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임총 불신임안 가결...노 회장 "회원 뜻 아니다"
직무대행 김경수 부회장, 60일내 보궐선서 실시해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19일 오후 5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의협회장 불신임안건을 상정, 투표를 통해 가결시켰다. 재적 대의원 242명 중 178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투표 결과, 찬성 136명(76.4%), 반대 40명, 기권 2명으로 정관상 회장 불신임 가결 기준인 '출석 대의원의 3분의 2 찬성' 요건을 충족했다.
철저한 비공개 속에 진행된 이날 임총은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의 개회사와 불신임 안건을 대표 발의한 조행식 대의원(인천)의 제안 설명에 이어 찬반 토론 없이 투표에 들어갔다.
조 대의원은 불신임 제안 이유를 △명예훼손 △품위손상 △부적절한 언행으로 내부분열 야기 △투쟁과 협상의 실패에 대한 책임 △정관위반 등 5가지로 꼽았다. 가장 큰 사유인 '정관 위반'은 지난 3월 30일 임총 결의를 거부하고 사원총회를 개최해 대의원회 해산을 시도한 것을 의미한다.
임총 직후 변 의장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 일어나 가슴 아프다. 특히 총회를 진행한 의장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괴롭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변영우 의장 "일어나선 안되는 일, 가슴 아프다"
이어 조속한 시일내 권한대행 체제로 들어가 의협을 정상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의장은 "일주일 뒤인 27일 정기 대의원총회가 열린다. 집행부가 조속히 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해 총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관에 따라 오늘부터 60일 이내 의협회장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부터 집행부와 선관위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 앞으로 직무대행 체제는 회장 선거를 관리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 의장은 "집행부가 튼튼해야 의협이 튼튼하다. 앞으로 의협 집행부가 잘 될 수 있도록 적극 도움을 줄 것이다. 의협과 회원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비온뒤 땅이 더 굳는다. 더 좋은 의협을 위해 회원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정관은 의협회장 임기를 3년, 임기 기준일은 회장으로 선출된 해의 5월1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회장의 결원 발생시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경우 60일 이내에 회장 선거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노 회장의 임기는 2012년 5월 1일부터 시작됐으므로, 불신임이 결정된 19일 현재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한편 의협 상임이사회는 임총 직후 긴급회의를 열어 의협회장 직무대행에 김경수 부회장(부산시의사회장)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노환규 회장 "탄핵, 불명예라 생각 안해"
노 회장은 "이 결과 외에 대의원총회의 결과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밝히며 임총의 불신임 결의를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만간 임총 결의 무효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낼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은 "의협 106년 역사 속에서 대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받은 첫 번째 의협회장이 됐으나 개인적으로 불명예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는 회원들의 뜻과 다른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협 사상 처음으로 사원총회를 계획해 회원의 권리를 주창했고, 토호세력으로 변질된 시도의사회중심의 의사회에 처음으로 반기를 들어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노력의 대가로 탄핵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불명예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탄핵을 주도한 시도의사회장들을 비난했다.
이와함께 "오늘 일어난 일은 작금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초래하고 무기력한 의협을 만들어놓은 노회하고 안이한 낡은 제도와 관습을 바꾸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장 통제...일반 회원 진입시도 '혼란'
회관 앞에선 의협 회장 탄핵에 반대하는 전국의사총연합 소속 회원이 대의원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바로 옆에서는 노 회장을 비난하는 회원들이 시위를 가졌다. 양측은 서로 고성을 주고 받으며 언쟁을 빚기도 했다.
전의총 소속 회원들은 총회가 열린 3층 회의실 진입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들과 극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임총이 진행 중이던 오후 5시 30분 경 회관에 도착해 2층 회장 집무실로 향하던 중 보안요원들의 저지를 받아 몸싸움을 벌이며 "누구 지시로 회장을 가로막느냐"며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회장 불신임...의협 역사상 첫 '불명예'
지금까지 의협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이 총회에 상정돼 가결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고 유성희 전 회장은 본인 스스로 제출한 사표를 임총이 표결을 거쳐 수락해 사퇴했다. 장동익 전 회장의 경우 불신임 안건이 발의되기는 했으나, 임총 본회의가 표결 요건을 갖추지 못해 처리되지 않았다.
경만호 전 회장은 불신임안이 아닌 '사퇴권고안'이 2011년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됐으나 분과위원회에서 부결돼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하고 안건 폐기됐다.
오늘 임총에서 노환규 의협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이 가결됨에 따라 의협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회장이 대의원총회에서 회장직이 박탈되는 첫번째 사례로 남게 됐다.
사상 초유의 의협회장 불신임 사태로 인해 의협은 당분간 내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속한 시일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의정협의 결과 이행, 의협 재정건전화 등 안팎의 시급한 현안에 적극적인 대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