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담회 국민 10명 중 2명 코로나 우울 고위험군…정신건강 '빨간불'
전문가 좌담회 국민 10명 중 2명 코로나 우울 고위험군…정신건강 '빨간불'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1.11.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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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TV, 10일 '코로나 우울' 주제 전문가 좌담회 개최
전문가들 "코로나 우울증 고위험군 급증...'소통과 지지체계' 중요" 강조
활동 왕성한 10대와 20대, 돌봄 부담 큰 여성 등 우울증 취약계층 우려
"의료진 무너지면 방역 시스템 붕괴...방역 인력 보호 방안 마련" 주문
허연주 KMA TV 아나운서,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왼쪽부터) ⓒ의협신문
허연주 KMA TV 아나운서,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왼쪽부터) ⓒ의협신문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코로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신체뿐만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커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일선 현장에서 방역과 진료를 진행한 의료진들이 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KMA-TV에서는 10일 '코로나 우울증'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아주편한병원장),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가 참여해 코로나19와 우울증과의 관계, 우울증 극복을 위한 해결방안, 방역과 진료 현장에서 희생하는 의료진들 보호 대책 마련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을 진행했다. 

■ 코로나 우울증 증가와 자살과의 관계는?

정재훈 전문의는 "사회가 급변하고 개인화되면서 스트레스 수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감염 재난이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안 정도가 더 높아졌다"라며 "감염 재난은 죽음이라는 공포와도 연결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보이지도 않고 피할 수도 없어 일반국민들과 특히, 기존 정신과적인 질환이 있는 분들이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종우 교수는 "재난과 자살과의 관계는 재난의 성격과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라며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9.11 테러보다도 상대적으로 인명피해가 적은 홍콩 사스가 주변 사람과의 단절, 취약한 의료 접근성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지속되면서 자살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보통 재난 초기에는 함께 이겨내자는 분위기 속에서 재난 상황을 견딜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금부터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시기에 확진 환자들의 스트레스 정도를 1년 후에 조사한 결과, 약 40%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할 만큼, 감염 재난은 장시간 고통을 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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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10명 중 2명 우울 고위험군'…취약계층은?

전문가들은 감염 재난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별 성향이나 체력이 모두 다른 만큼, 개인에 따라 우울증의 정도나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염 재난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정도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한계치에 도달해 대다수의 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종우 교수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최근 국민정신 건강실태조사를 3개월간 조사했는데, 처음에 결과를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라며 "PHQ 우울 척도가 20점 만점에 10점이 넘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데 10점이 넘는 사람의 비율이 20%가 넘으며 올해 3월에는 24%가 넘었다. 평소 정신건강 조사에는 볼 수 없었던 수치다"라고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우울증과 일반 우울증의 진단적 차이는 없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면서 우울증을 발생시키는 등의 유발요인에 큰 차이가 있다"라며 "활동성이 왕성하고 미래 준비 시기인 10대와 20대와 자원이 적은 장애인, 노인과 1인 가구, 비정규직 여성, 양육과 돌봄 부담이 큰 여성 등이 코로나 우울증에 가장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전문의 역시 "1인 가구나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던 사람은 특히 감염 재난에 취약하다"라며 "이를 위해 지지체계 확보와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며, 조금이라도 정신과적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와의 상을 통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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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 시스템 활용', '전문가 상담'…코로나 우울을 위한 해결책  

코로나 우울증이 가장 우려되는 이유는 자살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울증을 겪는 개인의 사회·경제 활동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울증 해결을 위해 공동체 시스템을 통해 주변과 소통하고, 국가에서 마련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신건강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받는 방법을 추천했다. 

백종우 교수는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경고 신호'를 잘 알아채야 하는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학업과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변화, 뜬금없이 감사의 표현을 하는 등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라며 "경고 신호를 파악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살 예방 생명지킴이 교육' 등을 통해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전문의는 "국민 입장에서는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공포와 불안이 크기 때문에, 혼자 감당하려는 것보다는 힘든 감정을 나누는 크고 작은 공동체 시스템을 통해 소통하면서 이겨내는 것이 좋다"라며 "스스로 위험 징후가 나타났다고 판단된다면 보건소나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이지만, 현재 국내에는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병원을 찾기 전에 간단한 상담을 받아 볼 수 있고, 더불어 치료비가 부담되는 사람들을 위해 지자체마다 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우려하는 병원 진료기록 외부 유출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본인 동의 없이는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없기에 안심하고 병원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마련한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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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역과 진료 일선 현장에 있는 인력 위한 정책 마련해야" 

이날 좌담회에서는 코로나 우울 극복을 위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의료진들과 방역 인력을 위한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 시스템이 구축되는 정책들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는 "병원 현장에서 응급실 119 대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그만두고 싶다', '내일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 번아웃이 우려된다"며 "현장 의료인들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는데, 환자가 '어렵다', '힘들다', '의료진들이 받아주지 않는다'라고 말할 때마다 심리적으로 좌절감이 온다"라고 말했다. 

백종우 교수 역시 "방역과 진료의 일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2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책임감과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다. 뼈를 갈아서 K방역을 대처해온 분들을 보호해야 한다"라며 "얼마 전 보건소의 방역 인력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우울 위험군이 33%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 인력의 피로감이 점점 커지면서 번아웃 증후군에 놓이기 직전이다"라고 우려했다. 

정재훈 전문도 "의료진 번아웃을 0순위로 두고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의료진들이 무너지면 방역 시스템 또한 유지될 수 없으므로 지금껏 K방역을 위해 힘써 온 사람들을 일선 현장과 심리 상담소 연계 등 보호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재점검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위로와 지지, 소통으로 함께 이겨나가길

전문가들은 좌담회를 마치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민적 우울감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내고 소통으로 함께 이겨내길 희망했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는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차분히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백종우 교수는 "국민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마음에 투자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이 시국을 이겨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힘들지만, 함께 이겨내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라며 "국가와 정부에서 추진하는 모든 정책 수립에 있어 앞으로 국민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 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전문의는 "재난 상황에 따라 세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국가적 재난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 뒤 "심리적인 부분이 신체의 면역력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얘기다. 재난 감염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심리적 방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KMA-TV는 앞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여러 주제를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을 계속해서 가질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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