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말기 유방암 환자 생존기간 연장 항암치료 중요"

"말기 유방암 환자 생존기간 연장 항암치료 중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01.16 13:5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리스 트웰브스 박사(영국 리즈 암 연구센터 임상암약리학 및 종양학 교수)

유방암은 세계 전체 여성암의 23%를 차지한다. 국내 유방암 환자도 1996년 3801명에서 2010년 1만 6398명으로 14년 사이에 약 4배가 증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유방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진단 기기와 치료제가 개발되고 조기 검진 인식이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방암 치료에 허점은 존재한다. 특히 말기 유방암 환자의 적절한 치료에 대한 필요성은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내 유방암 진단 환자의 47.5%가 진행성 유방암으로, 이들에게 삶의 질을 지키는 생존 기간의 연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말기 유방암 환자의 부작용 위험은 줄이면서도 생존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최초의 단일요법 치료제인 할라벤(성분명:에리불린 메실산염)이 출시되면서 의료진은 물론 말기 유방암 환자, 그 가족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되고 있다.

특히,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말기암 치료가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생존 기간 연장을 위한 환자와 가족의 강력한 바람에 힘입어 정착되고 있어, 앞으로 말기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할라벤의 임상3상연구(EMBRACE)를 지휘한 크리스 트웰브스 교수를 만나 말기 유방암 환자 치료의 항암화학치료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삶의 질 향상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주>

 
Q.말기 유방암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한가.
유방암 예방과 초기단계에서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환자들의 1/3정도는 재발을 하거나 전이를 하게 된다. 전이성 유방암이 발생하는 여성들의 수가 많다보니 이에 대한 치료와 말기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물학적제제, 호르몬 치료법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이성 유방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치료적 접근법은 항암화학요법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Q.영국에서는 말기 유방암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나.
영국의 종양학자들 사이에서 화학요법제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 약물은 탁산 계열,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카페시타빈 계열이 꼽히고 있다. 또 파티남 계열이라든지 비놀렐빈·젬사이타빈가 같은 약물을 사용하지만 딱히 도움이 된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앞서 언급한 약물을 사용해본 유방암 환자들,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약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약물을 필요로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어떠한 약물이 가장 효과적인가를 알아본 연구가 바로 EMBRACE 임상연구이다.
이 연구는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약물 이후의 단계에서 어떠한 약물을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 줬다.

즉, 탁산 계열,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카페시타빈 계열의 약물을 사용한 이후 말기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약물로 할라벤이 그 뒤를 이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Q.말기암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항암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말기암 환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예전에는 좋은 항암제가 부족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고, 통증완화나 호스피스와 같은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덜한 획기적인 약물이 개발되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존의 유방암 치료제인 탁산 계열과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카페시타빈 계열 약물은 질환을 완치시켜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약물을 사용한 이후 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대안이 등장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전이성 유방암이 있는 환자 가운데 1차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2/3정도가 2차 치료를 받고, 2차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2/3정도가 3차 치료로 넘어간다. 다음 단계의 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가 절대적인 수에서는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수치를 봤을 때 효과가 좋은 약물을 조기에 빨리 써준다면 최대한 많은 수의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Q.EMBRACE 임상연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피험자가 762명에 달하는 대규모의 연구였다. 치료군은 할라벤(성분명:에리불린 메실산염)으로 선정하되 대조군은 의사와 환자가 논의를 해서 치료제를 선택(TPC)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하나의 표준화된 치료법이 없다는 현실이 반영이 된 것이다. 할라벤을 투여받은 환자는 508명, TPC는 254명이었다.

임상연구결과 할라벤은 대조군(TPC)에 비해 전이성 유방안 환자의 생존기간(OS)을 2∼3개월 연장시켰다. 즉 대조군보다 25%나 더 살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검정해변해면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의 구조를 일부 변형한 새로운 구조의 치료제로,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탁산 계열의 약물에 내성이 있는 환자에게 유효함을 입증했다.

Q.할라벤이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앞서 얘기했지만 영국의 경우 유방암 환자에게 보통 약물을 사용할 때 안트라사이클린계 계열, 탁산 계열을 사용하고, 그 다음에 대부분의 의사들이 카페시타빈 계열의 약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가 되면 다양한 종류의 약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 할라벤을 마지막 단계에 표준적인 약물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할라벤이 비놀렐빈, 젬사이타빈 등 다른 계열의 약물과는 완전히 다른 급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유방암은 재발률이 높고 진행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비율이 절반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기 유방암 치료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현저하게 부족하다.

따라서 말기 유방암 치료는 증상 완화나 관리가 아닌 '생존기간 연장'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생존 기간을 연장시킨 신약인 할라벤이 개발돼 말기 유방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Q.대부분의 임상 의사들이 단일요법으로 할라벤을 투여했을 때 과연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란셋>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반대되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병합요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단일요법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여러 가지 약물을 낮은 용량으로 콤비네이션해 사용하는 것 보다는 효과가 입증된 하나의 약물을 표준 용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할라벤이 단일요법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수한 다른 약물 가운데 할라벤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 EMBRACE 임상연구 결과 때문이다.

Q.할라벤 외에 생존기간(OS)을 연장시킨 연구결과가 있나?
단일제제로는 도세탁셀이 10여년 전에 뮬라스틴과 비교해 조금 더 OS를 연장시킨 연구가 발표됐는데, 이 연구는 이전의 약물 치료 경력이 짧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할라벤과 차이가 있다.

또 도세탁셀 단일제제와 도세탁셀과 카페시타빈을 병용요법 했을 때 단일제제가 병용요법에 비해 OS를 2∼3개월 연장시킨 연구결과도 발표됐는데, 카페시타빈과 도세탁셀 병용요법은 OS가 연장되기는 했지만 부작용이 훨씬 큰 것으로 나왔다.

따라서 단일제제로 기존의 약물에 내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OS를 2∼3개월 연장시킨 할라벤 임상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Q.영국과 유럽에서는 적극적 치료를 권고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켜주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렵게 연장시킨 생존 기간에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부작용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 하면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급여적인 부분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약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한다면 모든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