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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의료전달체계 잘 작동하려면, 협력 만이 살 길"

"의료전달체계 잘 작동하려면, 협력 만이 살 길"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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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규 국장, 상급종병 외래 축소 시범사업 설계 장본인
"무한경쟁에 있는 의료기관 관계 협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를 축소하고 의료기관 사이 의뢰-회송을 원활이 할 수 있는 사업을 시도한다. 의료전달체계가 올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쟁 보다 '협력'하는 네트워크 활성화가 답이라는 판단에서다.

외래 환자 내원일수를 매년 5%씩 3년 동안 15% 이상 줄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증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 세 곳이 참여한다.

이들 상급종합병원 세 곳은 외래 환자 축소와 함께 특별히 강화할 의료영역을 설정하고 병의원과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진료협력을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연차별 외래 내원일수 감축 목표 및 성과지표 100% 달성을 가정했을 때 2027년까지 약 36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상급종병은 규모의 경제를 하는데, 외래를 확장해야 그만큼 입원환자가 있으니 이익이 된다"라며 "규모가 결국은 외래의 규모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말고 중증환자 입원 중심으로 하고 외래가 아닌 네트워크를 통해 중증환자 의뢰를 받고, 어느정도 컨트롤 된 환자는 회송한다는 취지다. 대신 외래를 축소한 만큼 건강보험 재정에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의협신문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의협신문

중증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약 3년 전인 2021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사업 계획을 보고한 터였다. 이중규 국장은 당시 최장기간 보험급여과장을 맡으며 해당 시범사업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대통령실에 갔다가 국장으로 건강보험정책국에 돌아온 이 국장은 해당 시범사업 시행을 직접 관장하게 된 것.

그는 "실제로 어떻게 외래 환자를 줄일지, 보상은 어떻게 할지 등을 설계하는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며 "의료전달체계가 잘 작동하려면 결국 나 혼자가 아니라 내가 보다가 그 다음 병원이 봐야 할 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경험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각자도생이다. 상급종병끼리도, 상급종병과 종합병원도 무한경쟁이다"라며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조가 아니다. 적어도 한 네트워크 안에서는 협력체계라는 것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한번 가져보자는 것"이라고 시범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즉, 대형병원이 외래를 줄이고 협력병원으로 환자를 회송하며 병원들은 환자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미 같은 내용의 환자 의뢰회송 사업은 존재하고 있지만 긴밀한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게 보건복지부 판단이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하지 않아야 하고 상급종병이 외래를 적게 보면 경쟁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국장은 "이번 시범사업은 제도적인 여건 하에서 신뢰를 갖고 협력기관에 환자를 의뢰하고 환자 정보도 적극적으로 제공해 그 환자가 다시 상급종병으로 오지 않더라도 2차 병원에서 본인의 자료가 기존 담당 교수에게도 공유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암 환자도 추적관찰을 많이 하는데 5년이 지나면 사실상 병원은 완치로 판단한다"라며 "이후에는 이제 2차 병원에서 추적 관찰을 해도 된다. 물론 환자 정보는 상급종병과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급종병이 외래를 줄이고 중증 중심으로 가는 것은 윤리적으로 해야 할 역할인데 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가 하는 건정심 위원들의 부정적 의견을 뚫고 보건복지부는 이번 시업사업에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의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재정 투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으로 시범사업 참여 기관도 결국 3곳으로 압축됐다. 보건복지부의 총 6개의 상급종병이 시범사업을 희망했지만 재정 여건을 고려해 3개 병원만 선정된 것.

이중규 국장은 "무한경쟁에 있는 의료기관 관계를 협력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일념으로 시작하는 사업"이라며 "시범사업에 들어온 대형병원들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하냐에 따라 네트워크에 힘이 생길 수 있다. 해당 그룹에 속한 게 의료기관의 품질을 보증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음 외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나왔을 때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였지만 시범사업은 시작됐다"라며 "참여 병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 비전을 갖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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