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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무자격자 개설 의료기관과 업무방해죄

법률칼럼 무자격자 개설 의료기관과 업무방해죄

  •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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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A병원이 있었다. 의료인 아닌 B가 의료인인 C의 명의로 개설하여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이른바 사무장병원이다. 이 병원에서 D가 난동을 피웠다. 혼자 또는 다른 사람을 대동해 열한 번에 걸쳐 큰 소리를 질렀다. 행패를 부렸다. 심지어 D는 환자 진료 예약이 있는 의사를 붙잡는 위력을 행사했다. D에게 업무방해죄가 인정될까.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지 문제되는 사안이다.

검사는 D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항소심 법원과 대법원이 판단을 달리했다. 

항소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어떤 이유였을까. 모든 업무가 보호되진 않는다.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는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만일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해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 형법이 보호하는 업무로 볼 수 없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의료법에 따라 금지된다. 국민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지된다. 위반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국민보건상 위험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으로 용인될 수 없다. 보호가치 있는 업무가 아니게 된다. 항소심 법원은 이런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사건을 항소심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항소심 판단의 전제는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고용된 의사의 진료행위를 구별했다.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하여 그 진료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1도16482 판결).

사무장병원에서의 진료행위라고 해서 그 자체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단언하지 않은 셈이다. 의료인의 진료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인지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형태뿐 아니라 해당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진료의 내용과 방식,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시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D는 환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의사를 붙잡았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D의 행위와 그 당시의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공소사실 전부 또는 그중 일부는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종전 판례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그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고 있으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도2015 판결)는 종전 입장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의료인의 진료행위라는 업무를 분리해 보았다. 

환송심에서는 D가 이 사건 병원의 일반적인 운영 외에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인지에 대해 더 세밀하게 심리하여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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