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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사태...승자·패자 없는 싸움으로 끝날듯

세브란스 사태...승자·패자 없는 싸움으로 끝날듯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6.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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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료원측, 의료원장·학장 선출 놓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겨
총장측 안에 대해 5일 세브란스 비대위 설문조사 결과 발표 주목

 
연세의료원장 선출을 놓고 연세재단 이사회(총장측)와 연세의료원 교수들의 갈등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세의료원장 및 연세의대학장 임명권을 지키려고 했던 총장측은 무리하게 정관을 개정하면서 세브란스 교수들의 반발만 샀고, 세브란스 교수들은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라는 하나의 목표를 통해 결집력은 키웠지만 총장의 연세의료원장 및 학장 임명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세브란스 사태는 지난 4월 29일 재단 이사회가 '직·간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의료원장을 총장이 임명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정관을 개정하면서 불거졌다.

재단 이사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자 그동안 선거에 의해 연세의료원장 및 의과대학장을 선출하고 총장에게 추천해 인준을 받아왔던 세브란스 교수들은 "명백한 자율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이사장 및 총장실을 항의방문하고, 교내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또 2차례에 걸쳐 궐기대회를 열고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를 위해 하나된 목소리를 냈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자 김석수 재단 이사장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세브란스 교수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정관에 따라 총장이 연세의료원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다만, "세브란스 교수들은 재단이 의료원의 수익을 노리고 재정권까지 가져가는 것처럼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세브란스의과대학이 소유했던 재산에 대해서는 별도 회계로 구분해 잘 관리해 오고 있다"며 재정권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총장측은 연세의료원장 선출과 관련 ▲후보자는 호선으로 추천된 6명으로 하고 ▲추천심사위원회에서 무순으로 3명을 추천 ▲추천위원회는 15명으로 구성(추가 2인 수용 가능) ▲의과대학 학장은 의무부총장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세브란스 비대위는 ▲추천심사위원회에서 추천순서에 의해 3명을 추천 ▲추천위원회는 30인으로 구성 ▲의과대학장은 의무부총장의 추천에 의해 임명해야 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세브란스 비대위는 '의료원 자율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협의회 활동에 대한 의료원 교수 설문'을 23~24일까지 실시, 그 결과에 따라 총장측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키로 했다.

교수 설문에서 총장측 협상안에 대한 반대표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총장측은 23일 기습적으로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추친일정 선임절차'를 공표했다. 총장측이 공표한 내용을 보면 처음 제시했던 협상안이 조금 수정됐다.

수정된 내용을 보면 ▲추천위원회를 15명에서 18명으로 구성하고 ▲최종 후보자 1인을 선정 후 교원인사위원회 및 이사회 동의를 거쳐 ▲8월 1일부터 임기가 개시된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총장측 입장에 대해 세브란스 교수들은 "일부 수정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총장측이 세브란스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연세의료원장과 의과대학장을 마음대로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직접 및 간접선거에 의해 연세의료원장을 선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세브란스의 자율권을 완전히 침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자율권 수호를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브란스 교수들이 의지와 다르게 의료원장 및 의과대학장 선출이 총장측 뜻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 24일 오후 5시에 종료되는 세브란스 교수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총장측 협상안 및 23일 공표한 의료원장 선임절차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설문조사 내용에는 총장측이 의료원장과 의과대학장을 마음먹은대로 임명을 하더라도 교수들이 '인준투표'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총장측이 임명한 보직자에 대해 세브란스 교수들이 인준투표를 통해 '불신임' 내용이 많이 나오게 될 경우 의료원장과 의과대학장은 실질적으로 의료원 및 의과대학에서 정치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세브란스 한 교수는 "재단 이사회 및 총장측이 무리수를 둔 것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며 "서로에게 상처만 있을 뿐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또 "세브란스의 인사권을 재단 이사회 및 총장측에 빼앗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석수 이사장이 성명서에서 '세브란스 의과대학이 소유했던 재산에 대해서는 별도 회계로 구분해 잘 관리해 오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재정권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여 성과 아닌 성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총장이 임명한 의료원장 및 의과대학장이 임기를 시작하겠지만, 세브란스 교수들이 인준투표를 통해 불신임을 하게 되면 총장측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세브란스 교수들이 '자율권 수호'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됐고, 앞으로도 자율권 수호를 위해 세브란스 교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줬기 때문에 희망은 남아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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