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의학회 학술대회 필수의료 지원 실효 거두려면…"의사에 초점 맞춰야"
2023 의학회 학술대회 필수의료 지원 실효 거두려면…"의사에 초점 맞춰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6.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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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정책 '의료기관'에 중점…전문의·전문인력 직접 보상 필요
"전문의 삶, 근무여건 등 획기적 개선돼야 전공의 지원 늘어날 것"
정책 중심 국민이지만 보건의료 영역에선 서비스 제공자 의사가 핵심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필수의료 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한국형 개선방안 모색'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6월 15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필수의료 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한국형 개선방안 모색'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필수의료 지원 정책은 의사 개인과 의료기관을 구분해 시행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 개인과 의료기관의 입장이 같지 않는데 그동안 많은 정책들은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 개인이 아닌 의료기관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가 밝힌 필수의료 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준 강화, 전공의 배치 기준 개편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정책들이 필수의료 과목 선택을 고민하는 의사 개인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판단이다. 

필수의료 지원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이 의료 제공자를 충분히 더 고려해야 하며, 의사와 의료기관을 구분한 정책을 펼치고, 보상은 전문인력에 대한 직접 지원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사회가 '저비용 고효율'이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로 변화하고 있다는 데 대해 국민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문재영 충남의대 교수(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는 6월 15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한국형 필수의료 확립 방안' 세션에서 '필수의료 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한국형 개선방안 모색' 발제를 통해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과목을 지원하게 하려면 전문의들의 삶과 근무 여건에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문의들의 삶, 근무 여건이 획기적으로 나아져야 젊은 의사들의 지원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정책·제도만 바꾸려고 하면 혼란과 갈등만 조장될 수 있으며, 문화와 인식의 변화가 병행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견해다. 정부, 국민은 물론 의료기관과 경영자도 함께 의사들의 워라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문재영 교수는 "정책의 중심은 물론 국민이지만 보건의료 서비스에서는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가 중요한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시행하면 당장 의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거나, 의사를  유인할 수 있는 개선책이 돼야 한다. 의사가 변화에 참여해야 국민이 정책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책에는 의사 개인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는 지적이다. 

문재영 교수는 "의사가 정책의 도구이자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의사가 느낄 수 있는 기대 효과, 비전이 긍정적이지 않으면 정책에 참여하지 않게 되고 당연히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면서 "필수의료 과목 의사들이 정책에서 느낄 수 있는 기대 효과나 비전이 없으면 흉부외과 의사는 응급·중증 의료 대신에 하지전문 수술로 개원하게 되고, 신경외과 의사는 뇌혈관 수술 대신 척추질환으로 전공을 바꾸며, 산부인과 의사는 응급 분만과 당직 근무를 해야 하는 대학병원을 그만두게 된다.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라고 단언했다.

지방의료원의 의사 인력난에 대해서도 핵심은 급여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재영 교수는 "공공의료원의 조직, 문화, 진료시스템 등을 통해 환자 진료에 집중하며 의사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1년짜리 일회용 계약직 취급"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국공립병원들이 스스로 정 떨어지는 직장을 만들어놓고 수 억원을 줘도 오지 않는다고 말하면 안 된다. 수억 원을 줘도 근무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것은 조직과 지역에 기피할 만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비용고효율'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문재영 교수는 "정책은 의료 제공자를 충분히 더 고려하고, 의사와 병원을 나눠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의사 분포는 지역의 삶의 질, 병원의 대우, 업무량(동료의사 수)이 좌우한다"면서 "보상은 전문의·전문인력에게 직접 지원방식이어야 한다. 그래야 작게나마 분수효과라도 있다. 낙수효과는 없다. 전공의 진료과목 선택은 전문의들의 워라밸이 결정하지만, 정원만큼은 지역배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저비용고효율'이 아닌 '고비용저효율'로 변화했다는 데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은 필수의료 정책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인석 대한의학회 부회장,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의에는 발제를 진행한 문재영 교수,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등과 정재원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이재학 대한병원협회 보험·정책이사,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윤석민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 등이 나섰다.

