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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인 진료 방해하고 사무장병원으로 고발?

법률칼럼 의료인 진료 방해하고 사무장병원으로 고발?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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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무장병원이더라도 의료인의 고유 업무인 진료행위는 보호해야"
위력·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도리어 '무죄' 주장할 가능성 차단한 점 의미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의료기관에 들이닥쳐 큰 소리를 지르거나 진료를 해야 하는 의사를 붙잡고 있는 행위를 11차례나 한 사람이 있다.

의료기관 측은 방해자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지만 방해자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 이유는, 방해자가 소리를 지르며 진료를 방해한 그 의료기관이 실은 소위 '사무장병원'이며,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그 업무가 적법해야 하는데 사무장병원의 업무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사는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하였다. 만약 해당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이라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행위 자체는 보호가치가 없을지 모르나, 개설명의자인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하여 그 진료행위까지 반사회성을 띤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호할 가치 있는 업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법원은 사무장병원에서 행해진 업무는 보호가치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해왔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은 의료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법률이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온 것이다. 

그 결과 위 사안과 같이 명백히 의사의 진료를 방해하며 위력 내지 폭력을 행사한 방해자까지도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의료기관의 업무를 방해하고도 해당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이라고 고발하여 혐의가 입증된다면 방해 행위에 대해 처벌을 받지 않게 될 수도 있는 셈이었다. 

물론,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행위는 철저히 근절되고 엄단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설마 우리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일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경우에까지도 사무장병원 혐의를 받게 되는 일이 증가한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속칭 사무장이라는 자들이 의사로부터 면허만 대여 받아 직접 진료행위를 하는 등 명백하게 '비의료인의 개설 운영'이라고 여길 만한 사례들이 많았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되며 인테리어, 각종 기기 설치에 비의료인의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컨설팅 계약 명목으로 의료기관의 운영수익의 일부를 이전해 가는 경우, 비록 비의료인의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더라도 비의료인에게 의료기관 운영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임하고 개설자는 진료에 전념하는 경우 등에도 실제 의료기관의 개설 및 운영의 주체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장병원이라고 의심받는 사례가 많다. 

의료법에서는 의료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 어디까지 의료인이 직접 해야 직접 '개설'하고 '운영'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으로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그 의료기관과 관련한 사인 간 법률관계를 대체로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비의료인 A가 의료인과 계약을 체결하며 향후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하여 A가 독점적인 사업권을 가지고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며 직원도 실질적으로 A가 채용하며 수익을 배분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법원은 해당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심지어 법원은 의료인끼리 의료기관의 자산양수도계약을 하였음에도 양수인 의료인의 배후에 실제로는 비의료인이 있다는 취지로 위 양수도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즉,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은 의료법에 위반되므로 비의료인과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해온 것이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에 위반한 행위로 수익을 얻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계약의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설사 해당 의료기관이 실제 사무장병원이라 하더라도 의료인이 고유의 업무인 진료행위 자체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설사 의료인이 속한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의 혐의를 받더라도 의료인의 고유 업무인 진료행위는 적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대법원 판결은 사무장병원인지 아닌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설사 사무장병원의 혐의를 받는 의료기관이라 할지라도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적법성을 구분하여 판단할 필요성을 인정하였으며, 기존 판단을 보강하여 위력·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도리어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을 차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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