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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00명 접종하던 공보의 '경고' 받은 이유?

하루 800명 접종하던 공보의 '경고' 받은 이유?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12.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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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보건의료원, '불친절' 민원 공보의 '경고' 처분
대공협 "무분별 접종 부작용을 공보의에 떠넘기나?"

지난 10월 20일 연천군 보건의료원. 독감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줄로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오전 11시께 노년의 부부가 접종차 의료원을 찾았다.

예방접종실에 들어가 담당의사에게 "감기기운이 약간 있는데 괜찮냐"고 물으니 "안 된다. 다음에 오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 의사는 그 자리에서 독감예방 신청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관련 서류는 즉각 폐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다할 설명 없이 접종을 받지 못한 어르신은 몹시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그날 즉시 해당 보건의료원 홈페이지 신문고 게시판에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오만 불손한 의사는 처음 본다"는 글을 남겼다.

게시글에서 어르신은 "시골 사는 노인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대하다니 이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라며 "다음에 또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보건복지부에 정식으로 고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글은 접종을 반려한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불이익으로 돌아왔다. 연천군 보건의료원은 최근 공보의 김 아무개씨(33)에 대해 불성실 근무와 불친절 민원을 이유로 '주의·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장 이달부터 3개월간 진료활동장려금을 받지 못하게 된 김씨는 "딱히 불쾌감을 주려고 한 의도는 없었는데 이런 법이 어딨냐"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하루 출장비 2만원을 받고 그날 하루에만 800명에게 접종을 시행했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다른 지역에서 부작용 사례가 있다고 보고도 받은 상태라 접종을 반려한 것"이라며 "800명 중에 한 명이 쓴 글 때문에 이런 처분이 내려진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시글을 확인한 뒤 사과의 뜻을 담은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김씨는 "아직 의사로서 경험과 소양이 부족해 환자분에게 충분한 설명과 안내를 하지 못하고 불쾌감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더욱 더 친절하고 세심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현재 김씨는 해당 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하고,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도 사안을 알렸다. 하루 수백 명씩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예방접종 특성상 다른 지역 공보의들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로 복무 3년차인 김씨는 "이틀 동안 1000여명을 접종하면서 너무 힘들어 중간에 '제발 쉬었다 하자'고 할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싶었을 정도"라며 "공보의 한 명이 하루 3000명을 접종하는 지역도 있다. 아무리 공짜라지만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인 대공협 회장은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접종량이 많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프닝"이라며 "단순 주의처분도 아니고 경고까지 동시에 나간 것은 민원인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책임을 공보의에 떠넘기는 행태"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김 회장은 이어 "지역보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보의를 공무원이나 같은 구성원으로 대우해주지 않은 지자체의 태도에 실망스럽다"며 "행정처분에 정당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대한의사협회와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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