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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혈액검사 가능하다는 공무원 이름 대라"

"한의사 혈액검사 가능하다는 공무원 이름 대라"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2.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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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의사 사용불가' 과거 해석 번복 의혹 제기
법률 자문 및 의견 수렴 여부, 담당 공무원 실명 요구

 

▲대한의사협회 이성우 정책이사(가운데) 등은 지난 1월 29일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한의사가 혈액검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인 혈액검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한 보건복지부에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복지부의 판단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담당 공무원의 실명과 회의록 등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 7월 27일 '양방의학적 이론에 의한 혈액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한의원에서 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2014년 3월 19일 돌연 '(한의사가)채혈을 통해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수치화돼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기존과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당시 복지부는 한의사가 혈액검사기를 사용해도 되느냐는 한의사협회의 질의에 대해 기존 해석을 뒤집는 해석을 내리면서, 헌법재판소가 2013년 12월 일부 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이 가능하다고 결정 내린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현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의학·한방 의료간의 진료방법 및 치료기술이 점차 접근돼 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복지부의 유권해석 번복은 헌재 결정은 곡해한데 따른 것이라고 반박한다. 의협에 따르면 헌재는 안압측정기 등 일부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기 위해선 기기의 사용이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며 분명한 단서 조건을 달았다. 특히 기기 판독 해석에는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므로 한의사의 면허범위 내 교육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엔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복지부가 헌재 취지를 정확히 이해했다면 혈액검사기는 한의사 사용이 불가하는 기존 해석을 뒤집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혈액검사는 '채혈'을 동반하는데, 이는 혈관에 주사기를 삽입하는 침습적인 의료행위이므로 행위 자체로도 출혈·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혈액검사는 단순히 각각의 수치가 정상/비정상이라는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종합적인 의사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환자의 치료 결정에 과실이 생길 수 있다.

결국 헌재가 제시한 '보건위생에 위해를 가할 필요가 없어야 하고 결과 판독에 한의사의 진단능력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에 혈액검사기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한의사협회에 보낸 공문. '혈액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했다. 

의협은 최근 보건복지부를 항의 방문해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어떠한 법률 자문을 거쳤는지, 어떤 전문가 단체의 자문을 거쳤는지, 복지부 내부에서 어떤 회의를 거쳤는지에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혈액검사가 한의사의 진단능력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혈액검사의 해석에는 병리·생리·화학·물리 등의 과학적인 기초와 함께 질병을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임상수련까지 겸비해야 하는 분야인데, 과연 한의과대학의 교육 수준이 이런 기준에 부합된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또한 한의사면허시험에 현대의학적 혈액검사의 출제사례와 출제 문항 수, 전체 시험 문제 중 출제 문항의 비율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혈액검사기 유권해석을 뒤집으면서 기존의 다른 판례는 참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6년 12월 "한방의료행위란 우리의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2008년 10월 "어떠한 진료행위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결국 해당 진료행위가 학문적 원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당시 행정법원은 "서양의학의 진찰방법은 서양과학인 실험과학에 근거를 두고 인체의 화학적, 생물학적인 변화를 관찰, 측정하는 데 주안을 두고 있다"며 "문진·시진·청진·타진·촉진 등을 비롯한 전통적인 진단방법 이외에 CT기기·MRI기기·초음파검사·EKG·혈액검사·소변검사 등 각종 기기를 이용해 검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 역시 2014년 2월 한의사의 IPL 사용에 대해 유죄 선고하면서 "의료기기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료기기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보건복지부가 기존 판례에 대한 검토는 물론 관련 전문가 단체의 의견도 전혀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유권해석 변경 당시에 전문 학회들은 어떠한 의견 조회나 자문에 대한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 이는 전문가를 배제하고 복지부가 내부적으로 신중한 고민 없이 결정했다는 증거"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또 유권해석 상 현대 의학적 혈액검사의 한의사 허용이 복지부의 공식적인 의견이라면 허용하는 항목을 밝히고, 유권해석을 변경하는 데 관여했던 부서와 담당자 실명, 결정 과정에서 진행된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의협은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사용은 한의사의 진단능력을 넘어서며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혈액검사와 같은 검체검사는 검체채취의 과정보다는 검사결과 도출과정의 정확성과 판독의 적절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액검사의 종류는 수 백여 가지에 달해 한의사는 해당 검사의 의미나 결과의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혈액검사결과의 도출과 판독에 오류가 있을 경우 제대로 된 치료가 되지 않아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전문가 자문을 구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하고, 복지부의 답변을 받은 후 법적조치 등을 검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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