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노조와 학생 회원
의사노조와 학생 회원
  • 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전 고려의대 교수·의인문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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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의 의사단체 가입·활동
'의사 전문직업성' 이해도 높여

의사노조로서 단체적 정체성이 명확히 확립돼 있는 영국의사회나 다른 나라의 의사회를 보면 의과대학 신입생부터 의사회의  회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의과대학생을 이미 전문직으로 편입된 예비의사로 간주하는 것이다. 

학생과 의사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우리 문화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의과대학생이나 의사에게 공부는 피할 수 없다. 의사가 학자가 되어야 하는 의무는 없으나 직업의 특성으로 학습은 평생 해야 한다. 의사의 권익보호가 주 된 목적인 의사회는 회원의 학습과 일상적인 전문직업 생활에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도전적 상황에 대해 회원이 은퇴 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설립의 근거가 법으로 되어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학생을 회원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아마도 설립 근거가 법이고 회원의 자격이 우선 의사면허 소지자인 의사로 국한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선을 위해서 임상 조기노출이 화두가 된지 이미 꽤 됐다. 의과대학에 입학해 의료 환경이 아닌 강의실과 실험실, 그리고 대학교정으로 교육환경이 제한되어 있는 것은 전문직 양성의 개념과 맞지 않는 것이다. 전통적 의학 교육은 전문직에 대한 체화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상상의 의료 환경 속에서 암기위주의 의미 없는 학습을 해야 한다. 

이런 재미없는 의학교육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 임상 조기 노출이 등장했다. 학생이 의료현장에서 자신이 인지하는 학습의 요구와 전문직 생활에 대한 체화된 이해를 유도해 보다 의미 있는 학습과 학습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서 암기위주의 기초교육이 아닌 실제 실험과제 참여 등 의과대학생이 출간하는 논문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임상조기 노출과 같은 맥락에서 의과대학생의 의사회 회원 가입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의사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학교에서 제공할 수 없는 전문직의 사회 문화적 테두리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넓은 의미의 전문직화(professionalization)가 자연스럽게 저절로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라는 전문직업에 대한 파악이 아직 희미한 의과대학생에게는 왜 회원이 돼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에 대한 설명과 상당한 가입 의지를 부여해야 한다. 영국이나 독일 의사회를 보면 학생의 회원가입을 권장하고 독려하는 노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의학협회(German Medical Association)은 법정단체로 공익단체이지 의사의 권익을 위한 이익단체는 아니다. 독일의 의사 이익단체는 마부르그분트(Marburger Bund)로 유럽에서 가장 큰 의사노조인데 우리나라는 영문 Korean Medical Association이 대한의사협회로 번역돼 독일의학협회가 이익단체처럼 보이는 용어와 번역상의 문제를 갖고 있다.

독일 의사 노조인 마부르그분트의 안내문을 보면 노조는 의과대학생부터 시작해 초기의 경력에서 은퇴에 이르기까지 의료생활 전반에 걸쳐 학습이나 일상적인 직업 생활의 도전적인 모든 전문적 문제를 지원하는 강력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 노조의 주요 관심사안 임을 천명하고 있다.

즉, 노조는 학업 기간과 전문직 생활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지원과 조언은 물론 모든 의학적 지식을 전달하고 강화하는 것이 목적임을 밝히고 실행하고 있다. 의과대학생 시절의 각종 시험은 모든 의사에게 부담스러은 부분이다. 2012년부터 독일 의과대학 졸업생 몇 명이 모여 시작한 의학공부를 위한 거대한 플랫폼인 AMBOSS는 미국의사시험 USMLE를 위한 부분을 플랫폼 내에 별도로 설치할 정도로 성장했다.

독일 의대생의 95%가 사용한다고 하는데 의사노조는 가입학생에게 이를 무료로 구독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사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AMBOSS 구독을 통한 모든 의료 지식에는 의료 전문가가 훈련 및 추가 교육 및 일상 업무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의료 지식이 포함되어 있고 70명 이상의 의사가 매일 프로그램의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확장한다.

학제 간 접근 방식, 다층적 품질 보증 프로세스 및 최신 상태유지로 의과대학생이나 의사는 임상 질문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갖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마부르크 분트는  의과대학생을 위해 의사시험의 준비도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회원은 일반회원이 누리는 혜택과 학생에게 주어지는 혜택 모두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조는 학생이나 의사의 학업의 모든 측면에 대한 조언(예: 해외 임상 연수), 무료 개인 및 전문 책임 보험 등 수많은 추가 교육을 제공한다.  그리고 첫 고용 계약이나 학생신분으로 고용에도 법적 자문을 제공한다. 노조가 대학교육에서 제공할 수 없는  전문적인 삶과 지식을 위한 준비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국의 의사노조인 영국의사회도 독일 의사노조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학생회원의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의과대학생이나 의사에게 필요한 모든 학습 자료를 영국의사회 도서관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회원이 곤경에 처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면, 영국의사회 전문 상담사가 연중무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의사이익 단체인 만큼 고용조건에 관한 조언이나 법적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연금에 대한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영국의사의 은퇴 연령이 60세정도인 것은 은퇴 후 급여 보존율이 70%를 상회하고 8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의사 개개인에 대한 독립적인 재정 조언·개인 또는 상업 보험·외환 전문 파트너를 선택하도록 도움을 줘 의사가 재정적 투자를 돕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사에 대한 정부의 끊임없는 각종 규제에 대한 대응을 하느라 대한의사협회의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법정 단체로 보건복지부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애매한 이익단체로 본격적인 이익단체로서 보여줘야 할 여러 가지 서비스를 갖추는 데는 아직 시간을 요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의사 이익단체가 보여주는 학생회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임상교육의 조기노출이 중요하듯이 학생에게 의사단체에 대한 가입과 활동으로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사협회의 의사권익보호에 대한 출발시점도 학생으로 시작돼야 한다. 아직도 의과대학 별로 교육과 연구역량의 차이가 심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처지에 의사협회도 학생의 이익을 위해 대학이 제공해 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교육과 서비스를 마련해 학생시절부터 왜 의사단체가 필요한 것인가를 스스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체화된 학습으로 유도해야 한다.

학생부터 다져진 의사단체에 필요한 역량의 배양이 바로 단체적 리더쉽 교육으로 의사단체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정권은 학생운동으로 출발 한 사람들이 쟁취한 권력임을 생각해 보면 의사회의 학생회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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