 의사수는 일본보다 많고, 미국, 캐나다 등과는 비슷하며,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고령화 비율이 25%인 시점(의사수)은 한국 2030년(3.1명)으로 전망되는데, 일본은 2013년(2.4명)에 고령화율 25%에 도달했으며, 이탈리아는 2025년(4.2명), 독일 2028년(5.1명), 프랑스 2032년(3.6명)에 고령화율 25%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영국(2043년, 4.4명), 캐나다(2047년, 3.8명), 미국(2057년, 3.5명) 등은 고령화율 25%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OECD 국가 평균 의사 수를 의대정원 증원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우리나라와 의료제도, 문화, 환경 등이 전혀 다르다. 단순히 OECD 국가와 비교하여 의사 수를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국가 중에는 경제는 자유시장경제이나 보건의료체제는 사회주의 체계로 운영되는 나라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예가 영국이다. 영국은 입원 병상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서 병원급 의료기관 의사들은 공무원으로 봉직하고 있으며, 일차의료기관 의사들은 주치의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정 수의 국민(1인당 약 1000∼2000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대신 국가로부터 국민 1인당 일정액의 급여를 받는 인두제(Capitation) 체제로 운영된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환자를 열심히 볼 동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영국의 의사들은 통상 하루 10명 내외의 환자를 보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워라밸을 추구한다. 영국은 주치의에게 문지기(Gate keeping) 기능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국민의 의료 이용을 억제하는 제도다.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할 것이면 굳이 문지기가 필요 없을 것이다. 영국은 주치의제와 함께 지불수단으로 인두제를 적용하고 있어서 영국 가면 의사 한 번 만나기가 너무도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 일부 시민사회 단체 등을 중심으로 영국의 주치의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주치의제를 시행하면 초고령사회를 맞아 의사의 진료를 받고 싶을 때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대신 의사들이 주치의가 되어 수시로 집에 왕진도 오고 정기적으로 재택진료도 해 주어서 자신의 건강을 전적으로 책임져 줄 것으로 믿고 주치의제를 도입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나라는 동서고금 어디도 없다. 만일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일본식 왕진과 재택의료 정도가 실현가능한 제도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18년만인 2018년 '고령사회(노인인구 14% 이상)'가 되었고, 오는 2025년이면 고령사회에 진입한지 7년 만에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 이상)'가 된다.

이는 서구 주요국의 소요 기간이 △영국 50년 △프랑스 39년 △독일 36년 △미국 15년 등으로 추산되고 있는 것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셈이다. 2004년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노인대국 일본이 10년이 걸렸던 것보다도 더 빠르다. 2025년 이후는 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2030년 25.5%, 2035년 30.1%에 이어 2045년에는 37.4%로 노인대국 일본(36.7%)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국가에 오르게 된다.<표2, 그림1>

ⓒ의협신문
ⓒ의협신문

이러한 상황에 합리적인 국가 정책은 과연 무엇일까?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늘어날지라도 의사 수를 늘리는 문제는 의료비 증가로 직접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나라로는 건강보험 제도, 인구 고령화, 의료 이용 문화, 의사 수 등이 비슷한 일본이 거의 유일하다. 일본은 지난 2004년 고령화 비율이 20.1%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시점에 인구 천명당 의사 수가 2.0명에 불과하여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 망국론'이 대두되면서 의대정원을 축소하고 병상수를 감축하려고 1985년 의료법을 개정하여 도도부현별로 지역 의료 계획을 세우고, 인구당 병상수 목표치를 설정해 추진했다가 법률 시행 유예기간(2년) 동안 급성기 병상이 급증하여 병상 과잉이라는 큰 실패를 경험한 터라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의사 수와 병상 수 정책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을 하였다.

일본은 2006년 '新 의사 확보 종합 대책'에 의해 의사 부족이 심각한 도도부현 지역에 대해 각 10명, 2007년 '긴급 의사 확보 대책'에 의해 전국 도도부현에서 원칙적으로 5명씩 의대 입학 정원을 점진적으로 증원하였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 증가가 시작된 2008년(7793명)부터 지속적으로 의대정원을 늘려왔으며, 일반 정원 및 (시골)지역 정원, 치과의대 정원 증원 등을 포함하여 2020년 기준 9330명까지 증원하였다.

의과대학 총정원을 기준으로 2007년 입학정원 7625명 대비 가장 많이 선발한 2017년이 9420명으로 약 1795명(23.5%) 정도의 추가 인원을 선발하였다. 2007년 기준 일본 인구(1억 2800만명)를 감안하면 우리나라(2023년 5100만명)는 약 715명 정도에 해당한다.

