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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허탕'·재탕 이슈들로 허탈했던 국감

메르스 '허탕'·재탕 이슈들로 허탈했던 국감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9.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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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청와대 증인채택' 합의 실패...감염병 관리체계 개편 기회 날려
노인정액제 등 국감 단골메뉴에 "검토하겠다" 영혼 없는 답변 반복

메르스 국정감사가 무산되고 매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슈에 대한 질의와 변하지 않은 보건복지부 등 피감기관의 답변으로 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1차 국감(10월 1일~8일까지 2차 국감 실시 예정)이 싱겁게 마무리됐다.

지난 10일 개시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여야의 메르스 사태 관련 증인채택에 대한 이견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새정치민주연합측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복지비선관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메르스 사태의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여당의 비협조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증인채택 논란은 메르스 국감일로 별도 지정된 21일에도 이어졌고, 여야 원내수석 부대표들까지 나서 청와대 인사 증인채택 문제를 봉합하고 국감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당 지도부의 반대로 메르스 국감은 무산됐다.

메르스 사태로 1만명 이상의 격리자와 186명의 감염자, 그리고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전 국민이 공포에 휩싸이자 여야 의원들은 앞 다퉈 수십 건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메르스 사태 재발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사태 발생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가 결정한 것은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을 위한 피해 보상예산 2500억원과 전문성이 있는 검역조사원을 늘리는 것뿐이다.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까지 별도로 꾸려 운영한 것 치고는 초라한 성과다. 정부도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많은 의원들이 공감을 표하고 국감감염병 관리체계 개편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던 의료계 종주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제안한 '감염병 예방관리 중장기계획'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메르스 사태 발생 직후부터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의료이용체계와 의료문화의 개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응급실 의료체계 개선 ▲의료계와 공조를 통한 위기관리소통 체계의 구축 ▲보건의료부 독립과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인적자원 확충 등 10개 주요 아젠다로 구성된 계획안을 마련해 대국회 활동을 펼쳤다.

특히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이명수 의원과 김성주 의원 등을 만나, 계혁안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개정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들 의원들도 의협의 개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이번 정기 국감을 통해 메르스 사태 발생 원인규명을 마무리하고 제대로 된 국가감염병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메르스 관련 청와대 인사 증인채택이라는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사안에 대한 이견으로 귀중한 기회를 날려버렸다.

야당이 청와대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려했던 표면적 이유는 메르스 사태의 원인규명과 병원명단 등 정보공개 연기 원인을 밝히겠다는 것이었지만, 속으로는 메르스 사태를 이용해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을 부각시켜 내년 4월 총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이를 간파한 여당은 청와대 인사들의 증인채택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결국 사태 해결과 무관한 정쟁 때문에 국가감염병 관리체계 구축 기회가 허무하게 무산돼 버렸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메르스 사태의 원인규명과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부담을 느낀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이 종합국감 이전인 10월 7일이나 종합국감일인 8일 중 하루를 메르스 국감일로 다시 정하기 위해 협의 중이지만, 다시 국감일이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여야 의원들의 태도변화 없이는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 국회 주변의 반응이다

복지부, 해묵은 개선 과제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이자 국감 단골메뉴인 노인정액제, 차등수가제, 식대수가 개선, 정신과 정액수가 개선 등도 이번 국감에서 재논의됐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당장 개선이 어렵다는 답변은 변하질 않았다.

노인정액제의 경우 17대와 18대 국감에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올해는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해 '노인 표 다지기'에 부합하는 이슈여서인지 여야 의원들이 너도나도 노인정액제 상한액을 상향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정진엽 신임 보건복지부장관도 노인정액제 상한액 상향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상향조정이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서면답변 내용은 정 장관의 발언과 거리가 있었다.

서면답변에서 보건복지부는 "노인외래 진료비 정액제 상한기준이 1만 5000원 이하로 고정된 반면, 매년 진료수가는 인상돼 적용대상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노인 인구변화, 평균적인 진료비 증가 추이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4년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19조 4000억원으로 전체 진료비(54조원) 에 35.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08년에 비해 1.8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면서 "상한선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건강보험 소요 재정이 급증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이 너무 커서 제도 개선을 하기 힘들다는 기존 답변을 반복한 것이다.

의협은 지난 수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노인정액제 개선을 요구해왔다. 지난 1995년 제도 도입 당시 정해진 1만 5000원 상한액이 제도 시행 20년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아, 매년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가인상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노인환자에게 기본 진료만 제공하더라도 상한액을 초과해 세배 이상(1500원에서 4500원 이상) 본인부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노인환자들의 항의로 의료기관들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한액 인상에 부정적인 답변을 고수해, 의료계에게 또 한 번 실망을 안겼다.

차등수가제 폐지는 노인정액제 못지않은 오래된 의료계 숙원이다. 지난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차등수가제는 제도의 목적을 이미 달성했음에도 폐지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차등수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열렸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차등수가제 폐지 안건이 상정됐다가 부결됐다"면서 "안건을 재상정해 논의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열렸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됐던 차등수가제 폐지 안건은 보건복지부의 충분한 사전정지 작업 없이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다가 부결됐다. 시민단체 대표는 물론이고 상당수 공익대표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보건의료단체 대표들의 반대가 부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차등수가제 폐지를 위한 소극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안건만 재상정하겠다고 답했다.

입원환자 식대수가 개편과 관련해서도 보건복지부는 "매년 식대가 자동적으로 인상되는 기전을 검토할 예정"고만 답했다. 정신과 정액수가 문제에 관해서도 "현행 정신질환 수가체계에 대해 의료서비스 질 저하 및 수급자 차별 등의 지적이 있어 전문가 및 현장의 의견 수렴,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쳐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는데 그쳤다.

의료계 대정부 투쟁 '단초' 제공한 정진엽 장관 '입'
답답하고 심심했던 국감 분위기를 한순간에 냉랭하게 바꾼 것은 취임한지 보름도 안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관련 발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12일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에 대해서 정 장관의 소신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최 의원은 "한의사들이 저용량 엑스레이 가지고 뼈에 금이 갔는지, 안 갔는지 확인하게 하는 거 장관이 속한 정형외과 의사 반대로 못하고 있는데 그거 해주실 용의가 없으시냐"고 물었고 정 장관은 답변을 주저하다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다시 한 번..."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최 의원은 "그러니까 장관 생각 어떠시냐구요. 정형외과 의사가 반대해서 안 되고 있는데 정형외과 의사이시잖아요"라고 재차 물었고, 정 장관은 "제가 개인적으로 반대한 건 아니고..."라고 또다시 말끝을 흐렸다. 최 의원은 "개인적으로 반대는 안하신다는 얘기죠? 그럼 개인적으로는 인정할 수도 있다고 이렇게 해석하겠습니다"고 서둘러 질의를 끝내버렸다.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언론에서는 정 장관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찬성하는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고,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정 장관은 국감에 앞서 실시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 이미 같은 질문에 다른 답변을 한 바 있었다. 인사청문회 당시 정 장관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관련 단체들이 자율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 장관의 충격적인 국감 발언에도 섣부른 대응을 자제한 채, 정 장관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의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반대하지 않고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문형표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서면질의에 대해 "일정범위 안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부가)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이라는 상호 독립적인 면허를 부여해 법적으로 명백히 다른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 현행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와 한의계 간의 자율적인 논의 기구를 마련한 만큼 상호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를 바라며,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자중해 달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24일 전국의사 대표자궐기대회를 개최해 대표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대정부 투쟁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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