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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치료받는 환자, 의사가 강제 퇴원?
응급실 치료받는 환자, 의사가 강제 퇴원?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0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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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현장 무시한 탁상행정…공권력 의무 떠넘겨"
"배후진료 불가한데 중증환자 강제 수용?...응급의료진 이탈 조장"
[사진=pexels] ⓒ의협신문
[사진=pexels] ⓒ의협신문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가 당정협의에서 제시한 응급실 경증환자 강제퇴원 조치를 강력 비판했다. 경증환자의 응급의료기관 이용 제한은 정부가 제도적 정비를 통해 의무화 해야 함에도,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31일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를 열어 지역응급의료상황실(가칭) 설치와 의료기관의 이송 환자 수용 의무화를 추진키로 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경증환자 진료 제한, 응급환자 진료 전 중증도 분류에 따른 경증환자 미수용 및 하위 종별 응급의료기관 분산 등의 방안도 함께 밝혔다.

특히 당정협의회에서 제시한 '병상이 없는 경우엔 경증환자를 내보내서 응급환자 병상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이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바의연은 "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던 환자를 이송 예정인 중증환자가 있다며 진료 불가를 통보하거나 강제퇴원 및 전원 보내는 것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힘든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공권력도 없이 환자를 내쫒는 업무도 전가해 중증환자 수용 불가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 어이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서 응급실을 방문했거나 응급실에서 장시간 대기하다 겨우 병상을 배정받아 치료받고 있는 환자에게 '다른 중증환자가 오고 있어 진료를 중단할 테니 나가달라'며 강제 퇴원 조치를 한다면 누구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바의연은 "환자를 내보내려는 의료진과 강제 퇴원을 거부하는 환자 및 보호자 사이에 격렬한 대립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폭언 또는 폭행으로 고발·소송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 이탈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의료기관에 중증환자를 의무적으로 수용하도록 강제하더라도 해당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와 중환자·입원치료 인프라 등 배후진료 역량이 부재해 악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법제처에서 규제심사 중인 '응급환자 수용 의무화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없으며, 거부 시 당직의사에게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용 가능기관이 없다면 지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일방적으로 수용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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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은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강제 이송·수용토록 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면서 "강제 이송한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분쟁 면책 조항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개탄했다.

경증환자 이송을 지역응급의료센터로만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경증환자는 이송을 통해서가 아닌 스스로 걸어서 응급실에 들어온다. 응급실로 걸어와 접수하고 온 환자를 의료기관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바의연은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며 탁상행정이 아닌 책임감 있는 정책으로 응급의료체계 살리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경증환자 과밀화 등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 행태와 근본적인 응급의료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했으나 이렇다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이 단순한 이송환자 의무 수용과 경증환자 수용거부를 대책으로 제시하자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청은 최근  '주취자 보호조치 메뉴얼'을 개정, 주취자 분류에 단순 주취자·만취자 외에 '보호조치 필요 주취자'를 신설했다. 의식이 있더라도 정상적인 판단·의사능력이 없는 주취자는 '보호조치 필요 주취자'로 분류, 응급의료센터 등 보건의료기관으로 옮기도록 해 응급실 과밀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중증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상급병원 과밀화 해결 △경증환자 119 이송 금지 △경증환자 상급병원 응급실 이용금지법 마련 △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등을 제안하고, 상급병원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논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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