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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무너진다…응급의료 목소리 들어달라"

"응급실 무너진다…응급의료 목소리 들어달라"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3.12.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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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12월 27일 긴급 기자회견 "응급의료 소생 논의체 제안"
"필수의료사고 처리특례법 제정 '법적 안전망' 절실…가혹한 사법 판결 멈춰야"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2월 27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사법판결이 응급의료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필수의료사고 처리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2월 27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사법판결이 응급의료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필수의료사고 처리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가혹한 형법 처벌과 고액 민사 배상을 견디지 못해 의사가 응급실을 떠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달라며 정부·사법부·행정부에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2월 27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응급의료 상황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붕괴를 앞둔 심각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최근 사법부의 응급의료에 대한 가혹한 판결과 여러 사건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보람과 자부심이 아니라 결과가 나쁘면 수억원의 배상과 법적인 책임을 지고 면허 취소를 당하게 된다는 불안과 불신을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응급의료가 더 망가지지 않도록 관계당국과 유관기관은 논의의 장에 나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장은 "이송거부 금지법은 응급환자의 모든 책임을 응급실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법안"이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응급실이 잘못해서 그랬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더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모습은 분노와 좌절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응급실에서 더 많이 환자를 보면 볼수록 형사 처벌 위험이 더 커지고, 수용거부 금지법·면허취소법 등으로 인해 불안을 넘어 의사면허 취소와 인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힌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 근무하는 의료진은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학을 전공하지 않고, 응급실 근무를 그만두고 있다"고 암울한 응급의료 현실을 전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응급의료진에게 법적인 안정성을 제공하고, 적극 보호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를 살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서 "10개월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킬 수 있도록 정치권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 또한 의료현안협의체와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온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주최한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는 이형민 회장을 비롯해 김지훈 총무이사, 최일국 기획이사, 김근수 홍보이사, 이의선 대외협력이사, 김철 감사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년차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참석,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주최한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는 이형민 회장을 비롯해 김지훈 총무이사, 최일국 기획이사, 김근수 홍보이사, 이의선 대외협력이사, 김철 감사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년차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참석,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체 구성과 대화를 외면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의 무성의도 꼬집었다.

이형민 회장은 "정부에 응급의료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체 구성과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장기 계획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이러다할 반응이 없다"면서 "이송거부 금지법안 시행규칙 논의에는 아예 배제했고, 응급의료 발전 계획에는 참여조자 하지 못했다. 응급의료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을 증원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 입장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을 즉각 중단하라"고 직격했다.

이형민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는 정작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손쉽고 빠른 해결책인 의료진을 쥐어짜는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면서 "응급실이 환자를 거절하는 것처럼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자극적인 말로 국민을 선동하고, 과밀화와 취약지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중증 응급환자를 강제로 배정하겠다고 한다. 최종진료의 부족을 응급의료의 부족인 것처럼 호도하고 이를 빌미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최일국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기획이사는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100번에 1∼2번은 기도삽관에 실패할 수 있고, 교과서대로 심폐소생술을 해도 살아난 경우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응급실은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곳이지 최종진단과 근본적 치료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응급실 현장에서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사법부는 과도한 판결을 즉각 중단하고, 응급의학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관계당국은 법적인 안전조치 마련에 즉각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김철 감사는 "최근에 기도삽관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음에도 사망한 사건에서 응급처치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30년 동안 응급실에서 근무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저라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기록이 없으니 환자를 방치했을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응급의료 현장을 전혀 모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년차)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응급실 근무를 그만두고 중환자 대신 경증 환자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며 "의료소송과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법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2월 27일 대한의사협회에서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응급의학과의사들이 응급실을 떠나지 않도록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등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2월 27일 대한의사협회에서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응급의학과의사들이 응급실을 떠나지 않도록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등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신껏 치료를 했음에도 법적 위험이 닥친다면 누구도 그 자리에서 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정치권·사법부가 분명히 답을 내놔야 한다. 소청과의사회는 응급의학과의사회의 입장과 전적으로 뜻이 같다"고 밝혔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도 사법부도 국민들도 응급의학과를 인정해주고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가 응급실에서 밤을 새며 응급환자를 봐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라면서 "일말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수준을 일반적인 의료인의 주의의무라 이야기한다면 지금 응급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전문의들은 구속되기 전에 하루 빨리 응급실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응급의료행위의 적절성은 사법부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면서 응급의료 사고처리 특례법과 형사 처벌 면제법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과도한 사법판결로 무너져가는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성명서]

우리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응급의료진들에 대한 과도한 사법판결들에 대하여 깊은 유감과 절망적인 분노를 표한다. 반복되는 무리한 판결들은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를 선택하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이는 응급의학 전문의, 전공의들의 이탈, 지원율 하락을 통하여 등급의료의 근간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정부도 사법부도 국민들도 응급의학과를 인정해주고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가 응급실에서 밤을 새며 응급환자를 봐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얼마 전 응급실에서 전과자인 음주환자가 의료진을 폭행한 사건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0년전 1년차 전공의가 정상적인 응급진료를 수행하던 중 CT를 찍지 않았다고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가중처벌을 받아야 할 응급실 폭력사건과 감경을 받아야 할 응급진료가 비슷한 판결이라면 도대체 이 전공의는 응급실의 폭력범보다 더 큰 죄를 지었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것이 모두가 바라는 진정한 사법정의인가?
응급실에서 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사법 처벌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드문 질환이어도 미리 예측하고 진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윽박지르고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배상하라는 나라도 없다.
과거에는 심평의학이 있었다면 이제는 법원이 진단도 치료도 정해주는 사법의학을 기준으로 환자를 치료해야 할 것이다.

"일말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수준을 일반적인 의료인의 주의의무'라 이야기한다면 지금 응급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전문의들은 구속되기 전에 하루 빨리 응급실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응급의학과는 과거에는 힘들어서 하기를 꺼리는 과였다면 이제는 구속될까 봐 하기를 꺼리는 과가 되었다. 다른 주요 과들의 몰락에 이어 이제는 응급의학과가 망할 차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지원율은 10년째 하락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수련을 그만두고 전문의들도 응급실에서 이탈하고 있다. 응급의학과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이며, 우리는 지금까지 이러한 자부심 하나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힘든 수련과 근로환경을 버텨왔다.

"우리에게 자부심을 빼앗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과도한 판결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미련 없이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게 될 것이다"

지난 코로나 판데믹 기간 동안 많은 전문의들이 탈진과 실망으로 응급의료현장을 떠났다. 정부에서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말은 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송거부 금지법, 면허취소법과 같은 법안들로 말을 듣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강요하고 윽박지르고 있다. 과밀화 해소나 취약지 인프라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비대면진료나 의대정원 증가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꿈같은 거짓말만 계속하고 있다.

응급의료의 종말시계는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도 응급의료를 살리기 힘든 상황에서 선봉부대인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탈하게 하면서 어떻게 필수의료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응급의료의 과실치사상에서 형사처벌을 면제도 아닌 감경하는 법안이 아직도 국회에서 1년 넘도록 계류 중이다.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러한 업무상 마주하는 사법위험에 대한 불안이 앞으로도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응급환자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자 필수의료의 최전방에서,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 행정부와 사법부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이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응급의료행위의 적절성은 사법부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응급의료 사고처리 특례법과 과실치사상에서 형사처벌 면제법안을 즉각 마련하라
과도한 사법판결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미련없이 응급실 현장을 떠날 것이다.

과도한 사법판결 응급의료 무너진다! 필수의료사고 처리특례법 즉각 제정하라!

2023년 12월 27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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