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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이유 건보공단 병원에 구상금 청구…결말은?

낙상사고 이유 건보공단 병원에 구상금 청구…결말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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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 낙상사고 원인 잘 모르지만, 병원의 높은 주의 요구 고려 과실 인정
대법원, 병원 과실 인정해 건보공단 구상금 60% 배상 인정 원심판결 파기환송
"막연히 병원 과실 추측하고 객관적 과실 불명확…주의의무 위반 단정 못해" 판단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병원이 환자의 낙상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낙상사고에 대해 병원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원심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환자의 낙상 방지를 위해 병원이 나름의 조처를 했을 뿐만 아니라 낙상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 및 그 경과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낙상사고 당시 환자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11월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K대학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 6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건보공단에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이 사건은 K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가 침상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를 입은 것에 관해 병원 측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 2심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낙상 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고, 사고 방지에 필요한 조처를 다 했음에도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낙상 환자 관리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병원이 노력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됐다.

A씨는 2017년 12월 7일 급성담낭염으로 K대학병원에 입원, 경피적 담도 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PTGBD insertion)을 받았다. 수술 이후 혈압 저하, 고열, 패혈증이 생기자 중환자실로 옮겨 고유량 비강 캐뉼라 산소투여 등의 치료를 했다.

K대학병원은 A씨를 낙상 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분류, 낙상사고 위험요인 표식 부착, 침대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침대 바퀴를 고정, 사이드레일 올림, 침상 난간 안전벨트 사용 등 낙상 방지를 위한 조처를 했다.

A씨에게도 여러 차례 걸쳐 낙상 방지 주의사항을 교육했다. 그런데 A씨는 2017년 12월 11일 오전 4시경 중환자실 침대에서 떨어져 뇌를 다쳤다.

K대학병원이 작성한 간호기록에 의하면, 간호사는 낙상사고 발생 직전인 오전 3시 25분경 A씨가 '뒤척임 없이 안정적인 자세로 수면 중인 상태'를 확인했으며, 오전 3시 45분경 'PTGBD 배액 중'이었는데, 오전 4시경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침상 난간 안전띠와 침대 난간을 넘어와 엉덩이 바닥에 닿아있는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찧는 상황'을 발견했다. 당시 K대학병원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환자 3명을 담당했다.

건보공단은 총 1억 6665만원의 진료비에 대해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사건 당시 A씨는 수면 중인 상태였고, 낙상사고는 K대학병원의 관리 소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K대학병원은 A씨를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해 낙상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져 뇌 손상을 입은 사고로 인한 치료비에 대해 건보공단이 건강보험재정을 지출하게 한 책임이 있다며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60%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모든 증거를 종합해도 환자 A씨가 어떤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사고 장소가 중환자실이었고 환자 A씨는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할 정도로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이므로 병원의 더욱 높은 주의가 요구됐다고 할 수 있다"며 "낙상사고에 관해 병원이 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가 다소 불명확한 점 ▲병원도 낙상사고 방지를 위해 상당한 정도의 조치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환자 A씨는 혈액응고도가 낮아 이 사건 낙상사고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 건보공단에 구상금 99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도 "A씨가 안전벨트를 풀고 낙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소음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당시 근무 중이던 병원 직원들이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는 등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에게 높은 주의가 요구됐음에도 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1심판결과 마찬가지로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이 60%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않고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로 삼고 있으나,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 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A씨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 것인지 자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라고 밝힌 대법원은 "원심은 병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병원 측 과실로 인해 과연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더욱 충실히 심리·판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라며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이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한 여러 조치는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춰 부족함이 없었고, 간호사가 A씨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갖고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아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판시 사정에 기초해 K대학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보아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말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에서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K대학병원의 상고는 이유가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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