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무 교육' 대폭 손봐야 한다

'법정의무 교육' 대폭 손봐야 한다

  • 이명진 초대 의료윤리연구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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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총 24점 연수평점 취득하지 못하면 면허신고 불가
법정의무교육 19개…행정편의주의· 법 제정 만능주의 폐해
중복 교육 통폐합·매년 → 3년 시기 조정…의무교육 개선해야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은 매년 8점 이상의 연수평점을 획득해야 한다. 또한, 3년간 총 24점 이상을 취득해야 하고 이 중 2점 이상은 필수과목(의료윤리·의료 법률·의료감염관리·의약품 부작용사례·의료분쟁 사례)을 이수해야 한다. 3년 동안 24점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면 면허신고를 못 하게 된다. 의료전문가로서 잊어버린 내용을 다시 알게 하고, 새로운 의학지식과 술기를 배우기 위해 꼭 필요한 교육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은 연수교육 이외에도 의료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진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무교육을 무려 19가지나 받아야 한다. 이 중 한 번 교육이수로 끝나는 3가지 교육과 매 2년에서 3년마다 교육을 받아야 하는 교육 그리고 12개(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아동학대신고 의무자 교육·노인학대신고 의무자 교육·장애인 학대 신고 및 장애인 성범죄 예방교육·긴급복지지원 신고 의무자 교육·의료기관 결핵예방교육·마약취급자 교육·의료관련 감염 예방교육·산업안전보건교육·퇴직연금교육·개인정보보호교육)는 매년 마다 재교육을 진행하고 교육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만약 법정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시정명령과 경고,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 업무정지 3개월의 처벌을 받게 된다. 

국민의 안녕과 건강을 위해 만든 법조항이지만 각종 법률로 정해 놓은 수많은 법정교육을 매년 수행하는 일이 녹록하지 않다. 어떤 교육은 반나절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다. 생소한 언어와 난해한 문장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설명해 놓은 참고 자료를 들여다보아도 설명해 놓은 말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중앙회(대한의사협회)와 지역의사회 등에서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보내오는 공문이 차고 넘친다. 의무교육이 하도 많아서 교육이수에 빠지지 않도록 아예 표(의료기관 운영 관련 법정교육 안내 http://www.kma.org/notice/sub15.asp)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기에 이것저것 지켜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이에 관한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교육을 받다 보면 이런 내용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내용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법정교육이니 해야 하나보다 하고 매년 늘어가는 교육을 받다 보니 19가지나 돼버렸다. 교육내용과 절차와 과정이 너무나 복합하고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허례허식의 대명사인 조선시대 관혼상제의 시대가 되돌아온것 같다. 까다롭고 복잡한 예법에 얽매여 살았던 옛 조상들의 피곤에 찌든 모습들이 21세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오버랩 되는 것 같다. 행정편의주의와 법 제정 만능주의가 만들어 놓은 폐해가 아닐 수 없다. 법정의무교육이 20개 이상으로 언제 늘어날지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과 공무원들은 법과 시행령만 만들어 놓으면 코끼리라도 냉장고에 넣을 수 있다고 믿고 있나 보다.

누군가 과도한 행정편의주의의 법정교육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대폭 손볼 시기가 된 것 같다. 자율교육이라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교육내용들이 수두룩하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될 부분들과 지나치게 세세하고 지엽적인 부분들은 정리해야 한다. 

현재 19개 교육과정 중 꼭 필요한 내용만 해야 한다. 아울러 (1) 내용이 중복되는 것은 통폐합하고 (2) 매년 실시하는 규정을 3년에 한 번로 줄이거나 (3) 내용도 대폭 줄이고 설명도 쉽게 수정해야 한다. 또한 의무연수교육 중 필수교육 평점 취득과 연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 하다. 관련 단체들과 국회와 해당 정부부서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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