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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 분쟁 조기해결에 도움 안돼

법률칼럼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 분쟁 조기해결에 도움 안돼

  •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오킴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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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오킴스)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오킴스)

2016년 11월 30일부터 의료사고로 인한 ①사망 ②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③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장애 정도가 중증에 해당하는 경우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의료사고에 관하여, 일방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조정절차를 개시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대상 의료사고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2023년 7월 현재 국회 소관위원회에서 심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개정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 외의 경우는 피신청인인 의료인이 조정절차에 참여 의사를 14일 동안 밝히지 않으면 조정신청이 각하되어 합의나 조정에 이르는 신청건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인데, 이와 달리 언론중재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및 한국소비자원 등의 분쟁조정제도는 피신청인의 동의여부와 관계 없이 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되고 있어, 의료분쟁조정도 조정신청에 따라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될 수 있도록 하여 환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언론 관련 분쟁이나 환경 관련 분쟁의 경우 그 특성상 분쟁의 대상이 상당히 공익적인 측면이 있거나 신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가해행위가 유지되어 피해의 회복이 불가하거나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의료분쟁의 경우 개별 환자의 신체적 상해에 관한 것으로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피해의 특성상 가해행위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고 보기도 어려워 신속한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모든 분쟁해결이 자동개시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청 건수 대비 조정성립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소비자의 소액 피해가 대부분이라 소송으로 진행할 경우 소송에 승소하더라도 실제적 보상이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소송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는 것인데 반해, 의료분쟁의 피해액은 통상적인 한국소비자원 신청사건 피해액보다 대부분 크다는 점에서 소송으로서도 실제적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이에 더하여 한국소비자원도 의료분쟁에 관한 분쟁해결을 하고 있으므로 구태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절차까지 모든 신청 건에 관하여 자동 개시가 되도록 하여 중복되는 절차를 마련한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편 조정절차 자동개시 규정 제정 당시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해당 규정에 따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조정절차를 통해 의료분쟁이 적은 비용으로도 신속하고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였으며, 의료계를 제외한 시민들이나 환자단체들도 소송 대신 조정절차를 통하여 의료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규정으로 인해 조정개시율은 증가하였지만, 정부가 홍보했던 내용이나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조정성립 비율은 낮아지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소액의 비용으로 의료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도모한다는 의료분쟁조정제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조정절차 자동개시의 경우 조정 '절차'만 개시하여 진행하는 것이지 조정 '성립'을 강제하거나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의료기관 측과 환자 측 사이의 합의와 수용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의료기관 측과 환자 측 간의 합의와 수용을 위해서는 조정절차로서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절차 진행 과정에서 양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조정개시율은 높아졌지만 조정성립율이 낮아진 것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절차에 참여한 의료분쟁의 양 당사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의학적인 분석결과 제시와 조정금액 산정 등 조정절차 진행과 관련하여 합리적이라고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모든 의료분쟁 사건에 대하여 단순히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양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자동으로 개시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의료분쟁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의료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정절차 참여율을 높여 의료분쟁조정제도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사건의 확대보다는 관련 법제도의 보완을 통해 관련 인력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절차 진행에서 당사자의 주장이나 의견에 대하여 면밀하게 검토하도록 하며, 감정부와 조정부가 절차 진행에 관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등 의료분쟁 조정제도가 객관적이고 합리성을 갖추도록 하여 양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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