지역 의사의 경우, 2010년부터 각 도도부현에서 시행하는 의료계획에 따라 장학금을 마련하여 각 의과대학에서 지역의료를 담당할 의사를 선발하여 지역의료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일본은 전체 의사 수보다 의사 수 편재 현상에 대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지속적인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2034년 경 의료비와 돌봄비를 합산한 총 의료·돌봄(의료·개호) 비용이 3564억불(약 35.6조엔)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더 이상의 의사 수 증원은 필요치 않다고 보고 2022년 이후 의과대학 정원에 대해 정기적으로 의사 수급 추계를 실시해가며 의과대학 정원 축소를 위한 '의사 양성 인원 방침'에 대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표3, 그림2>

ⓒ의협신문
ⓒ의협신문

초고령사회에는 늘어날 의료 수요를 감안하여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의사 수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22년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22년 건강보험급여비는 81조 5260억원으로 전년대비 9.3% 증가했으며 그중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44조원을 돌파하였고,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42만 9585원)는 전체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16만 6073원)의 2.5배를 넘어섰다. 앞으로 의료비 증가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통상 의사 수, 고령화, 병상 수를 꼽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보고서(고민창. '국민의료비 지출구조 및 결정요인에 대한 국제비교'. 건보공단 2007-18)에서는 고령화 즉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이 1% 증가하면 1일당 의료비는 17%가 증가하고, 인구 천명당 의사 수가 1명 증가하면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또 다른 연구보고서(현경래. '건강보험 진료비 변동요인 분석'. 건보공단 2012-15)에서는 진료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의사 수와 고령화를 꼽고 있다. 고령화는 가격탄력도가 1.626(상대가격지수가 1% 증가시 65세 이상 총진료비는 1.626% 증가함을 의미)이고 의사 수는 1.770(의사 수가 1% 증가시 전체인구의 총 진료비는 1.770% 증가)로 나타났다.

의사 수에 대한 탄력도는 종합전문병원과 의원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고, 40대와 60대를 제외한 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의 경우 의사 수 증가가 곧바로 진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소리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월 일부 언론에서 보건복지부의 내부 자료를 인용하여 2035년 전체 인구의 입원일 총합이 2억 50만일로 2022년 전체 인구의 입원일(1억 3800만일)과 비교하면 45.3%나 늘어나는 것으로 보도하면서 의대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맞춰 무한정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 의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보도된 대로 2022년 전체 1억 3800만 입원일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매일 37만 8000병상이 필요하게 되는데 실제 2022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총병상 수는 72만 4212병상(인구 천명 당 14.0병상)이므로 병상 가동률은 대략 52% 정도인 셈이다.

그렇다면 2035년에 2억 50만 입원일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매일 약 55만 병상이 가동되고, 2022년 병상 가동률(52%)을 반영하면 2035년 우리나라 총 병상 수는 약 105만 7700병상이라는 소리가 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3.12.14.)에 따르면 2035년의 중위추계 기준 총 인구는 약 5082만명이므로 인구 천 명당 병상 수는 20.8병상이 필요하게 된다는 소리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의료기관 전체 병상 수는 68만 5636병상으로 인구 천명당 13.2병상으로 OECD 평균 4.4병상 대비 3.0배 수준이다. 지금 현재도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은 병상 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불과 11년 후 병상 수가 지금보다 45%가 늘어나는 현상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그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또한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런 계획이 없이 무조건 의대정원 증원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실제 OECD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병상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 2010년 OECD 국가의 인구 천명당 병상 수는 4.74병상에서 2021년 4.10병상으로 줄었다. 2023년 기준 노인인구가 30%를 넘긴 일본도 2010년 인구 천명당 13.51병상에서 2021년 12.62병상으로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 8.74병상에서 2021년 12.77병상으로 노인대국 일본보다 많은 OECD 병상 수 1위 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병상이 어디서 늘어났는지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이 2011년 4만 2270병상에서 2022년 4만 8057병상으로 연평균 1.3% 증가되었고, 종합병원도 2011년 9만 5122병상에서 2022년 11만 1005병상으로 연평균 1.6% 증가되었다.

반면 (중소)병원은 2011년 19만 1255병상에서 2011년 13만 2262병상으로 오히려 3.6% 감소했다. 2021년 기준 요양기관 종별 연간 요양급여비용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1병상당 3억 7591만원이고 종합병원은 1병상당 1억 5179만원, (중소)병원은 1병상당 6220만원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상급종합병원 1병상당 비용은 중소병원 6병상보다 큼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학병원의 수익이 급증한 시점은 대략 문재인케어가 시행된 2017년 8월 이후 시점이다. 그 이후 수도권 대학병원들은 경쟁적으로 분원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으로 증설된 7000병상을 운영하려면 의사 2700명이 더 필요하다. 정부는 수도권 분원 신설을 억제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오히려 의대정원 증원으로 대학병원 전공의 공급을 늘려주려 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 증설도 막지 못하면서 지역에 의사를 공급하려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낙수효과'라는 말까지 나오는 중이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일본이 초고령사회를 잘 극복한 것은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합리적인 병상 수 축소 정책과 의사 수 조절에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라면 이에 대비한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일단 의대정원 증원만 고려하는 것 같다.

정부가 발표한 대로 2025년부터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가정하면 오는 2049년에 우리나라 의사 총수는 26만명을 넘게 되고 인구 천명당 5.45명으로 OECD 평균인 5.41명을 추월하게 된다.

만일 기계적으로 의사 수를 OECD 평균치에 맞춘다면 2025년에 입학한 의대생이 전문의를 취득하는 2036년(최단)∼2039년(군미필자) 이후 곧바로 의대 입학정원 감축에 돌입해야만 된다. 생각만 해도 현기증 나는 롤러 코스트다.<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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