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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와 의대정원(5)
공공의료와 의대정원(5)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12.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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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시리즈 : 의대정원의 본질은 포퓰리즘?>
  [1] 들어가며 : 뜬금포 같은 의대정원 확대 뉴스
  [2] '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
  [3] 필수의료와 의대정원
  [4] 지역의료와 의대정원
  [5] 공공의료와 의대정원
  [6] 의사 소득과 의대정원
  [7] 초고령사회와 의대정원
  [8] 의사 수와 건보재정
  [9] 나가며 : 의대정원, 포퓰리즘은 안 된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5] 공공의료와 의대정원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2022년 말 현재 기관 수 기준 전체 의료기관의 5.2%, 병상수 기준 8.8%, 의사인력 기준 10.2%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그로 인해 지난 수 년 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가 '공공의료 확충'이다.

공공의료를 확충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감염병 팬데믹 뿐만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할 거점의료기관의 역할 등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작 공공의료가 부족해서 국민건강과 보건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보편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자료들을 제시하고 선동할 뿐이다.

공공의료와 공공의료기관이 무엇인가에 대한 학문적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공공의료의 개념을 일반 의료행위와 대비되는 공공적 목적으로 수행하는 의료행위라고 한다면 방역, 예방 등 공중보건이나 위생에 관한 의료행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며, 의료기관의 소유 개념으로 구분한다면 국립대학병원, 지방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병원, 보훈병원처럼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의료행위를 말할 것이다.

반면 미국의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개념처럼 저소득 계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을 위한 의료행위라고 한다면 특수 계층을 위한 의료행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며, 기타 수익성이 떨어져서 민간의료기관에서 행하기 힘든 의료행위를 공공의료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공공보건의료법)' 제2조(정의)에서는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가 공공보건의료의 제공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여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7조에서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 사항으로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아동과 모성, 장애인, 정신질환, 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관련된 보건의료, 교육·훈련 및 인력 지원을 통한 지역적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보건의료 등을 꼽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하여 지난 2005년 이후 수립된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관련 종합대책 및 기본계획 등을 살펴보면 정부의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정책이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왔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여 보건의료를 지속·발전 가능한 체계로 개편함으로써 국민 의료비를 합리적 수준으로 유지하고, 국민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확충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4대 전략과 세부 과제를 제시했는데, 4대 전략으로는 공공보건의료체계 개편 및 효율화, 고령사회 대비 공공보건의료 역할·투자 확대, 예방중심의 질병관리체계 확립, 필수보건의료 안전망 확충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2005년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이 수립된 이후, 공공보건의료기관 인프라 확충 정책을 펼쳤으나 성과가 미진하게 나타나면서 민간을 포괄하는 공공보건의료 수행 체계로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13년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을 기존의 기관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고 서비스 주체 및 대상을 확대하는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을 2016년도에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취약계층 중심이었던 대상을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여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자 하였고 국가 차원의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종합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부 학자들을 주축으로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 체계에 대해 문제를 다시 제기하여 결국 필수의료의 지역격차가 없는 국가의 실현을 비전으로 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 종합대책에서는 4대 분야와 12개 세부 과제를 발표하였으며, 4대 분야로는 ①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책임성 강화 ②필수의료 전 국민 보장 강화 ③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및 역량 제고 ④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공보건의료정책은 지난 시절 우리나라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무분별한 공공의료기관의 신설로 오히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의 의료를 담당해 온 민간의료기관의 파국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공공의료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등 의료계와 협의되지 않는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가운데 의사 파업 사태를 맞게 되면서 정책 추진은 좌초하게 되었다.

지난 2020년 의사 파업 사태는 병상의 90%를 민간이 공급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공공의료 정책 추진이 현장의 반발로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2020년 의사 파업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하면서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같은 일방적 정책에서 탈피하여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확충 및 역할 정립을 제안하였다.

그 내용은 기존의 공공보건의료기관과 더불어 필수의료 제공 및 감염병 대응 등 공공적 역할을 하는 민간의료기관을 포함하여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을 정의함으로써 진료 역량을 갖춘 민간의료기관이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 및 보상을 부여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에는 민주당 정책과 차별성을 가진 공약이 있다. '공공정책수가'가 그것이다.

이 공약은 글로벌 사회복지의 담론이 '소유'에서 '가치'로 이동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합당한 정책으로 그동안 정부의 투자 없이 민간의료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한 의료계의 헌신과 노력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의료계는 크게 환영한 바가 있다.

대선 이후 지난 해 6월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공공정책수가를 설명하면서 "소유 주체와 무관하게 공공의료 기능이나 역할을 하면 그에 합당한 공공정책수가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공공의료기관으로 국한해 정부가 지원했던 것에서 민간의료기관이라고 공공 및 필수의료 행위를 하면 그에 합당한 수가를 적용하는 게 핵심"이라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

또 이를 두고 일각에서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정책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지난 2017년 공공의료법 개정을 통해 '공공의료'의 개념이 공공의료 수행기관으로 전환된 바 의료기관의 기능 및 역할에 따라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올해 10월 19일 발표된 정부의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에 따르면 1년 여 만에 정책이 180도 바뀌어서 국립대병원 등 권역 책임의료기관 등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우선 적용한다고 한다. 대통령 공약이 뒤집힌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또 하나 쟁점이 공공의대다. 그런데 대표적인 공공의대로 볼 수 있는 것이 국가에서 학비를 지원해 주고 각종 혜택을 주고 있는 국립 의과대학이다. 2019년 기준 시도별 국립 의과대학은 전국에 10개(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로 총 입학정원은 906명에 이른다. 전체 의대 입학정원 3,058명의 29.6%다.

하지만 국립의대의 역할이 사립의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립의대 부속병원의 진료행태도 사립의대 부속병원과 차이가 없다.

천문학적 국가 재정을 투입하게 될 공공의대 설립 및 의사 양성 기간을 고려하면,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가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빨라야 2040년 이후로 예상되는데 15년 후에 약 50명(서남의대 정원 흡수한 남원 공공의대 설립안)의 의사가 배출된다고 해서 현재 공공의대 설립의 명분으로 제시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실정임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건의료 전반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에 일회성으로 이용하려는 전형적인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병상의 비중이 70%가 넘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OECD 국가들 중 민간병상의 비중이 90%로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의 비중이 45% 내외에 이르렀으나 1970∼1980년대 경제개발 시대에 국가가 국민의 궁핍한 삶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대신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1973년 8월 의료법을 개정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통로인 의료법인을 허용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의료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가 활성화면서 공공병상의 비중이 점차 낮아져 현재 10%도 채 안되는 정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인해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수가를 일괄적으로 적용받고 있으며 공공보건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을 민간의료기관도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어서 사실상 모든 의료기관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공공의료 지상주의자들의 악의적 비판에도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가 중심이 되어서 OECD 국가의 각종 의료 지표에서도 최상위를 나타내는 등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세계 최상의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도 공공의료가 주축을 이룬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병상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우리나라는 2022년 오미크론 확산의 위기를 맞아 민간의료기관의 적극 참여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국가가 되었다. 민간의료기관이 국가 공공의료체계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담당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가가 지난 시절 민간의료기관이 국가를 대신하여 의료 자원 확충과 보편적 의료서비스 제공체계 확립에 기여한 것을 부인하고, 형평성 차원에서 지역마다 공공병원을 세우려는 시도는 민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뛰어난 효율성을 가진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해체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자원의 효율성은 고려하지 않는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수 정부인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 현 정부의 정책은 과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공공의료와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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