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 처분 제동거는 대법원…판례의 진화
환수 처분 제동거는 대법원…판례의 진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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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 식품위생법 위반했는데 건보공단 급여비 전액환수 부당 판결
대법원 "식품위생법 위반 요양급여  관련없다" 판단
건보공단 처분 적법하다는 하급심 주류적 태도 제동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기관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안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해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판결은 건보공단의 환수 처분에 제대로 제동을 걸었다.

과거에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 등 국민건강보험법과 다른 법령을 위반해 행해진 의료행위(요양급여)의 경우 별다른 검토 없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30일(대법원 2015두36485 판결) 대법원이 의료법상 중복개설금지 위반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재판에서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기존 하급심과는 다른 취지의 판결을 선고해 주목을 받았다.

대법원 2015두36485 판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법과는 그 취지와 목적이 다르므로 의료법 등 다른 법령 위반이 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해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이 대법원 판례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돼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9284 판결)을 끌어 내는 등 법원이 기존에 느슨하게 판결하던 경향에 변화를 줬다.

대법원 2017두59284 사건은 의료기관이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설치신고를 하기 전 환자에게 제공된 식사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한 것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서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한 사안이었다.

같은 종류의 사건에서 하급심의 주류적 태도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것이었지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논리로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상 신고 의무 위반 사건에서 "국민건강보험법과 다른 개별 행정법률의 입법 목적 및 규율대상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험법령상 보험급여기준의 내용과 취지 및 다른 개별 행정법률에 의한 제재 수단 외에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까지 해야 할 필요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요양기관이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하면서 식품위생법상 사전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식품위생법 규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를 하는 것 외에 요양급여비용으로 받은 식대까지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 징수의 대상으로 봐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와 관련 문현호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국민건강보험 관련 행정에 대한 법원의 통제가 시기별로 일정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재판연구관은 "국민건강보험 관련 사건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2010년 초까지 법원은 건보공단에 대한 법적 통제를 매우 느슨하게 했던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양기관이 어떤 것이든 잘못하면 건보공단이 제시한 처분 사유 등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나아가 건보공단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행정법과의 관계 등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받아주는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건보공단이 공적 기관이므로 어련히 알아서 잘했겠지 하는 막연한 신뢰, 의사 등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 그리고 건강보험제도, 의료행위에 대한 이해의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기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보공단의 행정법에 대한 이해는 다른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과 비교해 매우 떨어져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처분의 사전통지, 이유 제시 등 기본적인 행정절차법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처분 사유, 근거 법령도 부적절한 경우도 많았다는 것.

문 재판연구관은 "초기에 의료법, 의료기기법 위반에서 시작한 부당이득징수 사유가 다양한 행정법 위반으로 확대됐고, 실질적 이유가 아닌 형식적 이유로 관련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이 유행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건보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입장에서는 어렵게 의료행위에 대해 분석을 하지 않고도 적은 노력으로 전액을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양급여비 심사가 어렵다 보니 형식적 행정 위반을 찾아 그것을 근거로 환수처분을 많이 한 경향을 보였다는 것으로 봤다.

문 재판연구관은 "다른 법령 위반을 이유로 부당이득징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행정법상 부당결부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문 재판연구관은 대법원 2015두36485 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 등 다른 법령은 그 목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비록 의료법 등 다른 법령 위반이 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해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 최초의 대법원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대법원 2017두59284 판결에서는 다른 법령 위반(식품위생법 위반)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도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자격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앞으로 의료법 및 다른 법령을 위반한 이유로 건보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해 부당이득금을 징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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