먼저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재정 확보의 중요성이 제기됐다.

정재원 정책이사는 "필수의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재정이 중요하다. 정부 모든 부처가 필수의료 지원에 대한 정책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공공정책 수가는 적정보상을 이야기하지만 혁신적으로 수가 개선을 이뤄야 한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 문제도 중요하다. 의사 증원이 이뤄져도 필수의료로 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필수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정책수가를 투입해야 한다. 차제에 안정적 진료환경 구현을 위해 필수의료 사고 특례법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병원에 필수의료 역할을 분담하고 이에 대한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이재학 보험·정책이사는 "필수의료 지원 방향을 단기적 방향과 중장기적 방향으로 구분해야 한다. 의료취약지역 의료서비스 제공은 필수의료적 측면이 있다. 지역완결형이 목표인데 대형병원 중심 권역응급의료센터 확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심뇌혈관, 수지 접합, 소아 응급 등 분야에 중소병원 역할을 분담하고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라며 "국내 병원급 종사자 11만 2000명 가운데 수도권에 55%가 근무한다. 이대로라면 대행병원 쏠림현상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20%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혼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지원해선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팀을 이뤄서 병원에 지원한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 필수전공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선한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너무 가혹하다. 과도한 형사처벌은 재고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한국형 필수의료 확립 방안' 세션에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영 충남의대 교수,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정재원 의협 정책이사, 이재학 병협 보험·정책이사, 강민구 대전협 회장,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한국형 필수의료 확립 방안' 세션에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영 충남의대 교수,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정재원 의협 정책이사, 이재학 병협 보험·정책이사, 강민구 대전협 회장,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

의사의 자율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민구 회장은 "배출된 의사가 필수의료 영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이 중요하다. 의사도 생활인이고 한 명의 직업인으로 바라봐야 문제가 해결된다. 의사 수를 아무리 늘려도 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 의지만큼 중요한 것이 진료의 제공에 있어서 의사의 자율성 확보"라면서 "주100시간 근무,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사고로 인한 면허취소, 지방 공무원의 관료적이고 고압적인 행정 앞에서 사명감을 강조하는 전략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의사들은 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전문성이 존중받고 지지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고자 노력하는 시도가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필수의료는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민 교수는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 그래야 문제 해결이 빠르다, 범위가 너무 넓다보면 어떤 문제에 우선 순위를 부여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여론을 얻어가면서 정책을 수행하고 실제로 문제되는 것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소방서 개념을 자주 원용한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불이 나지 않지만 소방서를 설치하고 운영한다. 필수의료 영역은 이렇게 풀어가야 한다"면서 "무엇을 위해 인력·시설·장비에 투자해야 하는지로 논의를 좁혀야 한다. 그 다음에 수가 문제에 다가서야 한다. 정책의 창이 열렸을 때, 국민도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때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보건의료에 많은 예산이 쓰인다. 바꿔야 하는 데 틀이 너무 경직돼 있다. 보험재정 94%가 행위별 수가제로 지급된다. 이젠 여러 가지 지불보상방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상대가치×환자지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고 짚었다.

병원이나 의국의 조직문화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은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체계나 구조 어느 한 쪽만을 제대로 규명하고 원인분석을 통해 정책을 시행한다는 게 쉽지 않다. 서로 연관돼 있고 복합적인 게 많기 때문이다.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전체 보건의료체계를 살펴야 하는 고충도 있다"면서 "업무가 편하면서 보상이 더 나은 곳을 선택을 하는 게 당연한 사회다. 게다가 의료는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이 많이 떨어졌다. 몇몇 병원은 2∼3년 후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또 다른 어떤 병원은 전공의 충원을 이루며 꾸려가고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병원과 의국이 가진 조직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면서도 함께 이겨나가는 공유된 가치들이 좀 더 확산되길 바란다. 필수의료 인력 전문가 확보를 위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 세심하게 챙기겠다. 위기는 함께 고민하며 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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