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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한의사 파기환송심 마지막 공판 "치료시기 놓친 환자 고통"

초음파 한의사 파기환송심 마지막 공판 "치료시기 놓친 환자 고통"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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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최종선고…당시 환자 진료한 산부인과 교수 "조기치료 시기 놓쳐 큰 위해"
이택상 교수 "암 상당히 진행한 상태...산부인과 전문의라면 비정상적 소견 도출"
검사 "수련·교육 부족한 한의사, 위해 심각"…판사 "개인 소견, 한의사 초음파 안돼"

6월 22일 공판 당일 <span class='searchWord'>서울중앙지방법원</span> 전경.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6월 22일 공판 당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한의사 초음파 진단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파기환송심 마지막 공판이 열렸다. 당시 피해 환자를 직접 진료했던 교수가 증인으로 참석, 제대로 된 의료인이라면 환자의 초음파 사진에 나타난 병변을 보고 암을 의심했을 것이라 거듭 밝혔다.

6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2023노10, 제9형사부 이성복·신유리·정경수 판사)에서 이택상 서울의대 교수(서울시립보라매병원 산부인과)는 피고인 측 변호인과 검사의 질문에 의학적 판단으로 답했다.

이택상 교수가 "자궁내막증식증으로 한의원 치료를 받던 환자였는데, 산부인과 1차의료기관에서 초음파 검사로 내막 병변을 발견하고 암이 심각하게 의심되니 병원에 조직검사를 의뢰해 왔다. 1차의료기관에서 암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암을 발견해도 치료 등 더 이상 할 수 있는 조치가 없기에 의뢰한 것"이라고 진술하자 피고인 측 변호인은 '1차의료기관과 서울대병원은 다른 것인지', '암은 초음파검사로는 확진을 못 하고 반드시 조직검사로 확진해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일반적인 의사라면 해당 초음파 사진을 보고 암을 의심할 수 있느냐'는 피고인 측 변호인의 질문에 이택상 교수는 "내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있는 데다 두꺼워진 부위 자체가 자궁경부 쪽으로 많이 내려와 정상 조직을 파고든 모습이 확인됐다. 정상적인 수련을 받은 산부인과 전문의라면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소견을 도출할 수 있을 정도로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답했다.

특히 "자궁내막증식증이 자궁내막암에 이를 가능성은 많게는 30퍼센트까지 잡고 있다"며 "암이 이 정도로 진행될 때까지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환자는 상급병원에서 조기에 치료받을 시기를 놓쳐 큰 위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검사는 초음파 영상 자료를 스크린에 띄우고 "초음파로도 뚜렷한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증인의 증언은 초음파로 암을 식별할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라, 초음파 진단으로 암이 의심되는 예후를 발견할 수 있고 암이 강하게 의심됐기에 확실히 하는 차원에서 조직검사를 의뢰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또 "자궁은 골반 깊숙이 파묻혀 있어 신체적 촉진으로는 진단할 수 없는 데다, 증인에 따르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질식초음파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한의영상학회에서 의료인도 아닌 미국 초음파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등,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을 수행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위해 우려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택상 교수는 "미국의 초음파사는 1~2년의 짧은 교육 후 민간자격증을 발급하는데, 이들은 결코 의료인이 아닌데다 의사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초음파 영상에서 보이는 소견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해부학적 지식과 병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근간으로, 실제 환자 진찰을 통해 경험하고 오류를 지적받기도 하면서 축적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재판관은 "이 사건의 쟁점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해도 되는지 여부다. 개인적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한의사가 보조적 수단으로서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면 더 좋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며 증인의 의견을 물었고, 이택상 교수는 "초음파 진단기기는 서양의학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한의학은 전통의학에 근거해 관계가 없다. 더욱이 충분한 수련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진단방법으로 활용된다면 환자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검사는 "우리나라는 이원화 의료체계로서 의료인이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면허 외 의료행위로 인해 국민이 입을 보건위생상 위해를 막기 위한 입법취지임이 자명하다"고 짚었다.

이어 "그 단적인 실례가 바로 이번 사건이다. 암이 유력한 병변을 전혀 확인하지 못한 한의사로 인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피해환자는 지금도 암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한의사 초음파 진단의 위해성은 단순히 인체침습 여부로 단정할 게 아니라 수행하는 의료인이 최선의 교육을 받고 판독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피해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대법원에서는 의료법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금지가 명시돼있지 않고, 한의학적 원리가 아니란 것과 위해 여부가 확정적이지 않기에 새로운 판단기준을 적용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며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피고인 한의사 또한 "대법원의 선례가 있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선고기일은 오는 8월 24일 오전 10시로 결정됐다.

한편 이날 공판에 참관한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오늘 증인으로 나온 이택상 교수가 모든 정황을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한의사와 의사의 교육 차이와, 정상적인 의사라면 초음파로 암 확진을 내릴 수는 없어도 제대로 치료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현대 의과 의료기기를 초음파 기본 원리 습득과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가 사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자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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