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연 이사, 27일 의료인력 세미나서 부족 주장에 반박
"2024년 OECD 평균 도달…단순 숫자놀음 의미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계 인사를 초청해 다시 개최한 건강보험정책 세미나에서 이혜연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가 의사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맹공격을 펼쳤다.
이 학술이사는 '의료인력, 과잉인가 부족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의사 증원을 통해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는 심히 우려스럽다"며 "의사가 올바른 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토론문을 통해 한국의 의사수가 총량 면에서 부족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지금 보다 20%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정 교수는 "충분한 공급만으로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는 없지만, 의사 부족은 의료 질을 낮출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면서 "하루빨리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고령화 시대에 의사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는 현재 의사 증가율을 고려할 때 2024년이 되면 OECD 평균에 도달하며, 의사인력 배출까지의 양성기간이 10년에 달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주장에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인력 증원으로 인한 '낙수효과'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이사는 "의대 정원 300명을 늘린다고 해도 의사가 되려면 10년이 걸린다”며 “지금부터 2024년까지 부족한 의사를 어떻게 공공의료에 끌어들일 것인가를 논의해야지, 단순히 의사수를 늘려 얻는 낙수효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현재 상황이 이쪽 물이 저쪽 물로 가야만 하는, 의사가 너무나 부족한 상황은 맞다"면서 "의사수를 늘리고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하는 게 맞다. 이게 안됐기 때문에 정원 증원이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심화되는 지방 인력난과 공공의료 확충 방안에 대한 견해도 제각각 달랐다.
이 이사는 “안정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대우를 하면서 유인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공중보건의사 배치로 공공의료 영역을 해결하는 실정”이라면서 “의료비용이 30% 증가했으면 공공의료에 투자해야지, 의사가 거기에 30% 더 필요하다는 논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현호 변호사는 “의사가 많아진다고 국민들이 피해볼 게 뭐가 있나. 과잉진료는 심평원, 공단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차라리 외국처럼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간호사에게 공공의료에서 의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 13일 ‘건강보장 미래발전을 위한 의료인력 적정화 방안’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었지만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의사인력 증원에 찬성하는 측으로만 구성, 편파 논란이 불거지자 의료계 인사를 포함시켜 이번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종대 공단 이사장은 "지난번 토론에서 의료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서의 발표를 듣고, 반대의견을 듣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다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의료의 70~80%는 의사가 담당하는 만큼, 견해를 주의 깊게 듣고 건강보험 운영 주체로서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