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4:01 (금)
복지부가 당뇨환자 치료 가로막다니…

복지부가 당뇨환자 치료 가로막다니…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04.09 14:3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8일 긴급대책회의 "당뇨치료제 제한해 환자 잡겠다는 건가"
의료계 의견 조율없이 일방 통행…당뇨환자 치료 현실 외면

보건복지부의 당뇨병용제 급여기준 고시 개정(안)에 대해 당뇨병 치료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연 당뇨병을 잡겠다는 것인지, 당뇨환자를 잡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를 모르겠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8일 오전 7시 일선에서 당뇨병 치료를 하고 있는 학계·개원가 전문가들을 긴급 소집한 가운데 '당뇨병용제 급여기준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여론 수렴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긴급대책회에서는 "이같이 중차대한 사안을 사전에 의견조율 절차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며 "복지부가 왜 무리수를 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뇨병 치료 전문가들은 "복지부 급여기준은 일관된 기준은 물론 의료현실과 합치하지도 않다"면서 "근거도 부족한 당뇨병용제 급여기준 개정안을 어떻게 공청회나 의견 조율 절차없이 무조건 강행하려고 하는지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책회의에서는 개정안 가운데 서양인과 다른 한국의 당뇨환자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당화혈색소(HbA1C)가 6.5% 이상인 경우 Metformin만 단독 투여토록 한 데 대해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처사"라며 "재정절감만을 위해 당뇨환자의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당뇨병 치료 전문가들은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위장관질환을 많이 갖고 있고, Metformin만 단독투여할 경우 약물의 부작용, 특히 위장관계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면서 "비(非) 비만형이 대부분이고, 노인연령이 많은 한국인 당뇨환자들의 특성상 이같은 단독 투여기준은 의료현실에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책회의 참석자는 "정부가 겉으로는 당뇨환자 등 만성질환자의 철저한 관리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도록 방치하려는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학계 관계자는 "이 고시 개정안의 당초 목적은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당뇨병 고가 약제에 대한 처방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정부 내에 당뇨병에 대한 전문가가 전혀없고, 일선 의료현장이나 당뇨환자가 느끼고 있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채 단지 외국의 일부 문헌만을 참조해 개정안을 만들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선 치료현장이나 학계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은 채 문헌만 뒤적거려 급여기준을 만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

치료단계를 변경할 때마다 당화혈색소(HbA1C) 검사를 의무화하고, 의사 소견서를 첨부토록한 데 대해서도 환자의 본인부담을 증가시키고, 치료의 연속성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치료단계를 변경할 때마다 당화혈색소 수치 검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당뇨환자의 검사비 및 본인부담을 증가시켜 오히려 치료의 연속성을 침해시킬 수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학계 참석자는 "치료단계마다 약을 바꾸게 될 경우에 반드시 의사소견서를 첨부토록 한 것은 의사에게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조장하게 된다"면서 "아예 처음부터 더욱 악화된 중증 당뇨에 걸리기를 바라는 것이냐"며 "정부가 일선 의료현장이나 당뇨환자의 상황을 단 한번이라도 시찰해봤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개정(안)은 최초 Metformin 처방기준을 HbA1C 수치 6.5% 이상으로 잡고 있는데,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그 수치 이하인 경우에도 당뇨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이 환자들을 치료하지 말고 그냥 돌려보내라는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참석자들은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당뇨환자도 개정 고시안을 지켜야 하는지 ▲개정 고시안에 따라 Metformin 복용한 당뇨환자가 더욱 악화되어 2제, 혹은 3제 요법을 처방받았다가 HbA1C 수치가 다시 7.0%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Metformin만을 복용해야 하는지 ▲당화혈색소 검사를 그대로 지키려면 1년에 수십번 검사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 줄 재정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혁 의협 보험이사는 "이번 대책회의를 통해 개정 고시안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드러났다"며 "의견조회 기간 동안 학계·시도·개원의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험이사는 "만약 복지부가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학계·시도·개원의협의회 그리고 일선 회원들의 항의 방문은 물론 의견 개진·1인 시위 등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