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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행위와 업무상과실치상죄

법률칼럼 의료행위와 업무상과실치상죄

  •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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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의사인 A는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되었다.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의사로서 환자인 피해자의 어깨 부위에 주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손·주사기·환자의 피부를 충분히 소독하는 등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주사 부위에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감염시켜 피해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견관절, 극상근 및 극하근의 세균성 감염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제1심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제2심 법원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의정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어떤 이유에서 판단이 달라졌을까?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우선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삼았다.

"피고인이 손을 닦거나 소독하지 않고,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주사를 놓았다. 피고인이 주사를 놓을 부위를 닦는데 사용한 솜에는 알코올이 묻어있지 않았다. 피고인이 주사를 놓고, 주사기를 바꾸지 않은 채 다시 약물을 흡입해서 또 주사를 놓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러한 진술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주사로 약물을 투약하면서 손을 닦거나 소독하지 않은 채 맨손으로 주사를 놓았고, 주사 놓을 부위를 닦는 솜에도 알코올이 묻어있지 않거나 적어 제대로 소독이 되지 않았으며, 주사기를 교체하지 않고 피해자의 몸에 투입했던 주사기를 다시 약물 흡입과 주사에 사용하였다"고 인정했다. 그에 따라 이러한 행위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은 일반적인 의학 수준으로 예상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했다. 

제2심에서는 위 사실 인정이 다소 달라졌다. 피해자의 진술에 근거한 부분, 즉 '피고인의 맨손 주사 또는 알콜솜 미사용이나 재사용 등' 부분은 피고인이 강력히 부인하는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반되는 진술만 있을뿐 당시의 객관적 사실관계 확인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 이를 확정된 사실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제2심 법원은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나머지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시행한 주사치료로 피해자의 상해가 발생한 것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피고인의 시술과 피해자의 상해 발생 및 그 관련성, 시기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제1심 판결에 일부 부적절한 기재가 있다 하더라도,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는 것으로 평가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대법원도 피고인이 시행한 주사치료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이 주사치료 과정에서 피고인이 맨손으로 주사하였다거나 알코올 솜의 미사용·재사용, 오염된 주사기의 사용 등 비위생적 조치를 취한 사실에 대한 증명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 그밖에 달리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은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평가될 만한 행위의 존재나 업무상과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주사치료와 피해자의 상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등의 사정만을 이유로 피고인의 업무상과실은 물론 그것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까지도 쉽게 인정했다.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 '업무상과실'의 인정 기준과 증명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비롯된 일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하급심 법원의 두 가지 잘못을 알 수 있다.

첫째, 피고인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도 오로지 피해자인 환자의 진술에만 터 잡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 증명되었다고 피고인의 과실을 인정한 잘못이다.

둘째, 업무상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데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별개 요건인 과실까지 인정한 잘못이다.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문제될 때 특히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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