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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환자 창상 감염 감시 부주의로 병원 손배 60% 책임

화상 환자 창상 감염 감시 부주의로 병원 손배 60% 책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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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뇌수막염·골수염·경막외 농양 피해 발생
화상전문병원, 환자 입원 후 항생제 투여만하고 세균배양검사 안해
법원 "환자 패혈증 걸릴때까지 창상감염 감시 주의의무 게을리" 판단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화상을 입은 환자에 대해 창상 감염에 대한 감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화상치료 전문병원에게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60%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방법원은 4월 5일 원고가(환자)가 피고(화상치료 전문병원)에게 "화상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 뇌수막염, 골수염 및 경막외 농양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이 감시의무를 게을리 한 것을 인정, 손해배상 60%를 책임지라고 판결했다.

환자 A씨는 2017년 10월 24일경 전기장판 사용으로 인해 좌측 둔부에 화상을 입고 2017년 11월 17일 B병원(피고)에 내원했고, 2018년 1월 2일까지 B병원에서 좌측 둔부에 발생한 화상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 뇌수막염, 골수염 및 경막외 농양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B병원은 A씨에게 표피, 진피, 지방층까지 손상된 3도 화상으로 진단하고 2017년 11월 19일부터 입원치료를 시작했다. 또 2017년 11월 21일 가피(eschar;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된 피부조직이 괴사되어 진피층에 붙어 있는 것을 말함) 절제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병변부위에 2개의 농양 주머니를 확인했다.

수술 후 반복적인 항생제 치료에도 A씨의 화상 병변부위 농양에 호전 반응이 없자 B병원은 두 차례(2017년 11월 28일, 12월 6일)에 걸쳐 농양제거수술을 시행했다.

또 입원 초기 일반적인 혼합 항생제 병합요법으로 치료하다가 치료에 반응이 없자 2017년 11월 30일부터 3세대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주'를 투여했고, 이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2017년 12월 29일 혈액, 창상, 소변, 중심정맥 주입관에 대한 세균배양 및 항생제 감수성검사를 의뢰하고,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17년 12월 30일부터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혈액 세균배양 검사 결과는 2018년 1월 8일에 나옴)

이 사건에 대해 감정의는 '세프트리악손주'를 사용하고 2주 정도 됐을 때 창상(3도 이상의 화상에서 가장 흔하고 주의해야 할 합병증. 화상 환자 초기 치료 시 매일 드레싱이 불문율과 같은 원칙임)의 호전이 없었다면 이때 창상에 대한 세균 동정 및 배양검사, 항생제 감수성검사를 시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2018년 1월 8일 검사 결과, A씨의 3개 혈액 검체 중 1개에서, 창상 검체, 중심정맥 주입관 검체에서 각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이 동정 배양됐고, 반코마이신, 테이코플라닌 등의 항생제에 감수성이 있으나 페니실린 계열에는 내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세프트리악손주는 검출된 황색포도알균에는 효과적이지는 않았다.(황색포도알균이 병원 내원 전부터 존재했는지, 입원 도중 감염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음)

A씨는 2017년 12월 27일부터 고열 및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다음날부터는 범혈구 감소증, 감염수치 상승, X-ray 검사상 폐부종 소견 등이 나타났으며, 2017년 12월 30일 경에는 고열(38.5도), 의식저하, 섬망의 증상이 나타났다.

A환자는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2018년 1월 2일 D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D대학병원 의료진은 요·천추부 통증 및 운동제한의 장해가 남을 것으로 사료되며, 척추고정술에 의한 요통 및 요·천추부 운동제한은 영구적인 장해로서 노동능력상실률은 33%로 신체감정했다.

재판부는 A환자가 B병원에 내원한 2017년 11월 30일부터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2017년 12월 29일까지 병원측의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살폈다.

재판부는 "3도 이상 화상에서 가장 흔하고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창상 감염"이라며 "매일 드레싱이 불문율과 같은 원칙이고, 창상 감염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 매일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며 "창상 감염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내원 시에 세균동정 검사를 시행하고, 이후 상처에 이상이 없는 경우 주기적인(약 1주 간격으로) 세균동정 검사를 시행하다가 창상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즉각 다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런데 "피고 병원은 A환자가 패혈증 등에 걸릴 때까지 창상 감염에 대한 감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병원 측 책임을 인정했다.

즉, 2017년 11월 30일부터 3세대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주'를 투여했으나, 창상에 대한 호전이 없었음에도 주기적으로 창상 감염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고, 만연히 동일한 항생제만 계속 투여하다가, 이후 환자 상태가 악화된 2017년 12월 29일에서야 비로소 창상에 대한 세균동정 및 배양검사, 항생제 감수성검사를 시행했다는 것.

재판부는 "이는 피고 병원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필요하고도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는 진료계약상 채무를 해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환자가 2010년경 좌골신경통-허리엉치 부위 등의 증상으로 치료를 받고, 2017년 11월까지 수 백 차례에 걸쳐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의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과거병력이 확인된다며, 손해의 전부를 피고(B병원)에게 배상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에 반한다며 책임비율을 60%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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