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의사가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창백한 의사가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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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알약의 개수가 또 늘었다

 

대기실 컴퓨터가 몇 번인가 재부팅되고

바지춤의 시계추는 작동을 멈추었다

 

실내조명은 밝은 편이다

검은 청진기는 골병든 뼈들의 내력이다

 

병색이 짙어지면 노란 하늘은 먼지처럼 가벼워질 겁니다

봄날을 통과하려면 과열된 심장에 냉각수를 보충하고

메마른 전두엽에 감성을 수혈해야 합니다

 

재빨리 마스크를 쓰고 진료실을 빠져 나왔다

아프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덜 어지럽거나 더 심하게 흔들리고 있을 뿐

 

거리두기에 지친 길고양이가

수염을 늘어뜨린 채 나른한 봄볕을 거느리고 있었다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그림자가

햇빛 찬란한 봄의 난간으로 걸어갔다

 

늙은 의사의 눈동자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리얼리스트의 심박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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